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비포 유(Me Before You, 2015)>, 티아샤록
진심이 풀어가는 인간관계란 실타래
카페에서 6년 동안 일하던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백수가 되고 만다. 그녀는 가난한 가정환경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하며 살아왔다. 그런 루이자는 돈을 벌기 위해 새로운 직장을 찾아다니다가 간병인 일자리를 제안받는다. 그녀의 간병 대상은 전신 마비 환자 윌(샘 클라플린)이었다. 루이자는 윌의 간호를 6개월만 맡으면 된다는 조건으로 일을 시작한다. 사실 윌은 6개월 후에 존엄사로 세상을 뜰 예정이었다. 윌은 사고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됐고, 그는 비참하게 뒤바뀐 일상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후 세상에 관해 비관적 태도를 지녀온 윌은 자신을 간호하는 루이자에게도 냉소적인 태도로 대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항상 밝은 모습으로 다가가며, 결국 윌은 그녀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루이자는 윌의 결정을 돌리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노력한다. 그러나 선택의 시간은 금세 다가왔고, 루이자는 늘 자신이 사랑하는 윌과 평생을 함께하길 원했다. 하지만 루이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윌은 그녀가 자신 때문에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미래에 그녀만의 꿈을 펼치며 살아가기를 바랐다. 결국 영화는 존엄사를 택한 윌이 루이자에게 “자신의 꿈을 향해 세상 밖으로 나아가라”라는 편지를 남기며 마친다.
우리는 타인과 상생하며 살아간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를 관조하며 각자 삶의 일부를 채워 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때로는 모든 교류가 나에게 득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느낀다. 가령 인간관계에서 합리를 재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덩달아 나까지 피곤한 하루를 보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목적 없이 사람 자체를 포용할 수는 없을까? 영화에서는 타인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이에서 이러한 관계가 진척될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찬란했던 과거와 달리, 윌은 허망하게 바뀌어버린 삶을 비관적으로 살게 됐다. 그래서 윌은 휠체어에 몸을 기대며 하루를 보내는 윌은 자신의 생명을 연명해야 할 가치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윌은 루이자를 만나고는 삶을 지탱해야 할 이유를 종종 떠올리곤 했다. 루이자는 윌을 단순히 고용주, 재벌가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윌이라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다가갔기 때문이다.
만약 상대에게 득실을 따지며 페르소나를 형성하면 일회성에 그치는 관계로 끝나고 말 것이다. 서로의 삶에 깊숙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과 간절함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소중한 인간관계를 원한다면 진실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영화 속 결말처럼 그 끝이 행복하지 않다면,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나 혼자만 진심이었다는 것이 큰 상처로 되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편지의 메시지처럼 ‘진심을 전하기 시도하는 것’ 자체가 아주 멋진 삶을 살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우리도 진심으로 타인에게 다가가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