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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의 문턱을 낮추는 접근성 연극
이혜원 ㅣ 기사 승인 2025-12-04 19  |  709호 ㅣ 조회수 : 9



 최근에 상영된 많은 연극이 일반 회차와 더불어 접근성 회차를 제공했다. 접근성 회차는 다양한 기술을 제공해 모든 관객의 원활한 관람을 지원한다. 지난 11월 6일(목)부터 11월 22일(토)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안트로폴리스Ⅱ] 라이오스> 역시 일반 회차와 별도로 3일 간의 접근성 회차를 운영해 많은 관람객의 호평을 받았다. 국립극단뿐만 아니라 많은 극단이 ▲음성 해설 ▲한국수어 통역 ▲한글 자막 해설 ▲무대모형 터치 투어 등의 서비스를 통해 문화예술에 대한 관객들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지는 극단과 공연장이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와 함께 그들이 그리는 연극 공연의 모습을 취재했다.



 



접근성 연극의 이색적인 풍경



 접근성 연극은 다양한 장치와 서비스를 통해 고유한 관람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국립극단에서 여러 차례 공연됐던 연극 <스카팽 Les Fourberies de Scapin>은 전 회차가 ‘열린 객석’으로 진행됐다. 한번 퇴장하면 퇴장 후 재입장이 어려웠던 기존의 공연과 달리 열린 객석으로 진행된 공연은 자유로운 입·퇴장이 가능하며 공연 중에도 객석 조명을 일정 밝기로 유지해 이동이 쉽게 설계됐다. 오랜 시간 경직된 채 관람하는 것이 어려운 관객들에게 열린 객석 문화는 큰 의미가 있다.



 실제 접근성 회차로 해당 공연을 관람한 이수민 씨(문창·23)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연극 감상이)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접근성 회차가 일반 회차에 비해 연출․시스템에 큰 차이가 있었냐는 질문에 “무대 양옆에 커다란 TV 스크린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한글 자막을 송출했으며, 수어 통역사들이 배우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동시통역해 주었다. 장애인, 자폐인, 노약자나 감각이 민감한 관객을 고려해 객석의 조명이나 연출에 신경 썼다는 것이 느껴졌다”며 “특히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관객을 위해 애착 인형 소지를 허용한다고 안내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 열린 객석으로 상연됐던 <스카팽>의 한 장면(출처=국립극단)



 



“접근성 연극, 모두를 위한 것”



 접근성 회차에서 제공하는 자막이 관람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이 씨는 “한 번도 없었다”며, “나는 비장애인이지만 영화나 드라마 속 배우의 발음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할 때 OTT에서 제공하는 자막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자막은 장애 여부를 떠나 모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장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접근성 회차의 모든 장비가 본 무대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적절히 조정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우리대학 문예창작학과에서 희곡창작연습(1)을 강의하고 있는 이연주 연출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접근성 개념의 도입 계기를 묻자 “초기 (연극계에서) 인식 전환을 위해 사용됐던 ‘배리어프리’라는 용어가 물리적 접근성 확대를 강조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사회적·제도적 장벽이나 문화적 장벽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보다 포괄적인 개념을 담기 위해 ‘관객 접근성’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출가의 말에 따르면 현재 접근성이라는 용어는 다양한 관객이 공연을 경험하는 환경 전반을 점검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연극계에서 접근성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질문에 이 연출가는 “창작자들의 꾸준한 실천과 논의뿐만 아니라 공공극장을 중심으로 이러한 실천이 지속될 방안을 모색하는 시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 2025 무장애 문화향유 활성화 지원사업 선정작, <해리엇>에서 수어 통역사의 모습(출처=매일신문)



 



접근성 연극이 그리는 미래



 접근성 개념의 확대 방안을 묻자 이 연출가는 “관객 접근성은 단순히 공연 관객의 입장에서만 논의될 것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장애인 접근성이 자연스럽게 고려되는 환경이 조성될 때 모든 공연과 문화예술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사회 전반에서 접근성이 당연하게 고려되는 문화가 확산될수록 공연 제작 과정에서도 다양한 관객을 자연스럽게 고려하게 된다”며 “이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고령자, 외국인, 어린이 등 다양한 배경과 요구를 가진 관객을 포괄하는 환경으로 이어진다. 접근성이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실현될수록 문화예술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공적 공간으로 자리 잡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립극단을 포함한 공공 극단은 물론 대학로 공연장에서도 접근성 연극이 확대되고 있다.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의 ‘예술극장 접근성 공연 제작과정 기록’에 따르면 최근에는 접근성 개념이 공연장 환경뿐만 아니라 공연 기획이나 제작 단계에서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지난 9월 12일(금)부터 9월 13일(토)까지 강동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해리엇>의 경우에도 수어와 자막이 연극의 보조 장치가 아니라 독립된 서사 장치로 기능했다. 공연에서 수어 통역사는 하나의 역할을 가진 등장인물로, 다른 배우들의 대사를 통역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대사나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막 역시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라 인물의 감정을 묘사하는 하나의 표현 방식으로 연출됐다. <해리엇>을 연출한 김지원 연출가 역시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접근성 연극의 보편화 방안에 대해 “접근성 연극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접근성 연극이) 특별한 관객들을 위한 보조 장치가 아니라, 보편적인 공연 형식으로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많은 극단과 연출가, 배우가 예술을 향유하고 연극을 관람하는 데 신체적 또는 사회적 조건으로 인한 제약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 아래 ‘배제하지 않는 연극’과 접근성 개념의 보편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혜원 기자

dl0840@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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