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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김수연 ㅣ 기사 승인 2026-01-12 22  |  710호 ㅣ 조회수 : 13



▲ 김수연 기자(환경·23)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한 게 없는데 시간이 빠르게 갔다고 말한다. 한 해가 끝나고 또 한 해가 시작되며, 나이를 먹는다는 감각이 선명해질수록 시간은 빛처럼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시간이 빨라졌다고 느끼는 이유가 정말 시간 그 자체 때문일까. 어쩌면 우리는 하루를 너무 크게 묶어 바라보느라 그 안의 ‘새로움’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흔히 하루를 ‘똑같은 하루’라고 말한다. 어제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일과를 보냈다는 이유로, 하루 전체를 무색무취한 하나의 덩어리로 처리해 버린다. 그렇게 하루들이 뭉쳐지면 시간은 흐릿해지고, 내가 무엇을 하며 나를 새롭게 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허무함을 쉽게 내뱉는다.



 이런 무력한 반복을 깨는 지혜가 바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에 담겨 있다. 은나라의 시조 성탕 임금은 자신의 대야에 ‘진실로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날마다 새로워야 하고 또 새로워야 한다(苟日新 日日新 又日新)’는 문구를 새겨두고 좌우명으로 삼았다. 이는 단순히 열심히 살라는 뜻이 아니다. 매일 아침 세수를 하며 어제의 묵은때를 벗겨내듯, 오늘이라는 도화지 위에 어제와는 다른 선 하나를 긋겠다는 의지를 말한다.



 물론 큰 맥락에서 보면 우리의 일상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일신우일신의 관점으로 하루를 떼어 놓고 바라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안에는 매일 다른 선택과 사건이 존재한다. 어떤 날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어떤 날은 그렇지 않다. 익숙한 일을 반복하기도 하지만, 아주 사소한 선택 하나가 새로운 경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평소보다 10분 일찍 집을 나와 탄 전철, 그로 인해 생긴 짧은 여유, 그 짧은 여유 속에서 떠올린 생각 하나가 새로운 영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큰 변화가 아니라, 이런 미세한 선택과 행동들이 매일의 나를 조금씩 새로운 존재로 만든다.



 문제는 우리가 그 미세한 새로움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하루를 성과의 단위로만 보고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버리는 순간, 그 안에 숨겨진 변화의 가능성은 사라진다. 숲만 보느라 나무를 보지 못하는 셈이다. 하지만 나무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결을 가지고 있듯, 우리의 하루 역시 매 순간 새롭게 태어날 준비가 돼 있다. 반복된다고 느끼는 일상에서 어제와 달라진 지점을 포착하고, 그 차이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요즘 우리는 모두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행복해지는 일에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저 앞만 보고 달리며 남들과 같은 삶, 같은 레일 위를 따라가는 것만을 노력이라고 여긴다. 자기 삶에서 사소한 순간의 변화를 만들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기 위해 하루를 다르게 살아보려는 시도에는 인색하다. 이번 주는 알찼다, 이번 달은 허무했다 같은 평가를 내리면서도, 그 평가를 구성하는 하루 하나하나에는 좀처럼 시선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하루는 행복해지기 위해 기울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런 하루들이 모여 한 주가 되고 한 달이 된다. 결국 삶을 평가하는 최소 단위는 하루이며, 오늘이라는 작은 단위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1년 뒤의 나도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삶을 대하며 쏟아야 할 진짜 노력이다.



 새해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이런 날마다의 새로움을 연습하기에 좋은 시기다. 새해의 첫날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또한 날짜가 아니라 그 하루를 대하는 태도다. 오늘 하루를 조금 다르게 살아보겠다는 선택, 그것이 모여 한 해를 바꾸고 삶을 바꾼다. 빠르게 흘러온 시간 속에서도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 미세한 하루들의 변화가 쌓였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아 일신우일신의 마음으로 각자의 하루를 조금씩 바꿔보는 도전에 나서보는 건 어떨까. 세상을 향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이를 한 편의 글로 엮어보는 일도 좋다. 예를 들면 평소 잘 읽거나 써본 적도 없던 기사 작성에 도전해 보는 것도 어쩌면 반복되는 일상을 가장 선명한 변화와 새로운 하루로 채워줄 시작점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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