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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심재민 ㅣ 기사 승인 2022-11-08 09  |  666호 ㅣ 조회수 : 367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심재민 (화생공·19)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인신매매 ▲장기매매 ▲성매매 등 돈으로 사고파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 예는 무수히 많다. 그런데 정말로, 우리는 그것들을 돈으로 살 수 없을까? 사실 돈이 있고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 마이클 샌델은 그의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시장과 시장가치가 원래는 속하지 않았던 삶의 영역으로 팽창한 것이 지난 30여 년 동안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변화’라고 말한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는 관직을 사고파는 매관매직이 횡행했고, 고전소설 『흥부전』에는 매 품팔이(돈을 받고 대신 곤장을 맞는 행위)를 하는 흥부의 모습이 드러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 돈이 있으면 죄가 없고 돈이 없으면 죄가 있음) ▲유전가사귀(有錢可使鬼, 돈이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음) ▲돈만 있으면 개도 멍첨지(천한 사람도 돈만 있으면 귀하게 대접함)와 같은 옛말들로부터, 우리는 돈이 도덕성을 잃은 것이 비단 30년 사이의 변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돈과 맞바꿀 수 없는 인간의 가장 신성한 영역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고를 것이다. 살아 있지 않다면 그 많은 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데 가까운 역사 속에서 우리는 돈으로 목숨을 사고 판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970년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는 ‘핀토’라는 자동차를 출시했다. 핀토는 뛰어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빠르게 팔려나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정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다. 후방 연료탱크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폭발이 발생한다는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미국 정부는 1인당 사망 보상비 20만 달러를 책정했고, 포드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차량 결함으로 예상되는 사망자와 화상 피해자는 각각 180명, 이들에게 사망 보상비와 화상 보상비를 지급할 경우 약 4,953만 달러가 소요된다. 이에 반해 핀토를 비롯한 유사 차량 1,250만 대를 리콜해 수리할 경우 필요한 비용은 약 1억 3,700만 달러. 포드는 차량을 수리하는 것보다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편이 8,747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27명의 사람이 이 결함으로 예견된 죽음을 맞았고, 포드는 계획대로 금전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돈은 윤리를 상실한지 오래다. 뉴스를 틀었다 하면 각종 사기와 도박, 강도 사건이 우리를 반긴다. 인간은 돈을 창조했고, 돈은 자본주의를 만들었고, 자본주의는 우리를 황금만능주의로 이끌려 한다. 그리고 인류는 그 황금만능주의에 잠식당하기 일보직전이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이와 같은 사건에 공분한다. 돈은 도덕성을 잃은지 오래지만 사람들은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낀다. 하지만 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돈으로 목숨을 산다는 말에 분노하는 우리도, 의사로부터 건강을 사는 것은 당연히 여기지 않는가? 이미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어쩌면 돈으로 목숨을 사는 것이 당연시되는 날이 머지않았을지도 모른다.



 돈은 인류의 약속에 불과하다. 먼 과거에는 조개껍데기에 불과했지만 인류가 돈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조개껍데기는 돈이 됐다. 그리고 21세기의 조개껍데기는 목숨마저 좌지우지하는 무소불위한 존재가 됐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분노하자.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변화는 의심으로부터 시작된다. 보편적인 통념, 사회적인 약속을 두고 의문을 던져보자. “정말 이게 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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