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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트의 현주소
윤태훈, 장수연 ㅣ 기사 승인 2021-03-14 21  |  642호 ㅣ 조회수 : 1865

▲‘Dynamic Seoul/서울



미디어 아트의 현주소



 지난 1월 우리대학 홍보 미디어 영상이 삼성동 코엑스 인근에 설치된 옥외 광고판을 장식했다. 여기에 사용된 미디어 영상들은 광고인 동시에 공공 미술 작품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미디어아트라고 통칭되는 이 작품들은 오늘날 도심 갤러리, 문화 행사에서 흔하게 사용되면서 도시의 모든 공간을 미술관으로 만들고 있다.



백남준, 미디어아트의 기치



  미디어아트를 미술사적으로 되돌아봤을 때 우리나라 작가 중 국제적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사람은 백남준(1932~2006)일 것이다. 그는 캔버스가 브라운관이나 모니터로 대체될 것을 예견했고 미디어 아트의 한 분야를 개척했다. 백남준은 신기술이 예술과 접목돼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준 예술가였다. 백남준이 남긴 각종 어록을 통해 미디어아트의 특성을 살펴보자.



“콜라주가 오일 페인팅을 대치했듯이 브라운관이 캔버스를 대치할 것이다.”

<비디아 앤 비디올로지 (1959-1973)>



  미디어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이 활동했던 시대에는 브라운관이 오일 페인팅을 대체할 새로운 예술 표현 재료였다. 하지만 지금의 예술계에서는 브라운관도 이미 기성 매체가 된 지 오래다. 현재는 디지털 사이니지, 디지털 파사드 등 무한한 이미지와 영상기술이 사용되는 예술작품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미디어아트는 한마디로 '매체를 이용한 예술작품'이다. 백남준의 예술이 당시에 획기적이었던 이유도 대중매체로 비디오를 택해 예술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백남준의 시대에도 분명 매체의 변화가 있었지만 현재 대중 매체의 변화는 이보다 숨가쁘다. 따라서 오늘날 미디어아트를 특정 단어로 한정하지 못하고 뉴미디어아트라고 부르는 데는 이런 변화의 속도가 한 몫 했을 것이다. 최근에는 컴퓨터, 위성방송, 인터넷, 웹사이트 등 미디어아트에 사용되는 매체의 종류도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렇듯 현대 예술의 범주를 규정하기조차 어려운 오늘날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미디어아트의 의미는 여전히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다.



“ 책은 랜덤엑세스가 가능하다. 어느 항목이건 어느 페이지건 원하는 곳만을 골라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디오가 지루한 이유는 시간에 매여 있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전자 정보가 랜덤 엑세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때까지 책은 여전히 유용할 것이다.”



<1980년 3월 25일 뉴욕 Museum of Modern Art 강연, 임의접속정보 중에서 >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소리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시대에선 비디오보다 책이 더욱 익숙하고 편리한 매체였다. 책은 원하는 곳을 펼쳐볼 수 있었지만 당시의 비디오는 그렇지 않았다. 랜덤액세스란 다량의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부분을 열람는 것을 뜻한다. 그렇기에 그 당시 랜덤액세스는 미디어 아트의 발달에서 획기적인 개념이었다. 언제 어디에서나 시공간을 넘어선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 것이다. 수용자의 공간 참여, 신체개입은 현대미술을 전환하는 축이었다. 오늘날 현대 미술에서 지향하는 아트 커뮤니케이션은 어느 정도 랜덤 액세스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정보 제공에 있어 당연히 제공자뿐만 아니라 수용자에 비중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예술사를 관통하는 랜덤액세스의 개념은 더는 작품을 객관적 관조의 대상으로 내버려 두지 않았다. 랜덤액세스의 개념은 오늘날 예술 작품에 적용돼 설치미술에서의 상호작용으로 발전했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미디어아트는 감상자의 신체와 상호작용하면서 예술작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예술에 더욱 몰두할 수 있게 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식으로의 변화는 작가들의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평소에 우리가 미술관을 생각하면서 떠올리는 보편적인 예술은 회화나 조각 등의 정적인 작품이다. 우리는 이를 보면서 작품과 심리적 상호 소통을 우선으로 한다. 하지만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미디어아트는 디지털 매체를 이용하면서 심리적 상호작용은 물론 인터페이스를 통한 물질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렇기에 미디어아트 작가들은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의도한 바를 더욱 완성도 있게 전하고자 한다. 또한 그들은 동일한 미디어아트를 상호작용해도 관객 개개인이 서로 다른 작품들을 경험할 수 있게 구성하기도 한다.



“자연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름답게 변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변하기 때문이다.”

