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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미학(美學)
기사 승인 2024-11-21 18  |  697호 ㅣ 조회수 : 41

영원 미학(美學)

서나연(문창·22)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영원한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영원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 영원’이라는 말은 이 세상에 존재한다.



 영원은 어떤 상태가 끝없이 이어지거나, 시간을 초월하여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영원에는 진행형만 있다. 누군가 ‘영원했다’고 말한다면 비문이다. ‘영원하다’ 또는 어색해도 ‘영원한 중이다’가 맞다. 하지만 이러면 단어가 가진 불변성은 현재에만 국한되는 느낌이 든다. 진행 중인 영원은 평범하다.



 그렇다면 ‘영원할 거야’는 어떨까? 기대이자, 염원이다. 염원 속에서 모든 영원은 죽지 않고 날갯짓한다. 미래를 향해 날아간다. 우리는 영원 뒤에 숨어, 언제까지나 샤워 후에 젖은 반려동물의 털을 말린다. 머리가 희어진 부모님과 아름다운 거리를 누빈다. 친구와 서로 술값을 내겠다며 다툰다. 하지만 모든 영원은 그렇듯, 거짓으로 밝혀진다. 염원 속 영원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통제할 힘이 없다. 사랑이 피고 지듯이, 생명이 태어나고 죽듯이, 우리가 사는 우주에서는 어떤 대상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말이다.



 영원을 바라는 마음은 괴롭다. 내 것이라 믿었던 사람도, 슬픔도, 사랑도 결국 그렇지 않다는 사실만 각인한 채 사라진다. 그럼에도 꼭 넘어져 봐야 풀린 신발 끈을 묶는 사람이 있다. 꼭 마셔봐야 독주라는 걸 아는 사람이 있다. 마찬가지로 꼭 겪어봐야 아픔을 아는 사랑도 있다. 영원은 속고 속는 우리와 닮아있다.



 영원이란 단어를 참 아꼈다. 아끼다 못해 사랑했다. 영원을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마음으로 밴드의 음악을 사랑한다. 완전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어긋나면 언제나 다른 사람들도 연이어 같이 어긋나버리는 그 연결이 참 좋다. 이 세상에는 그 무엇도 영원히 이어지는 단단함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밴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영원을 자꾸만 바라보게 만들었다.



 밴드 음악은 음원으로 듣는 것보다 현장에서 라이브로 듣는 것을 좋아한다. 공연장에서 곡이 재생될 때마다 마른 하늘에는 번개가 친다. 강렬한 기타 사운드가 적을 심판하듯 내려치고, 고조되는 노이즈가 청각을 사로잡다가 이내 소강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제 드럼과 베이스의 차례다. 두 악기가 들어오면 어지간히 흐린 세상에 장대비를 뿌리고, 심장을 세게 두드린다. 앰프에서 흘러나온 파동은 맥박에 전해지고, 나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나는 늘 결핍되어 있었고, 음악으로 인해 채워지고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음악에게 의지했다. 공연을 볼 때마다 매번 라이브(live)와 리브(live)가 왜 같은 철자인지 실감한다. 공연을 볼 때도 나는 영원을 믿었다. 하지만 익히 경험으로 알고 있다. 영원은 그렇듯, 거짓이라는 것을. 현실이 더 영화 같고, 음악은 우리가 경험한 어떤 기억을 찾아준다. 그래서 추억이 섞인 음악은 치명적이다.



 시간은 어지럽게 달리기만 하고 계절은 반복되지만, 어느 것도 내가 그리워하는 것과 같지 않다. 관계에 발버둥치던 열다섯의 겨울도, 치기 어린 스물의 여름도, 행복이 능축되어 있던 작년의 봄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슬퍼하며 우리의 시절은 연명한다.



 당신의 계절도 흘러간다. 아무 이유 없이 떠나고, 돌아오는 계절처럼 변화는 늘 자연스럽다. 나는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으므로 적당히 잊고, 적당히 기다리며 노래가 추억을 다시 불러일으켜주듯, 다시 내가 기다리는 계절이 오기를 기도한다. 죽음은 누구나 지니고 있지만, 아무도 그것을 알지는 못한다. 우리는 영원하지 않은 시간 속에 살고 있다. 그 시간 안에 결핍을 채우고 완벽을 좇는 건 어딘가 영원을 바란다는 말과 닮았다. 무언가의 영원을 바라는 영혼들이 언젠간 완전해지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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