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중국의 한한령, 답 없는 한국의 대처
박수영 기자 승인 2017.03.19 17 584호



  한한령(限韓令), 한류(韓流)를 제한(限)하는 명령(命令)이란 뜻이다. 한류를 금지하는 명령인 금한령(禁韓令)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최근 중국의 한한령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한한령의 원인이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 우리나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은 자국에 대한 군사 견제의 목적으로 사드를 배치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사드 배치가 확정된 지난해 7월 10일(일)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중국의 큰 보복성 조치는 있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지난해 7월 12일(화) 중국 외교부 측은 “중국이 상응하는 조처를 해 스스로의 안전 이익을 수호할 것이다”고 답해 한한령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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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중국의 방송·영화·광고 등을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 관리인이 한국 연예인의 중국 진출을 제한하자는 글을 작성했다. 그는 근거로 ‘민족문화산업수호를 보호해야 한다’, ‘중국 연예인의 국민적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 등과 함께 ‘분별없는 행위에 대해 경고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여기서 ‘분별없는 행위’는 한국의 사드 배치를 암시한다.



  중국 정부는 한한령이 사드와 관련돼 있음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지난 1월 4일(수)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만났다. 왕이 외교부장은 “사드 배치를 가속하면서 중국 내 한류 유통을 요청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큉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장조리는 “중국 국민이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사드 배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한류 콘텐츠가 버젓이 유통되면 국민의 악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제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7일(화) 정례 브리핑에서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한령을) 나는 들어본 적 없다”며 중국의 한한령을 부인했다. 그러나 루캉은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며 “한·중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한국 내 사드 배치를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 정부는 한한령에 대해서 부정하지만, 사드에 관련한 답변을 볼 때 사드 배치가 한한령으로 이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한령이 사드 배치 외에도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에 맞선 방침이라는 시각이 있다. 트럼프는 당선 전부터 자국을 우선시하는 외교정책을 내세웠다. 미국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한 트럼프는 취임 첫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탈퇴하고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재협상하겠다고 밝혔다. 국외 투자에 관대함을 보였던 중국이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에 맞서 맞불을 놓기 시작한 것이다. 윤경우 국민대학교 대외협력부총장은 “한한령의 본질은 사드가 아니다”라며 “사드는 단지 핑곗거리일 뿐”이라고 말한다. 윤 부총장은 “사드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중국의 자국 우선주의 집착이 사라질 리 없다”며 “중국 우선주의도 미국 우선주의 못지않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한령이 사드 배치의 보복일 수도, 자국 우선주의일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중국의 한한령으로 인해 한류가 위기에 빠졌다는 것이다. 한류스타들이 갑자기 중국 드라마에서 하차하거나 예능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8월 후난위성방송 드라마 ‘상애천사천년2’에서 돌연 하차한 배우 유인나 씨가 대표적이다. 더 나아가 중국은 예능프로그램에서도 한류 지우기에 나섰다. 올해 2월 중국판 런닝맨인 ‘달려라 형제’와 ‘나는 가수다’가 각각 ‘달려라’와 ‘가수’로 프로그램 이름이 수정됐다.



  사드 배치 이후 한국인 광고모델을 교체하고, 팬미팅을 취소하는 일이 생겼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중국에서 스타가 된 배우 송중기 씨는 지난해 6월 VIVO와 거액의 광고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사드 배치가 확정된 이후인 지난해 11월 대만계 배우 펑위옌(彭于晏)에게 광고 모델 자리를 내줬다. 





  또, 지난해 8월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연배우인 김우빈 씨와 수지 씨가 참석하기로 한 팬미팅이 행사 3일 전 정확한 사유도 없이 연기됐다. 최근에는 비자 요건을 강화해 한류스타들의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국내 경제도 중국의 한한령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11월 롯데가 경북 성주군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했다. 중국 정부는 현지에 진출한 롯데 계열 사업장과 매장의 세무조사, 위생조사, 소방안전 검사 등을 실시했다. 결국, 롯데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 롯데월드 선양이 지난해 12월 공사가 중단됐다. 중국 정부는 소방안전 사항 등을 문제 삼았지만, 중국의 사드 부지 제공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추정된다. 롯데그룹이 중국 내 개점한 롯데마트의 과반수가 영업정지를 당했다. 중국 정부의 ‘롯데 죽이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 불매운동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는 “롯데가 입장을 바꿀 수 없다면 중국을 떠나야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신화통신도 “롯데그룹이 지역 관계를 격화시키는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중국의 한한령으로 현지의 롯데 계열사가 피해를 본다면 매출의 상당한 부분을 중국인 관광객에 의지하는 롯데면세점을 비롯해 현지 롯데계열사의 존속이 흔들릴 것이다.


