지난 7월 21일(금)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인근에서 30대 조선 씨(이하 조 씨)가 거리를 지나던 행인들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행인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30대 남성 3명이 다쳤다. 조 씨는 범행 뒤 인근 건물 앞 계단에 앉아 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최근 8개월간 조 씨는 주로 게임을 하거나 게임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는 등 게임 중독 상태였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검찰은 밝혔다. 또한 심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조 씨는 ‘현실 불만’ 상태에서 고의적으로 젊은 남성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사건 장소로서 평소에 잘 알고 있던 ‘신림동 먹자골목’을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묻지 마 범죄를 예고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어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8월 11일(금) 경찰청은 신림동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7월 21일(금)부터 이날 오전까지 전국에서 총 315건을 수사해 현재까지 119명(115건)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까지 ‘살인 예고’ 글을 쓴 65명을 붙잡아 범행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이 중 52.3%(34명)는 미성년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충남경찰청은 5일 오전 2시 24분쯤 칼 형상을 한 사진과 함께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예고 글을 작성해 올린 고교생을 붙잡았다. 조사 결과 이 학생은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고 있던 중 장난삼아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하남시 미사역 일대에서 살인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내용의 온라인 게시물을 쓴 사람은 중학생이었다. 이 학생은 전날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토요일 12시에 미사역 시계탑 앞에서 다 죽여줄게’라는 글을 올렸다. 경찰은 신고 접수 2시간여 만에 미사역 인근의 한 피시방에 있던 중학생을 붙잡았다. 이 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사람들이 흉기 난동을 보고 많이 놀라니까, 실제로 사람을 살해할 마음은 없었고 심심해서 장난으로 게시했다”고 진술했다.
살인예고 글을 올리는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 번째는 ‘자기과시형’으로, 이 경우 개인은 관심을 끌고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살인 예고와 같은 글을 게시한다. 보통 사람들이 그의 글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상황에서 살인 예고와 같은 글을 게시하면 갑작스러운 관심과 반응을 얻게 된다. 이로 인해 이들은 자신을 특별하게 여기고 힘을 가진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최근 검거된 살인 예고 글 작성자들 중에도 이와 같은 동기를 가진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 유형은 ‘불만표출형’으로, 이 경우 개인은 사회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으며 최근 이슈를 이용해 그 불만을 표출하는 글을 올린다. 이러한 글은 신림역·분당역 흉기 난동과 같이 사회적인 불만이 극도로 증폭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또한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실제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반면에 어떤 경우에는 단순히 자신의 글이 파장을 일으키거나 반응을 얻는 데 그치는 경우도 있다. 이 두 가지 유형을 통해 나타난 사실은, 사회적 불만이나 자아 과시와 같은 동기가 살인 예고 글 작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는 행동의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 사회에는 조 씨와 같은 사회적 불만세력이 잠복해 있다는 실정을 보여준다.
최근 불특정 시민을 대상으로 한 묻지 마 범죄가 잇따라 벌어지고, 온라인상에 범죄 예고성 글이 수차례 올라오는 등 불안감이 조성되자 경찰이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하 윤 청장)은 4일 오후 긴급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민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며 “흉기 소지 의심자와 이상 행동자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선별적으로 검문검색하겠다”고 밝혔다. 또 실제 흉기 난동 범죄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범인에 대해 총기나 테이저건 등 경찰 물리력을 적극 활용하라고 일선에 지시했다.
범행 제압을 위해 총기 등을 사용한 경찰관에게는 면책규정도 적극 적용할 방침이다. 윤 청장은 “공공장소에 지역 경찰과 경찰관 기동대, 형사인력 등 경찰력을 최대한 활용해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범죄 분위기를 신속히 제압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잇단 흉기 난동 이후 이를 모방한 범죄를 저지르겠다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협박성 예고 글을 쓴 작성자도 추적해 엄벌하겠다는 방침이다. 윤 청장은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사이버상의 흉악범죄 예고와 근거 없는 가짜 뉴스에도 예외 없이 강력히 대처하겠다”며 “전 수사역량을 집중해 작성자를 신속히 확인·검거하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와 자율방범대, 민간경비업체 등과의 협업으로 시민의 일상생활공간의 안전을 확보하고 유관기관과 치안 인프라 확충과 법·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