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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인재 할당제 시행 20년, 무엇이 문제인가?
박수겸 ㅣ 기사 승인 2022-03-10 14  |  656호 ㅣ 조회수 : 6817

  지역인재 할당제 시행 20년, 무엇이 문제인가?



▲ 위: 연도별 지역인재 채용 비율 & 지역인재 채용 의무 비율 , 아래: 우리나라 전체 인구 대비 수도권 인구 비중



  우리나라의 경제개발이 급속도로 이뤄지던 1960년대 이래로 21세기에 접어들고도 20년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도, 이촌 향도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서울의 ▲정치 ▲경제 ▲사회적인 자원과 역량이 수도권에서 머물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방이 갈수록 위태로워졌다. 이러한 배경 속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역인재 할당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과연 ‘지역인재 할당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지방 발전에 도움이 됐을까? 다른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자.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한 지역 할당제



  20세기 대한민국의 지역 발전은 서울과 수도권의 집중 개발로, 서울을 비롯한 주변 지역의 종속적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따라 21세기에 접어들며 ‘지역 차별’과 ‘서울 공화국’과 같은 이야기가 사회 전반적으로 화두에 오르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산업화가 진행되기 이전인 1960년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8%에 불과했으나, 지난 2020년 50.2%로 수도권 인구수가 비수도권 인구수를 이미 넘어섰고, 통계청은 2050년까지 지속해서 소폭 증가할 것이라 예상한다.



  또한 수도권 인구 밀집 현상이 저출산·고령화 시대와 동시에 작용하면서 지방 소멸이 큰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는 수도권 지역에 편중된 경제성장의 과실을 비수도권 지방 지역들과 함께 누려보고자 하는 뜻으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출범했고, 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국토 균형 발전의 밑그림을 그렸다. 다음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8년 ‘지역인재 할당제’를 효과적인 지방 자치 및 지방 발전을 위한 방법이라 보고 실행에 옮겼다.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한 지역인재 할당제



  지역인재 할당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지방에 이전하는 한편 혁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해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연계해 각 지방에 혁신도시를 건설했다.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주거·교육·문화 수준을 끌어올리리라 기대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 걸쳐 정교하게 계획된 지방인재 채용은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듯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연도별 지역인재 채용률은 ▲2012년 2.8% ▲2013년 5.0% ▲2014년 10.2% ▲2015년 12.4% ▲2016년 13.3%로 2012년 이전 지역 할당제가 신규채용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다.



  이는 지방으로 이전된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지방대학 및 지역 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약칭 지방대 육성법)에 따라 ‘근로자 300명 이상인 공공기관은 신규 채용인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지역인재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법령 아래에서 강제되지 않는 지역인재의 채용이 미미했다.



  이에 대응해 2013년 ‘혁신도시 특별법’으로 일정 비율의 지방인재 채용이 권고됐다. 결국 2013년부터 급격히 증가해 기존 2012년 2.8%에 불과했던 지방인재 채용률은 4년이 지난 2016년 13.3%로 4년 새 10.5% 증가하게 됐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8년 개정된 혁신도시법에 따라 기본적으로 지방으로 이전된 공공기관은 2018년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18%부터 시작해 해가 지날 때마다 3%씩 증가 시켜 결과적으로 2022년 이후 30%의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의무로 하게 됐다.



  지역 할당제의 역차별



  지역 할당제의 일종인 공공기관 지역인재 제도는 큰 모순이 있다. 바로 지역인재를 책정하는 기준이 대학의 지리적 위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역차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시를 생각해보자. 지방 지역에서 태어나 20년을 지방에서 거주했지만, 학업능력이 우수해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한 A와 서울에서 태어나 20년을 서울에서 거주했지만, 학업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지방소재 대학에 진학한 B가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A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취업을 준비할 경우 지방인재 가산점을 받지 못하며 특별 전형 또한 응시 불가하다. 반면 B는 평생을 서울에서 살아왔고 A보다 학업능력이 떨어졌지만, 대학 소재 지역의 공기업 입사 전형에서 가산점을 받거나 특별 전형으로 입사할 수 있다. 이는 분명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점이고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도권 공공기관 지역인재 선발 기준에도 문제가 존재한다. 인천 소재의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항만공사의 경우, 인천 소재의 공기업이지만 인천 소재 대학이 아닌 모든 비수도권 대학에 지역인재 할당제를 부여하고 있다. 지역 인재 채용에 수도권 대학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토대로 지역 할당제는 수도권 대학 패싱에 더 가까운 양상을 보인다.



  공공기관 채용과

  지역주의



  역차별만이 문제는 아니다. 정부는 지역 할당제를 그저 공공기관 취업에만 유리하게만 작용하게 시행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학생들을 끌어모으게 된다면 기대하는 것과 반대로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근본적인 대학의 수준 향상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실효성은 찾아보기 힘들면서 부작용만 드러나는 정책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지역 할당제는 두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서울 소재 대학 선호현상 완화고 둘째는 지방 균형 발전이다. 이 중 첫째 이유인 서울 소재 대학 선호현상 완화는 현행 정책으로는 의미를 찾기 힘들다.