  한한령으로 피해를 본 기업이 롯데만이 아니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업계는 지난해부터 전기 자동차 배터리 보조금 제외, 모범 기업 인증 탈락 등으로 중국 공장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보조금 지급 조건인 모범기업 인증을 받지 못하면 중국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중국은 LG화학과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충족하기 어려운 생산 능력 인증 기준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중국의 정부 기관 관계자는 “LG화학과 삼성SDI가 중국 현지 공장 완공 이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나서 제동을 건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비관세장벽도 높이고 있다. 최근 중국이 28개 화장품에 수입 불허 판정을 내렸는데 그 중 19개가 국내 화장품이다. 서류 미비와 성분 함량 초과 등 화장품 수입 불허 이유가 제각각이었다. 지난 1월 13일(금) 중국 베이징에서 1차 한중 FTA 공동위원회가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국내산 화장품 수입 거부가 증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중국은 화장품 수입 거부 논란을 “수입 제한된 한국산은 극히 일부분으로 한국을 차별하는 조치가 아니다”라며 “중국의 법과 규정을 준수하면 문제가 될 리 없다”고 일축했다. 중국의 한류 열풍과 함께 국내 화장품의 인기도 덩달아 올라 중국 내에서 국내 화장품시장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 내 국가별 화장품 선호도가 국내 화장품이 23%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중국 정부가 수입 불허 조치를 내린 화장품의 절반 이상이 한국 제품이라는 점은 한국을 겨냥한 보복 규제로 보인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 제품을 수입할 때 관세 인상과 인·허가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작년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의 검사가 더 강화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은 한국 관광 금지령을 내렸다. 지난 3일(금) 중국 정부는 자국 주요 여행사에 15일(수)부터 한국여행 업무를 정지하라고 통보했다. 사실상 한국 여행 금지령이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한국 여행을 제지하고 있었다. 자국 여행사에 한국행 단체관광의 20%를 감축하라고 요구하며, 현지 쇼핑을 1일 1회로 제한했던 것이다. 그 결과 올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기간(1월 27일~2월 2일) 동안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대폭 감소했다. 면세점을 포함해 화장품, 여행·숙박업계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중국의 한국여행 금지령으로 점점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강원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3분의 1이 중국인이었다. 그동안 강원도는 중국인 관광객에 집중해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중국의 한국여행 금지령으로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중 간 문화콘텐츠 사업도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5일(일) 중국 내 1위 드라마·영화 제작배급사인 화처미디어가 한국 지사 운영을 축소하기로 발표했다. 영화계에서는 ‘CJ E&M China’가 올해 인력을 감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무자비한 대응은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이 났을 때부터 예상됐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대응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한한령에도 사드 배치를 철수할 생각이 없다. 최근 한국 정부는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3일(금) 당정회의에서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자위적 방어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前 대표는 “사드를 배치해도 최대한 중국을 외교적으로 설득해 경제·통상 등의 보복을 해소하는 것이 정부 책무”라며 “거꾸로 중국을 자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現 정부의 대처에 우려를 표했다.



  중국이 한한령을 멈추게 하려면 우리나라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중국이 한한령을 지속한다면 경제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가 큰 손해를 본다. 한중간의 무역이 각 나라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피해가 비대칭적이다. 그러나 중국의 한한령이 우리나라에만 손해일까? 그렇지 않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의존도는 약 25%였다. 반면 중국의 수출의존도는 약 5%에 불과했다. 수치로는 우리나라의 손해가 더 커 보이지만 중국도 분명 손해가 따른다. 우리나라의 전체 중간재 수출 중 중국의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부품에 대한 중국 수요가 늘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나라 액정디바이스의 중국 수요가 무려 80%에 달한다. 현재 중국은 자신들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선 여전히 한국 기업의 투자를 반기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대 투자처는 미국이고 중국이 다음을 잇는다. 중국 입장에서 지난해 국가별 외국인 직접투자 비중은 홍콩이 1등이고 우리나라는 3.8%로 세 번째다. 수치상으로 차이가 나지만 최근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중국은 인프라 사업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의 도움이 아쉬울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사드 보복 조치가 한창이던 작년에 한국 스타트업 지원센터를 개설했다. 중국 중앙 정부의 창업 활성화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한한령은 경제 뿐 아니라 자국의 문화콘텐츠 분야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지난달 27일(월) 중국 언론 차이신왕은 한한령으로 일부 중국 연예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배우 정솽(鄭爽)과 장한(張翰)은 올해 2월 배우 이종석과 함께 드라마 ‘비취연인’을 촬영했다. 해당 드라마의 중국 진출이 막혀 두 배우 또한 피해를 받게 됐다. 중국 문화콘텐츠 기업도 마찬가지다. 2년 전부터 중국 업체들은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SM, YG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의 한한령으로 한류스타들의 중국 진출이 제한돼 중국 문화콘텐츠 기업 또한 피해를 받고 있다.



  중국과 똑같이 대응해서는 안 된다. 논리와 전략을 가지고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먼저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과 중국인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는 국내 여행업·뷰티·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다행히 중국의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의 한류 열풍은 식지 않고 있다. ‘도깨비’, ‘푸른바다의 전설’과 같은 최신 드라마는 여전히 중국에서 관심을 끈다. 중국이 자국의 유통업체 대신 롯데그룹을 많이 이용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중국이 한한령을 지속하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도 피해를 받는다. 중국 내에서 줄곧 맥을 이어온 한류 열풍은 결코 가벼운 수준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제품을 쉽게 살 수 없는 그들이 피해를 받는다.



  2010년 중국 어민과 일본 순시선이 충돌해 두 국가 간 외교 분쟁이 일어났다. 중국 정부는 희토류를 일본에 수출하지 않겠다는 반 ‘협박’으로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다. 희토류는 전자제품의 필수 요소로 당시 중국에서 독점하고 있어 일본으로서는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 후 일본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 노력했고, 희토류 수입 다변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다. 그 결과 중국에서 수입하는 희토류 가격이 폭락했고 중국 정부는 희토류의 회소성과 가격이 떨어지자 희토류 업계를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중국 희토류의 가격이 2010년 정점을 찍고 현재까지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희토류 수입 의존도를 줄이며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 일본은 중국에 통쾌한 복수를 할 수 있었다. 과거 대만도 관광국 다변화 등을 통해 중국의 공세를 극복했다.



  우리나라가 중국의 ‘막장 보복’에 당하지 않으려면 대만과 일본처럼 중국 일변도의 무역, 관광 등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본은 희토류 전쟁 이후 중국의 반일 시위로 막대한 피해를 겪었다. 우리나라도 큰 위협을 겪을 수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시장인 만큼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취해야 할 방책이다. 한중간의 비대칭 관계를 타파하고 우리나라의 약점을 최소화해야 동등한 국가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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