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8일(월), 우리대학 다빈치관 지하 1층 게시판에 ‘민주사회 역행하는 MT 강제참석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게시됐다. “디자인학과에서 MT의 강제참여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타당성과 적합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MT를 강제하는 것은 교원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입는다는 것이 대자보의 골자다.
초기 다빈치관 지하 1층 게시판에 게재됐던 해당 대자보는 ‘이 논란은 디자인과 내의 문제다’라는 이유로 당일 밤, 다빈치관 6층 시각디자인학과 사무실 앞 게시판으로 옮겨졌다. 게시자는 ‘원 게시자의 양해 없이 대자보를 눈에 잘 띄지 않는 다빈치관 6층 구석으로 옮겼다’면서 해당 대자보를 3월 31일(목) 제1학생회관 로비에 옮겨 부착했다. 현재 1학생회관에는 강제 MT 참여를 비판하는 대자보 2개와 디자인과 학생회의 해명글이 함께 게재돼 있다.
문제는 MT와 관련된 이런 논란이 비단 디자인학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대학의 디자인학과뿐만 아니라 타 학과 학생도 교육부의 신문고에 학과에서 MT를 강제하고 있다고 제보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자보를 통해 논란이 공론화된 것은 디자인학과 뿐이지만, 이런 방식의 MT는 다른 여러 학과들에서도 꾸준히 진행돼 왔다. 우리대학 모 학과에 재학 중인 A 씨는 “과대표로부터 MT에 참석하지 않으면 전공수업에 결석처리 되고, 사정이 있는 경우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학생회에서는 MT 참여를 강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하지만 이게 강제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논란 1. MT, 학과 커리큘럼의 일환?
논란이 된 학과의 학생회들은 “MT는 교원들의 동의 하에 필요성을 인정받은 커리큘럼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MT 일정에 강연이나 전시회, 공장 견학 등이 포함돼 있고, 학과 구성원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것 또한 수업 일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디자인학과의 학생회 또한 논란에 대해 “MT는 전공과목의 대체수업(교외수업)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전공외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은 출석 인정 공문을 발급받아 해당 수업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반면, 일반 학생들은 MT를 학과 커리큘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MT에 참여한 한 학생은 “MT 일정에 강연이나 견학 등 수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활동의 비율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술 마시고 노는 시간이 대부분”이라면서 “매년 있었던 공장 견학 일정도 이번에는 빠졌는데, 이를 수업의 일환으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MT가 대체수업의 일환이고 학과 커리큘럼에 속한다고 보면, MT의 불참자를 전공수업에 결석한 것으로 처리하는 것은 합당할 수 있다. 반면 그렇지 않다고 보면, MT의 불참을 수업의 결석으로 처리하는 것이 부당할 수 있기에 이 논쟁은 화두가 되고 있다.
논란 2. MT, 참석 안 하면 전공수업 결석처리, 참석하면 교양수업 결석처리?
일부 학과의 MT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대부분 평일에 일정이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MT에 불참할 시 전공수업이 결석처리되고, 참석할 시 교양수업에 결석할 수밖에 없는 난감한 경우도 비일비재다. 학과에서는 MT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출석인정 공문을 발급하고 있지만, 공문의 수리 여부는 담당 교수의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 때문에 학생이 교양과목에서 출석 인정 공문을 제출한다 하더라도 담당 교수가 승인하지 않으면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 MT에 참석했던 한 학생은 “교양과목 교수님이 출석공문을 인정하지 않아 결석으로 처리됐다”면서 “전공수업과 교양수업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MT를 평일로 기획하는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다.
소통방식의 개선 요구돼
이번 논란도 결국은 소통방법의 문제에서 비롯됐다. 디자인학과 학생회 해명글의 요지는 ‘MT에 관한 안건을 학과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와 개강총회에 상정해 인준 받았고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MT 이전에 학과 학생들의 의견을 학생회와 학생들이 아닌 교육부와 페이스북, 기자 등을 통해 접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학과에 직접 정식 건의를 했다면 대화를 통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반면 학생들은 학운위나 개강총회에서 대놓고 학과의 의견에 반대를 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학생회나 학과장, 학장에게 찾아가 반대 의견을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논란을 겪은 디자인학과 학생회는 “이번 상황을 통해 MT에 대한 디자인학과 학생들의 의견수렴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이번 학기 내에 총회나 설문조사를 통해 MT의 존속 여부 또는 MT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롭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조사할 내용이다”라고 밝혔다. 비단 디자인학과뿐만 아니라 공론화 되지 않은 학과들 또한 학생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배은진 기자
baoo1007@naver.com
<table width="504" align="center" border="0" cellspacing="2" cellpadding="2" xonmouseout="='this.style.border="0";'" dashed";'="" xonmouseover="='this.style.border="4p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