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하 한 장관)이 사형 집행 시설을 갖춘 전국 4개 교정기관에 시설 점검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형사소송법 제463조(사형의 집행) ‘사형은 법무부장관의 명령에 의하여 집행한다’는 법령을 근거로 한 장관의 사형 제도에 대한 부활을 암시하는 발언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한 장관은 “법 집행 시설이 폐허처럼 방치되고 사형 확정자가 교도관을 폭행하는 등 수형 행태가 문란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며 “사형을 형벌로 유지하는 이상 법 집행 시설을 적정하게 관리, 유지하는 것은 법무부의 업무”라고 밝혔다. 최근 칼부림을 비롯한 흉악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현재 흉악범들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도 보인다.
유명무실한
사형 제도
대한민국에서 사형은 헌법 제110조 4항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군인·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에 관한 죄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해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규정에 의해 간접적으로 그 존재가 인정되며, 이 조항을 근거로 헌법재판소는 1996년,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사형 제도의 존재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1948년 제1공화국 출범 이후 1949년 7월 14일 살인범을 사형에 처한 것을 시작으로 1997년 12월 30일까지 920명에게 사형을 집행했다. 이후로는 김대중 대통령의 ‘사형 제도 폐지’ 공약에 따라 사형을 선고하되 실제로 집행하지 않게 됐고 그 풍토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은 법률로서 사형 제도가 존재하지만 26년 동안 집행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흉악범들을 향한
사적 제재,
의로운 행동인가?
한편, 최근 칼부림을 비롯한 살인, 성폭행을 비롯한 강력 범죄가 잇따름에 따라 흉악범에게 내리는 처벌을 강화하고 법정 최고형으로서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여론을 반영한 듯, 강력 범죄를 저질렀지만 교묘히 법의 처벌을 피해 간 흉악범들을 대상으로 국민사형투표를 진행하고 사형을 집행하는 내용의 SBS 목요드라마 <국민사형투표>는 목요일 동시간대 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연일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누리꾼들은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저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속이 시원하다” 등 흉악범들을 향한 사적 제재를 가하는 범인을 옹호하며,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에 통쾌함을 느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편, “이러한 상황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대한민국 사법 체제의 존속 이유가 없다”라고 밝히며 사적 제재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갖는 누리꾼 또한 존재했다.
실례로 2008년 8세 여아를 성폭행하고 신체를 훼손해 많은 국민의 분노와 비난을 받은 조두순 씨는 징역 12년형을 받고 2020년 12월에 출소했으나 1년 뒤 자택에서 20대 남성으로부터 둔기로 피습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많은 누리꾼들이 관련 기사에서 가해자를 ‘국가 대신 정의 구현을 한 의인’으로 떠받들었고 동시에 사형 제도 집행에 대한 주장이 점화됐다.
사형 제도,
당위적인가,
국가의 월권인가?
그렇다면, 사형 제도를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형 제도 찬성론자들의 근거는 무엇일까? 그들이 가장 먼저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응보적 관점’이다. 사형수들이 행한 범죄의 질이 극악무도한 경우 그들의 행동에 합당한 처벌이 바로 사형 제도인 것이다.
사형수들에게 할애되는 비용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법무부는 2023년 기준 재소자 한 명을 관리하는데 매년3,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밝혔으며 이는 9급 초임 공무원 연봉 2,831만원 보다 많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현재, 사형 판결은 가석방이 없는 무기징역이나 다름이 없다. 다시 말해, 사형수들의 사망까지 1인당 매년 3,000만 원이라는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혈세라 불리는 국민의 세금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형벌은 범죄자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줘 범죄를 예방하는 역할 또한 수행하는데 이를 위하력이라 한다. 사형은 형벌 중에서도 가장 높은 위하력을 가진다. 여론조사 플랫폼 wisevoter에 따르면, 사형을 집행하는 싱가포르와 일본의 살인율(인구 10만 명당 발생하는 살인 사건)이 각각 0.44건, 0.51건으로 1위, 6위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1.4건으로 46위를 차지했다. 높은 수치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총기 규제가 엄격한 국가임을 감안했을 때 낮은 수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칼부림을 비롯한 흉악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사형의 위하력은 사형 집행에 대한 여론을 강화하기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사적 복수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견 또한 존재한다. 보편적인 인간이라면, 감정을 갖고 있는 동물인 만큼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이 흉악 범죄를 당했을 경우 흉악범에게 위해를 가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결국 복수가 복수를 낳고 사적 보복의 악순환으로 변질될 것이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결국 범죄자와 피해자가 아닌 객관적인 제3자의 개입을 통한 처벌이 필요한데 적합한 대상을 국가로 보는 것이고 국가가 내리는 처벌이 사형 제도라는 것이다.