  현행 정책은 지역 할당제를 통해 학생들의 지방대학 선호도를 높이고, 그렇게 모인 인재들로 대학의 위상을 올린 뒤,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결과적으로 지방 할당의 의존 없이 사기업에서도 선호하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애초에 공기업과 공공기관 취업에 유리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서울에서 학생들을 끌어모아 대학에 입학시킨다고 해도, 이 경우 해당 지방거점국립대학의 공기업 취업에 유리한 과를 제외한 나머지 과의 경쟁력은 없다시피 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곧 특정 과에만 우수한 학생들이 집중되기 때문에 대학 전반적인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방 할당제는 역차별이라는 논란 속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을까? 지난 2021학년도, 지방거점국립대학 중 하나인 전남대학교는 최종 등록률이 96.6%까지 떨어졌다. 동년도 서울 소재 대학의 등록률이 99.3%인 점을 고려했을 때 비교적 낮은 수치라 볼 수 있다. 지방거점국립대학을 제외한 다른 지방 중심국립대학 혹은 지방 소재 사립대학은 사정이 더 좋지 않다. 2021학년도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비수도권대학은 충원율이 평균 89.2%로 집계됐다. 이는 비수도권대학을 기피하는 현상과 함께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정책의 초점이 어긋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학령인구는 지속해서 줄고 있는 가운데 지방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대학 간의 통폐합이 진행되고 있다. 지방거점국립대학의 위상도 위협받는 가운데 다른 지방 소재 대학이 몸집을 키워나가는 것은 경쟁력을 강화하긴커녕 약화할 수도 있다는 의견 또한 존재한다.



  더 큰 문제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현재 지방 소재 대학은 지방거점국립대학이 비 지방거점국립대학(지역 중심국공립대학, 지방사립대학)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와 최근 지방거점국립대학과 주변 대학을 통폐합하며 지방거점국립대학의 덩치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 연속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인재 할당제는 해당 지역 공공기관의 학벌 카르텔이 형성될 수 있다. 2021년 10월 21일(목)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 '혁신도시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현황'에 따르면, 혁신도시로 이전한 주요 18개 기관의 2020년 신규 채용 현황에서 지역별 특정 대학 1곳 쏠림 비율이 60%에 달했다. 특히 제주혁신도시로 이전한 공무원연금공단은 9명 전원이 제주대 출신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지난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퇴직 간부가 설립한 회사에 588억 원 상당의 용역 일감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전관예우 수준을 넘어 전·현직끼리 일감을 몰아주고 퇴직 후 자리를 보장해주는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지역인재 할당제가 지방거점국립대학에만 독점되도록 방치한다면, 학연이 얽힌 공공기관에서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물론 이런 문제의 발단은 '지역'을 기준으로 한 현재의 지방인재 설정 문제와 직결돼있다.



  비수도권 대학의 미래,

  지역할당제에

  있지 않다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이자 지성의 요람이다. 하지만 현 정책은 비수도권 소재 대학을 그저 공기업 취업을 위한 일종의 ‘사관학교’로 만드는 수단으로 변질할 우려가 있다. 진정 비수도권대학의 발전을 위한다면 단순히 공공기관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을 포섭하는 것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



  대학별 특성화 사업을 계획하고 학과를 통폐합하는 등 규모를 축소하는 가운데, 대학원생을 유치하고 대학원에 투자를 집중해 대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지역 할당제는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한 일종의 정책이다. 또한 지방 균형 발전은 우리나라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현재 시행되는 지역인재 할당제로는 역차별의 문제부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지방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자는 의미로 시작된 혁신도시 개발법에서, 지역인재의 지역정착을 의도한 이명박 정부의 지역인재 할당제는 어느덧 시행된 지 20년이 다 돼간다. 하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지역인재 할당제는 공기업의 채용 비율 증가라는 단순하고 가벼운 정책만으로 접근하고 있다. 오히려 역차별과 지방 소재 대학 간의 양극화, 지방대학의 본질적인 경쟁력 약화라는 부작용만 돋보인다.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 소재 대학의 입지 강화는 여러 가지 문제가 얽힌 복잡한 문제다. 하지만 이를 공공기관의 지방 소재 대학 졸업생 의무 채용이라는 단순한 제도로만 접근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발전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이미 공공기관에서 의무채용 비율을 2018년 18%부터 연간 3%씩 증가 시켜 결국 올해 30%라는 높은 비율을 의무 채용하도록 정해뒀지만, 오히려 지방거점국립대학을 비롯한 지방대학의 경쟁력은 해가 지날수록 약화함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또한 진정한 의미로의 ‘공정’과 ‘정의’에 대해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진학한 대학에 따라 지역인재가 설정되는 방식을 비롯해 현행 정책은 공정과 정의라는 측면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방 균형 발전과 지방 자치 활성화를 위해 어떻게 정책을 펴나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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