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스카팽>의 포스터
연출가 임도완이 국립극단에서 선보인 <스카팽>은 프랑스의 극작가 몰리에르의 <스카팽의 간계 (Les Fourberies de Scapin)>를 각색해 풀어낸 연극이다. 연극은 ‘열린 객석’ 형태로 운영돼 자유롭게 입·퇴장할 수 있고, ‘시체 관람’이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극장 매너에 얽매이지 않고 소리를 내거나 좌석 내에서 움직일 수 있다. 또 일부 회차는 ▲음성 해설 ▲자막 ▲수어 통역 등 다양한 지원을 갖춘 ‘접근성 회차’로 구성돼 장애인, 비장애인 관객 모두가 연극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연극은 재벌가 아르강뜨와 제롱뜨가 자식들의 정략결혼을 약속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두 집안의 자녀들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정략결혼에 강력히 반발하고 둘은 제롱뜨의 하인 스카팽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스카팽은 젊은 연인들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갖가지 계략과 사기, 재치를 총동원해 도움을 준다.
원작의 극작가 몰리에르를 극 속 캐릭터로 등장시킨 점 또한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몰리에르는 공연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출자와 공연 속 인물, 관객들에게 공연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제3자 등 여러 캐릭터로 등장해 원작과의 차별점을 뒀다. <스카팽> 속에서 등장한 몰리에르는 거장 극작가로서의 근엄함이 아닌 광대같은 느낌의 가벼운 캐릭터로 부각되며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국립극단의 연극 <스카팽>은 고전 희극을 재현하면서도, 땅콩 회항 사건, 논문 표절 논란 등 한 때 우리 사회를 뒤흔들던 이슈들을 희화화한다. 관객들은 웃음과 해방감뿐만 아니라 씁쓸한 현실에 대한 공감을 경험하며 풍자극의 진면목을 마주할 수 있다. 배우들의 능숙한 연기와 빠른 호흡의 대사들, 그리고 즉흥적인 애드리브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가벼운 분위기를 이어나가며 연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고전 작품과 현대 작품의 경계를 넘나들며 유쾌한 에너지로 가득한 연극 <스카팽>은 단순히 웃고 즐기는 코미디를 넘어, 우리 사회를 희화화하는 풍자극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무거운 한국의 현실을 잠시 내려놓고 한바탕 통쾌히 웃고 싶은 이들에게 풍자와 재치가 넘치는 연극 <스카팽>을 추천해본다. 연극 <스카팽>은 정기적으로 국립극단에서 열리며, 공연이 예정되지 않은 시기에도 국립극단에서 운영하는 사이트 ‘온라인 극장’에서 감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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