한편, 사형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 또한 즐비하다. 그들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국가라 할지라도 인간의 기본권인 생명권을 탈취할 수 있는가?” 즉, 생명권을 박탈함에 있어 그 대상이 국가일지라도 책임 소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타인의 생명을 빼앗은 살인범에 한해서는 사형 집행에 문제가 없다는 반론이 있으나, 이에 대해 현대 선진 법치국가에서는 동해보복 사상을 부정하고 있다는 재반론이 가능하다.
또한 오판일 경우 사형이 집행된 사형수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형 집행을 통한 사형수 사망 후 진범이 밝혀진 경우 ‘무고한 이의 죽음’은 되돌릴 수 없다. 혹자는 유족들에 대한 보상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형 제도의 불가역성으로 인해 피해 당사자에게는 결코 그 보상이 닿을 수 없다.
사형 집행으로 인한 외교 및 통상 문제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한 장관은 지난 7월 “사형제는 외교적 문제에서도 굉장히 강력하다. 사형을 집행하면 유럽연합(이하 EU)과의 외교관계가 심각하게 단절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EU는 사형 제도가 비인도적인 형벌이며, 사형 제도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함에 따라 사형 제도를 폐지할 것을 주장해왔다. 그렇기에 사형을 집행할 경우 EU와의 외교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일각에서는 사형 집행으로 2015년 발효된 EU와의 자유무혁협정(FTA)이 파기될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거론되고 있다.
사형 제도에 대한
갑론을박,
학생들의 의견은?
이처럼 사형 제도에 대한 찬성과 반대에 대한 갑론을박은 현재까지도 반박과 재반박이 오가며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사형 제도에 대한 우리대학 학생들의 의견을 알아보고자 9월 4일(월)부터 9월 8일(금)까지 5일간 에브리타임을 통해 우리대학 재학생 35명을 대상으로 ‘사형 제도에 대한 입장’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찬성 17명(48.6%) ▲반대 11명(31.4%) ▲중립 7명(20%)으로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찬성 응답자 17명에 한해 “사형 제도에 대해 찬성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복수 선택 가능)”라고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흉악범에게 응당 적합한 처벌이다, 사형수들에게 소모되는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잠재적 흉악범에게 일종의 경고 역할로 작용해 강력 범죄가 감소할 수 있다 각 12명 ▲사적 복수를 예방할 수 있다 3명 ▲기타 의견 2명으로 나타났다.
한편, 반대 응답자 11명에 한해 “사형 제도에 대해 찬성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복수 선택 가능)”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국가가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 7명 ▲오판일 경우 사형이 집행된 사형수에게 보상이 불가능하다 5명 ▲사형 제도를 실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외교 및 통상의 문제 3명 ▲기타 의견 1명으로 나타났다.
사형 제도는
신중히 접근해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형 제도 존폐 여부에 대한 논란은 계속돼왔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우리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사형 제도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또한 타 형벌과 비교해 집행했을 때 압도적인 불가역성을 가지며, 그 대상이 인간의 기본권인 생명인 경우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렇기에 국가는 사형 제도의 장점과 단점, 도덕적 사항을 깊이 고려하며 그 과정에서 국제 인권 기준과 법률 체계를 적극적으로 참고해야 한다. 또한 이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신중한 접근을 통해 사형 제도의 미래를 결정하면, 대한민국은 공정성과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를 구축하는 데 한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남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