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이드 르윈(2014)>, 조엘 코엔/에단 코엔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한 때 <원스>를 기점으로 음악영화가 인기를 끌던 때가 있었다. 이후 <비긴 어게인>, <라라랜드>, 그리고 <보헤미안 랩소디> 등 음악을 중심으로 만든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그에 비하면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는 다소 초라할 수 있다. 인기 유명 가수를 소재로 한 것도 아니며 이야기 전개도 극적이기보다는 잔잔하다. 하지만 <인사이드 르윈>은 그 어떤 음악 영화보다도 우리의 삶과 닮아있기에 공감할 수 있다.
<인사이드 르윈>을 연출한 감독은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엔이다. 흔히 코엔 형제라고 불리며 형제가 공동 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칸이 사랑하는 바로 그 코엔형제다. <허드서커 대리인>,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파고>,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로 무려 네 번이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으며 <바톤핑크>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주인공은 ‘오스카 아이삭’ 이며 실제 가수인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배우로 출연한다. 배우들은 모두 직접 기타를 치고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 ‘르윈 데이비스’는 실제 포크송 가수인 ‘데이브 반 롱크’를 모티브로 삼았다. 그는 포크송을 고집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한 포크송 가수였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60년대 겨울 미국은 아직 ‘밥 딜런’과 같은 포크송 가수가 인기를 끌기 전이었다. 내용은 주인공 르윈 데이비스의 로드무비처럼 진행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로드무비처럼 단순히 어딘가 목적지를 향해 떠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내용은 아니다. 주인공 ‘르윈 데이비스’는 남의 집을 전전하며 이리저리 떠돌아다는 포크송 뮤지션이다. 돈 때문에 음악을 하는 자신의 전 여자친구를 ‘속물’이라고 비하하면서도 자신의 음악으로 성공하고 싶어 하는 갈망이 있다. 르윈은 원래 듀엣 뮤지션으로 활동했지만, 그의 파트너가 자살한 뒤 혼자 활동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유명한 프로듀서를 찾아가기도 하고 꿈을 접고 돈을 벌기 위해 아버지와 같은 선원이 되고자 항구에 찾아가기도 한다. 영화 내용을 보면 한없이 우울할 거 같지만 실제 영화 분위기는 오히려 유쾌한 쪽에 가깝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새로운 뮤지션이 쏟아져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려고 한다. 새로운 뮤지션은 항상 대중의 관심사다. 이들 뿐만 아니라 여러 인디 뮤지션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물론 수많은 뮤지션들 중에서는 성공한 뮤지션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소수이고, 그렇지 않은 뮤지션이 대다수다. 세상은 성공한 뮤지션에게만 주목하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늘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계속 음악 생활을 이어나갈 수도 있고, 음악을 접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할 수도 있다.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멈춘 것은 아니다. 각자의 삶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 ‘르윈 데이비스’의 삶처럼 말이다.
우리에게 ‘포크송’이라는 장르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포크송’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옛날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리타분한 음악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나오는 포크송 뮤직은 지금 누가 들어도 좋을 법한 음악들이라고 장담한다. 이 영화의 제목 <인사이드 르윈>의 원 제목은 ‘Inside Llewyn Davis’로, 해석하면 르윈 데이비스의 내면이라는 뜻이다. 비록 픽션이긴 하지만 누군가의 삶의 한 조각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지금 내 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이 영화의 르윈 데이비스의 내면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