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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학생들과 함께한 20년, 추억을 만드는 '쪼매' 이야기
김종현 ㅣ 기사 승인 2024-10-07 19  |  695호 ㅣ 조회수 : 110













 우리대학 앞에서 20년 넘게 사랑받아온 쪼매 매운 떡볶이. 학생들에게 단골 맛집으로 자리 잡은 이곳은 단순히 맛있는 떡볶이집을 넘어, 수많은 이야기가 쌓여가는 공간이다. 위로와 추억을 선사하는 임민경 사장의 따뜻한 마음을 들여다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서울과기대 앞에서 20년 넘게 ‘쪼매 매운 떡볶이’를 운영하고 있는 임민경입니다. 가게는 저희 언니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오늘은 제가 인터뷰하게 됐습니다.



Q. 가게 운영을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원래 저랑 언니 둘 다 회사에 다녔어요. 회사가 이전하게 되면서 출근 시간이 길어져 힘들었죠. 그래서 다른 일을 고민하게 됐어요. 옛날부터 언니랑 제가 떡볶이 먹으러 다니는 걸 좋아했는데 마침 공릉동에 있는 언니네 집 앞에 포장마차 자리가 나왔어요. 자리가 괜찮겠다 싶어서 여기서 시작해볼까 생각했죠.



그때는 산업대 시절이라 야간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있었어요. 야간 수업이 9시 50분에 끝나거든요. 그때쯤에 직장인들이 거리를 많이 지나다니는데 그분들은 대부분 저녁을 안 먹은 상태예요. 당시에는 학교 주변에 먹을 곳도 많지 않아서 저녁 6시부터 장사를 시작했어요. 2년 정도 하다 보니 장사가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러다가 마침 현재 상가 자리가 나와서 지금 위치에 새롭게 가게를 차리게 됐습니다. 전에 그 자리에서 장사하시던 분도 분식집을 운영했어요. 그때는 우리도 자본이 많이 없어서 인테리어도 크게 하기 힘들었죠. 원래 있던 설비에 떡볶이 판만 추가해서 장사를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가게를 열면 가게 이름을 정해야 하잖아요.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쪼매’라는 말이 나왔어요. 이게 사투리인데 매운맛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덜 맵고, 달달한 맛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매운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직관적으로 이 의도를 전달할 수 있는 이름을 정하고 싶었어요. 그냥 떡볶이 가게 하면 컨셉을 잘 모르니까 간판만 봐도 느낌이 오는 것을 의도했죠. 지금 생각해도 잘 지은 것 같아요.



Q. ‘쪼매 매운 떡볶이’가 생긴 지 어느덧 20년이 넘었더라고요. 이 시간 동안 가게를 운영하시면서 학생들과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졸업식 같은 행사를 하면 학생들이 학사복을 입고 찾아와줘요. 이제 다시는 못 먹는다며 가족들하고 밥 먹기 전에 일부러 들려서 먹고 가는 학생들이 기억나네요. 한 번은 자취하는 학생의 어머니가 오신 적 있어요. 아들이 사용한 카드 내역을 보니 일주일 내내 쪼매 떡볶이가 찍혀있다고 하시면서 도대체 자기 아들이 왜 이것만 먹고 사는지 너무 궁금하다고 찾아오셨어요. (그분이) 빵을 사 들고 오셔서는 서울에 지인이 없다고, 혹시 자기 아들이 아프면 좀 봐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자기 아들을 부탁할 정도로 우리를 생각해 주시니 너무 감사하죠. 이렇게 학생들이 저를 친숙하게 생각해 주는 게 정말 고마워요.



외국인 학생들도 많이 와요. 몇 년 전쯤에 폴란드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한 여학생이 한글로 편지를 써서 줬어요. 교환학생이 끝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기 전에 고맙다고 편지를 줬는데, 정말 고마워서 아직도 그 편지는 가게 벽 한편에 붙여놨어요. 다른 나라의 교환 학생들은 자기네 나라에 다녀오면 선물을 사 와서 주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듣는 나라의 초콜릿도 먹어본 적 있어요. 인도네시아, 우크라이나, 탄자니아 학생들도 와서 고맙다고 한 적도 있어요. 그런 걸 생각하면 정서는 한국 학생들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이렇게 재밌는 일도 많지만, 가슴이 먹먹해지는 일도 있었어요. 최근에는 동네 성당의 호스피스에서 환자를 간호하시는 한 수녀님이 오셨어요. 수녀님이 돌보시는 말기 암 환자가 있는데 곧 운명하시는 상황이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것이 우리 떡볶이라고 했다고 하셔서 수녀님이 떡볶이를 사 가셨어요. 그 일이 있고서 약 한 달 뒤에 수녀님이 오셔서 그분이 떡볶이를 한 입이라도 드시고 돌아가셨다고 전해주셨어요. 그래서 수녀님이 제 손을 잡고 정말 고맙다고 했었던 일이 기억나요. 정말 슬프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마운 일이었죠. 이런 일들이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돼요.



