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 과잉의 환경 속에서 수용자들은 더 많은 정보를 소비하기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골라 보는 방식으로 미디어 이용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스타 매거진’이 새로운 정보 창구로 부상하고 있다. 방대한 정보를 직관적인 시각 자료로 정리해 전달하는 큐레이션* 방식을 앞세워, 새로운 미디어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종이 잡지의 쇠퇴와 디지털 주권의 이동
전통적인 인쇄 잡지 시장의 몰락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정기간행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잡지 산업 총매출액은 2010년 대비 절반 수준인 5,315억 원에 그쳤다. 과거 최고 50만 부를 발행했던 최장수 월간지 『샘터』 역시 적자 누적으로 이번 1월호를 마지막으로 무기한 휴간을 결정하며 사실상 폐간 수순에 들어갔다. 『샘터』 측은 “스마트폰이 종이책을 대체하고 영상 중심 미디어가 활자를 압도하는 흐름”을 주요 쇠퇴 원인으로 꼽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미디어 소비 중심은 SNS 기반 디지털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중 인스타 매거진은 5~10매 내외의 카드뉴스 형식을 통해 세분화된 주제를 전달하며, 이용자의 반응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은 유사 콘텐츠를 반복 노출해 고도의 개인 맞춤 정보 환경을 구축한다.
이종임 IT정책전문대학원 강사는 “인스타 매거진은 이미지 중심의 메시지 구조로 기존 매체보다 접근성과 확산성이 크다”며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려는 2030세대의 미디어 이용 방식과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나스미디어의 ‘2024 인터넷 이용자 조사(NPR)’에 따르면 20대 응답자의 80.9%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최신 트렌드 정보를 습득한다고 답했다. 주요 인스타 매거진의 게시물당 평균 저장 수는 일반 기업 계정보다 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용 행태는 실제 이용자들의 사례와도 맞닿아 있다. J-POP 관련 인스타 매거진을 팔로우하는 송민호 씨(벤처경영·24)는 “장르 특성상 정보가 흩어져 있는데, 매거진이 내한 소식과 신곡을 한곳에 모아 큐레이션 해주는 점이 특히 유용하다”고 말했다.

▲ 아이즈매거진의 피드 (출처=아이즈매거진)
자본 유입과 편집 주체의 다양성
인스타 매거진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성 미디어와 대기업의 시장 진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엘르』 ▲『코스모폴리탄』 ▲『하퍼스 바자』 등을 발행하는 HLL중앙은 ‘아이즈 매거진’(팔로워 121만 명)을 통해 2023년 10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성을 입증했다. ▲『보그』 ▲『W』 ▲『GQ』를 발행하는 두산매거진 역시 ‘패스트페이퍼’(팔로워 85만 명)를 중심으로 디지털 점유율을 확대 중이며 ▲MBC ▲현대자동차 ▲올리브영 등 기존에 잡지를 발행하지 않던 기업들도 브랜딩 전술을 일환으로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이들의 주된 수익원은 브랜드 협찬 및 광고 콘텐츠 제작이다. 기업 산하 인스타 매거진 담당자 A씨는 “광고와 일반 콘텐츠의 형식 차이가 적어 이용자들의 거부감이 적고, 플랫폼 특성상 반응을 실시간으로 데이터화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낮은 제작 진입장벽은 개인과 대학생 조직이 새로운 편집 주체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대학생 개인이 운영하며 8만 5천 명의 팔로워를 확보한 서브컬처 매거진 ‘푸더바(@ptb_mag)’ 운영자 B씨는 “지적 허영심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대중적 소재와 마이너한 소재의 비중을 배분해 큐레이션한다”며 “언더 아티스트나 마이너한 작품에 하입**을 불어넣는 하입맨 역할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마케팅 인사이트를 전하는 ‘MOT 매거진(@mot_magazine)’은 부산대 마케팅 학술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운영하는 계정이다. MOT 매거진 측은 “대학생의 시선으로 지식을 풀어내는 해설형 콘텐츠를 지향하며 기획 단계에서 ‘이 콘텐츠를 독자가 왜 저장할까’를 먼저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렌드나 사례에 에디터의 해석과 인사이트를 더해,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참고할 수 있는 정보로 남기려 한다”고 설명했다.

▲ MOT 매거진의 콘텐츠 썸네일 (출처=MOT 매거진)
플랫폼 종속성과 신뢰성 확보의 과제
인스타 매거진의 급격한 성장은 정보 접근성을 높였으나, 동시에 미디어 리터러시와 산업 구조적 과제를 남겼다. 정보의 파편화로 인한 심층 독해 능력 저하와 무분별한 콘텐츠 재가공에 따른 저작권 분쟁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 강사는 알고리즘이 선택한 콘텐츠만 반복 소비할 경우 이용자가 편향된 정보 환경에 고립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현상을 지적했다.
운영 측면에서는 플랫폼 종속성이라는 구조적 불안정성이 존재한다. 메타(Meta)의 알고리즘 정책 변화에 따라 게시물 도달률이 급격히 변동할 수 있어, 매체의 생존이 플랫폼 방향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다수의 인스타 매거진들은 뉴스레터나 자체 웹사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결국 시장의 영속성은 ‘콘텐츠의 본질’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강사는 “경쟁이 심화될수록 가십과 광고에 치우친 계정은 도태될 것”이라며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춘 매체만이 독자와의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큐레이션: 양질의 콘텐츠만을 선별조합해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재창출하는 행위
**하입(Hype):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나 문화에 관심과 화제를 만들어 주는 것
황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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