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많은 침수 차량을 보며
태풍 ‘힌남노’가 대한민국 땅을 덮치고 지나간 이후, 포항 지하 주차장 사태는 국가와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아프게 했다. 차량이 침수되기 전에 빨리 지상으로 차를 빼야 한다는 관리사무소의 안내 방송을 듣고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가 8명의 주민이 참변을 당했다. 주민들을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게 한 관리사무소의 잘못인가? 기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하 주차장에 있는 차량은 아파트 주민들의 소중한 자산이고, 주민들이 자신의 소중한 자산을 잃지 않게 미리 조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힌남노가 다가오기 전, 서울에도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며 강남구 일대가 침수되기도 했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부자 동네인 강남이 폭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비싼 외제차를 비롯한 수많은 차량이 물에 잠긴 채로 버려졌다. 우리대학이 속한 노원구가 폭우 속에도 비교적 잠잠했던 것을 고려하면 강남구의 폭우 피해가 정말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이번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의 침수 차량이 8,400대가 넘는데, 이는 포항 전체 차량의 3%에 달하는 정도이며, 보험사에 접수된 피해액이 무려 540억원을 넘었다. 폭우로 침수 차량이 발생할 때마다, 중고차 시장에서 침수 차량을 조심해야 한다는 소리가 정말 많이 들려온다. 침수된 이력이 있는 중고차는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대에 거래되고 있는데, 침수 정도가 심하면 아예 중고차에 내놓을 수 없기도 한다. 침수 차량은 수리에 성공해도 짧은 기간 안에 다시 고장날 확률이 높고 이는 안전사고로 직결되기 때문에 사실상 대책이 없다시피 하다.
차는 남이 사주든, 내 돈으로 사든 분명히 비싼 재화임은 틀림없다. 애지중지하며 타고 다니던 차가 한번 침수되었다는 이유로 모두가 기피하는 재화가 된다는 것은 분명히 슬픈 일이다. 특히 몇억원 대의 스포츠카나 슈퍼카가 침수된다면 그 기분은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기자는 이번 태풍과 폭우로 많은 차량이 침수돼 버려지는 것을 보고 사람이나 기계나 정말 대단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이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든,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많은 명성을 얻었든, 불의의 사고로 죽고 나면 다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 대기업에서 각종 옵션을 추가하며 공들여 만든 최신 스포츠카도 예상치 못한 침수로 저렴하게 팔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돼버린다.
그렇다고 기자는 폭우로 차량이 침수될 것 같으면 사람 목숨이 가장 중요하니 무조건 미련없이 차량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차량이 생계 유지에 필수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차량 구매로 인생이 바뀐 사람도 있을 것인데, 본인의 소중한 물건을 미련없이 버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반대로 소중한 물건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라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기자는 궁극적으로 물질에 대한 집착을 버려보자고 말하고 싶다. 앞서 말한 대로 사람이나 기계나 한번 죽으면 끝이다. 이번 포항에서는 차량이 침수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빌딩 하나가 통째로 떠내려가는 일까지 있었다. 이 빌딩이 건물주에게 굉장히 소중한 자산이었는데, 허무하게 물에 떠내려가버렸다.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를 보며,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언제든 예고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누가 침수 피해의 대상이 되어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잘 극복해나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