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성격특성에 관한 얘기다. 심리학자와 조직행동론자들은 부정적 성격유형인 다음 세 가지를 ‘어둠의 3형제(The Dark Triad)라고 부른다.
그 첫 번째는 16세기 ‘권력의 획득과 활용’을 주제로 한 ‘군주론’이라는 저서를 통해 지금까지 세인의 관심을 끌고있는 마키아벨리의 이름에서 유래된 마키아벨리아니즘(Machiavellianism)이다. 이 유형은 이해타산에 강하고 타인과 정서적 거리를 두며 매사에 실리적이다. 이 유형은 흔히 차갑고 몰인정하며 공격적이고 상대방을 짓밟고 무시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들은 목적달성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등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으며 조직과 사회에 해가 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조직생활에서 간혹 이들이 윤리적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구성원의 시각에서 보면 그것은 철저히 계산된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행동이다. 이들은 단기적으로는 목적을 달성할지 몰라도 결국은 구성원에게 배척당하기 때문에 모든 걸 잃는다.
두 번째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게 된 그리스 신화의 인물 나르시수스(Narcissus)에서 유래된, 우리가 흔히 ‘자기애’라고 부르는 나르시시즘(Narcissism)이다. 이 유형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의 권리만을 내세우며 주변 사람이 자신을 존경해주길 바란다. 이들은 늘 타인의 관심대상이 되길 원하며 실제로 틈날 때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한다. 이들은 허황된 욕망과 꿈에 사로잡혀 있으며 자신이 다재다능하다는 착각에 젖어 있다. 또한 카리스마를 부리기도 하고 오만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때로 이들이 조직에 잘 적응하고 과업 의욕이 넘치며 삶의 만족도가 높고 타인보다 나은 성과를 보이기도 하지만 주변사람들은 이런 유형을 극히 혐오한다. 이들은 자신을 과대포장하고 드러내기 위해 페이스북 같은 SNS에 끊임없이 자기과시적인 콘텐츠를 올린다.
세 번째 유형은 싸이코패시(Psychopathy)다. 이 유형은 타인에 대한 온정과 배려심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으며 타인에게 해를 끼쳐도 죄의식을 못 느끼는 유형이다. 이들은 목적달성을 위해 사기, 협박과 술수 등 강압적인 수단을 거리낌 없이 동원하며 비윤리적, 반사회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조직생활에서 이들이 승승장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이 획득한 지위와 권력을 잘못된 방식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자신과 조직 모두에 심각한 폐해를 끼친다. 결국 이들의 삶은 그 자체가 실패작이다.
문제는 이들 유형이 우리 사회에 팽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뉴노멀(New Normal) 경제가 드리운 저성장과 일자리 감소, 양극화로 인한 극도의 계층·세대간 갈등현상 등 갈수록 암울하기만 한 시대상황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완전 팽개쳐버린 권력층의 끝없는 탐욕과 이기심으로 인한 대중의 깊은 상실감, 사이버라는 가상의 폐쇄공간에 갇혀있는 App세대의 자기중심적이고 자기애적인 행동특성 등, 제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들 유형이 양산되고 있는 건 아닌지 자못 걱정스럽기만 하다.
3년 전의 어느 강의 도중, 제자들에게 던진 질문에 돌아온 답도 우리 사회의 그늘을 엿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여러분,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소중한 가치와 덕목이 있을 텐데 여러분은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보나요?” 질문과 거의 동시에 여제자로부터 충격적인 답이 돌아왔다. “돈이요!” 다시 다른 남학생에게 물었다. “제군의 경우는?” 제자의 답변은 정확히 다음과 같았다. “저도 돈벼락을 맞아봤으면 좋겠어요!” 물론 돈은 소중하다. 하지만 그 이외의 소중한 가치도 답해주길 기대했던 내 소망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우리사회의 그늘은 이토록 소리없이 번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