Q. <수요미식회>, <생방송 투데이>에도 출연하셨는데, 어떠한 계기로 출연을 결심하시게 되셨나요? 출연 이후로 가게를 운영할 때 달라진 것이 있나요?



A. <수요미식회>에서 처음 전화가 왔을 때, 안 한다고 했어요. 장사가 충분히 잘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작가님이 찾아오셔서, 많은 사람들이 ‘쪼매 매운 떡볶이’를 제보한다고 하더군요. PD, 작가님이 와서 떡볶이를 먹어보고, 방송 컨셉과 잘 맞는다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결국 제작진이 끈질기게 설득해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생방송 투데이>도 처음에는 나갈 마음이 없었어요. 전에도 바빴는데 <수요미식회> 출연 이후 더 바빠지니까 단골손님들한테 너무 미안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도 작가님이 직접 찾아오셨어요. 바빠서 못할 것 같다고 거절했었는데, 가게가 여유로워질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시면서 저희를 설득했습니다. <생방송 투데이>의 주제는 ‘추억의 장소’였어요. 작가님께서 말씀하길 저희 떡볶이집이 계속 제보되고 있다고 하셨어요. 여러 사연을 보면서 제보해 주신 손님들의 마음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제보해 준 손님들의 마음이 너무 고마운 거죠. 결국 방송 출연을 결정한 건 저희지만, 그 뒤에는 저희 집 떡볶이를 좋아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방송 출연 이후에는 가게가 바빠져서 어쩔 수 없이 단골손님을 돌려보낸 적도 있어요. 학생들은 공강이나 점심시간처럼 짧은 시간에 와서 먹는데, 마냥 기다리게 할 수 없으니 돌려보낼 때가 많았죠. 그래도 과기대 학생들은 “그러면 이따가 올게요”라던지, “포장해서 잔디밭에서 먹을게요”라고 이해해 줘서 고맙고 미안해요. 방송으로 가게 이름을 더 알리는 계기가 됐지만, 기존 손님들에게는 여전히 미안한 마음이 있기에 앞으로는 방송 출연 계획이 없습니다.



Q. 사장님의 영업 철학은 무엇인가요?



A. 제가 어릴 때 정말 좋아하는 떡볶이집이 있었어요. 지금 제 나이 또래의 아주머니가 하는 가게였는데 되게 융통성이 없었어요. 혼자 먹으니까 떡 조금 빼고 계란 넣어주면 안 되냐고 물어봤는데 절대 안 된다고 했었거든요. 남은 거 포장해달라고 해도 싫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가게 차리면 절대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기억 때문에 지금은 손님들이 요구하는 것을 웬만하면 다 해주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지금 저희 가게는 반 인분도 팔고 있어요. 학생들이 혼자 오면 떡볶이 반에 순대 반도 해주기도 하고요. 그러면 손님들이 좋아해요. 그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조금만 먹고 가는 것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게 제가 장사를 생각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입니다. 손님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반영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가게에 안 파는 것을 만들어줄 수는 없지만, 할 수 있을 만큼 맞춰주면 손님이 또 방문하게 돼 있어요.



또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음식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이에요. 지금 자영업은 정말 치열해요. 물가도 많이 올랐고요. 이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음식의 맛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저희가 배민(배달의민족)을 안 해요. 지금도 바쁜 상황인데, 배민까지 하게 되면 퀄리티를 유지할 수 없고 손님이 원하는 것을 해주기 어렵거든요. 파 안 먹는 학생, 쫄면에 오이 안 먹는 학생들도 되게 많고요. 지금은 충분히 해줄 수 있는데 배민을 하게 되면 이런 손님들을 챙기기가 어려워져요. 우리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실수할 수도 있고 맛을 유지하기도 힘들어져요. (배민과 같은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 물론 몸은 더 편해지긴 하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손님들과의 약속을 깨고 싶지 않은 거죠. 비슷한 얘기인데요.



(손님들이) 테이블을 조금 더 늘려달라는 요청을 되게 많이 하세요. 근데 확장을 하면 사람을 더 고용해야 하고, 고용한 인원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요. 키오스크를 안 쓰는 이유도 비슷해요. 손님이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들어주기 힘들기 때문이죠. 오히려 수기로 주문받는 게 더 즐거운 것 같아요. 이런 아날로그 방식이 저희한테는 너무 잘 맞아요.



Q. 앞으로 가게 운영에 있어서 사장님의 목표나 계획이 있으실까요?



A. 가게를 오래 운영하다 보니 사업 확장을 제안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도 처음 시작할 때는 사업화 계획이 있었어요. 그런데 학생들과 대화하고 엄마처럼 챙겨주는 일들이 너무 즐거운 거예요. “유명한데, 왜 체인점 안 해?”, “왜 이렇게 힘들게 일해?”라고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희만의 방식을 고수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일하는 게 마냥 힘들기만 하면 진작 일을 관뒀을 것 같아요. 우리는 사업을 해서 빌딩을 사는 게 목표가 아니에요. 우리 가게가 많은 학생들에게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이 자리에서 오랫동안 장사하고 싶어요.



Q.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 학생들이 우리를 친숙하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아까 답변하면서도 말했지만 이 가게가 누군가의 기억에 남고, 하나의 추억이 되는 게 저로서는 정말 기분이 좋아요.







 



김종현 기자 24100076@seoultech.ac.kr



이준석 기자 hng458@seoultech.ac.kr



손해창 수습기자 thsgockd210@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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