<1961>



  비디오 아트는 시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예술이다. 공간에 중심을 두는 전통적인 조형예술과는 다르다. 비디오 아트는 시간에 중요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작품과 감상자의 상호작용에 따라 작품이 전개되고 진행되므로 일정한 시간성을 지니게 된다. 결국 감상자는 시간성의 축적에 따라 서사성이 점차 강화됨을 확인하게 된다.



  백남준의 미디어 아트는 이로써 조형예술에 혁명적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오늘날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미지와 극도로 빠른 텔레비전 영상들은 사람들이 이미지를 접하는 방식을 급격하게 바꿨다. 사람들은 영상과 음향이 함께 어우러진 이미지를 빠르고 종합적으로 소비한다. 뿐만아니라 정지한 이미지가 아닌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미지의 흐름, 이미지의 소음과 번쩍거림을 더욱 선호하게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디어아트는 점차 광고 영상이나 판촉용 비디오 클립을 통해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게 됐다.



  일각에서는 미디어 아트가 급변하는 대중문화의 소비성 작품으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순수 미학 작품의 관심을 저하한다고 주장한다. 소위 엘리티시즘이 존재하던 시대처럼 순수미술과 대중미술의 키치로 나뉘는 아이러니한 시대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아트는 예술적이고 정적인 작품 형태와 구분되는 동적이고 참여적인 작품의 성격을 띤다. 따라서 개인의 소비 성격에 따라 소비층도 분명히 갈릴 것이다. 따라서 대중문화로 소비되는 미디어아트가 순수예술의 관심을 저하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미술의 시대에서 대중들에게 유행하는 현대예술의 한 흐름이 아닐까 싶다.



▲기자가 체험해 본 ‘Authentic Street/거리, 은유’



2021 딜라이트 서울



  지난 2020년 12월 18일(금)부터 오는 6월 30일(수)까지 종로구 ‘안녕 인사동’ 지하 센트럴 뮤지엄에서 서울을 테마로 한 최초의 실감형 미디어 아트 전시회 <딜라이트 서울>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기자들이 직접 전시를 체험해봤다.



  전시회장으로 입장하면 가장 먼저 ‘Corridor of Light/시작’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복도 정면의 미디어 화면 속 달의 모습이 벽면 거울에 비치면서 몽환적 장면이 연출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울의 역동적인 모습보다는 사람들이 깨어나기 전 새벽 시간의 서울 모습이 떠오른다. 점차 밝아지는 달의 모습은 서울이 지닌 조용한 잠재력을 보여주는 듯했다.



  복도를 건너 다음 방으로 들어가면 ‘The Myth/12지신의 숲’ 전시가 펼쳐진다. 사방을 둘러싼 LED 판 속에는 화려한 12지신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입장 시 발급받았던 팔찌의 바코드를 찍으면 자신의 12지신과 올해 운세까지 확인할 수 있다. 전시회에서 가장 처음으로 할 수 있는 참여형 체험이었으나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은 ‘Welcome to DELIGHT/환영’ 공간이다. 청사초롱을 본뜬 작품들은 전통적 분위기를 풍기며 형형색색으로 빛난다. 벽과 바닥은 모두 거울로 돼 있어 빛이 반사되면 영롱함을 더해준다. 앞의 ‘Corridor of Light/시작’ 전시와 함께 포토존으로 가장 어울리는 공간이다. 이어지는 ‘Dynamic Seoul/서울’ 역시 미디어 전시 공간이다.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채워진 서울 도심, 햇빛보다 인공적인 빛들로 가득한 서울의 일상을 표현하고 있다.



▲‘Welcome to DELIGHT/환영’



  ‘Echo of Soul/글’과 ‘Authentic Street/거리, 은유’는 관람객들이 직접 꾸민 자신의 프로필 사진들로 전시 공간을 완성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공간이다. 관객들의 프로필로 채워진 벽면 배경에는 한글과 각국의 문자들이 벽을 타고 흐르며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Authentic Street’는 서울의 거리 속에 흐르는 예술을 다룬 공간이다. 건축물, 빛, 공기, 사람 등 서울이라는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관객의 참여와 은유적인 소품들로 표현하며 서울의 재구성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미디어 전시 공간인 ‘The Story in Seoul/서울 이야기’는 서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상징하는 이미지들로 꾸며졌다. <딜라이트 서울>이라는 전시의 주제와도 가장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관객들로 인해 서울에 있는 ‘나’라는 전시 의도까지 완성된다. 한국의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서울의 이미지는 시간성을 지닌 미디어아트라는 매체와 꽤 잘 어울렸다.



  미디어 아트는 지금도 매번 새로운 형태로 변하고 있다. 앞으로 구현되는 미디어아트의 경계는 이전보다 확장될 것이다. 어찌 보면 미디어아트는 광의적인 용어 그대로 모호하게 정의할 수 있을 뿐, 명확한 방식과 방향으로 정의할 수 없는 장르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더 다채로운, 그리고 획기적인 미디어아트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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