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환 (컴공·23)
살아가다 보면 선택의 길은 무수히 많다. 그 길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달라지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질 때 비로소 우리는 성장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곤 하지만,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나는 우리대학 컴퓨터공학과에서 2학년을 수료하고 현재 공군 제16전투비행단 작전통제팀에서 복무 중이다. 이번 투고를 통해 당연하지 않은 삶에 대해 과거-현재-미래 순으로 이야기하려 한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해왔고,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풀어나갈 것이다.
과거, 선택의 무게를 배우다
나는 작년까지 컴퓨터공학과 제40대 ‘에어드랍’ 학생회 회장으로 학과를 위해 봉사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인생의 소중한 인연도 맺었다. 회장이라는 자리는 내게 처음으로 ‘선택의 무게’를 가르쳐줬다. 모든 결정에는 책임이 따랐고, 그 책임이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임기 초반, 나는 회장이 된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감당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실수하고 배우며 다시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새로운 선택’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그때의 경험은 지금 돌이켜보면 사람을 이해하고 책임을 배우며 성숙해 질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그 시절의 일상은 아직도 선명하다.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수업에 향하던 길, 강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지 못하고 꾹 참았던 기억, 여자 친구와 카페에서 웃으며 공부하던 시간. 그 모든 순간은 너무나 평범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당연하지 않았던’ 행복이었다.
현재, 통제할 수 없는 삶 속의 선택
올해 나는 공군 기본군사훈련단에 입대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을 체감했다. 입대 전까지 모든 것을 계획하고 기도하며 준비했지만 현실은 늘 예상 밖이었다. 목표하던 특기의 TO가 적어 떨어졌고 사격 실수로 좌절했다. 결국 원하던 길 대신 차선의 특기로 복무하게 됐고, 평범한 성적으로 훈련소를 마쳤다. 그 후 특기학교에서는 전역까지 함께할 줄 알았던 여자 친구와의 이별, 열심히 준비한 시험의 실패, 원하지 않았던 자대 배치가 연달아 찾아왔다. 그때부터 나는 무너졌다. 우울과 공황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전부였고,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 걸까’ 하는 절망 속에 살았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모든 것이 당연하게 흘러가는 인생은 없구나.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그것이 틀린 인생은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 사실을 인정한 순간부터 조금씩 숨을 쉴 수 있게 됐고 군에서의 나날들도 극복할 수 있었다. 군대라는 환경은 내게 자유를 빼앗았지만, 그 안에서 오히려 진짜 ‘선택의 의미’를 배울 수 있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태도와 생각을 선택하고 마음을 다잡는 것은 오로지 내 몫이라는 것을. 그 이후부터 나는 하루하루를 다르게 바라보게 됐다. 아침에 눈을 뜨는 일, 함께 근무하며 대화를 나누는 일, 잠깐의 휴식 시간에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일. 이 모든 순간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감사의 순간이 됐다.
미래, 선택과 감사로 채우는 삶
군대라는 공간은 내게 자유를 빼앗아 정신적인 고통을 주지만, 동시에 나를 성장시키는 공간이기도 했다. 앞으로의 군 생활을 ‘나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여기며 살아가려 한다. 분명 나와 비슷한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여러분들이 모든 상황이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음을 깨닫고, 그런 상황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종교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거나, 느낀 감정을 글로 표현해 보기를 추천한다.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도움을 청하고 표현하라.
수업을 듣고 맛있는 식사를 하며 좋은 분위기의 카페에서 공부하는 여러분이 즐기는 모든 순간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 모든 삶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며 살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