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떠오른 불법촬영, 안전한 캠퍼스 위한 제도적 보완 시급
 지난 8월 5일(수) 우리대학 에브리타임에 불법 촬영 사건 관련 호소문이 게시되며 불법 촬영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총학생회는 ‘반복된 교내 불법촬영 사건에 대한 대학 본부 책임 촉구 및 5대 요구안’을 작성해 대학본부에게 △신고자 보호 △신속한 학내 조사와 징계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및 대학본부의 책임있는 대응을 요구했다.   ▲ 지난 5월 상상관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사건이 발생했다.  불법 촬영 사건 발생 그 이후    해당 불법 촬영 사건은 5월 중에 발생했다. 사건 발생 당시 신고자는 현장에서 증거 및 피의자의 신원을 확보해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과 학교 측은 주변 점검을 시행했다. 또한 학생회와 협조해 학교 전체에 대한 전수 점검을 실시했다.  학교 인권센터로 신고자가 사건을 접수한 것은 6월 초이다. 사건 발생 이후의 상황에 대해 신고자 A씨는 “사건 접수 후 학교 측에서 인권센터로 건을 연계해 주었고, 인권센터와 소통하며 절차에 따른 피신고자의 징계 및 처벌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학교 인권센터는 △사건 조사 △피해자 상담 △피해자 신분 보장을 전담하는 곳으로 사건 접수 이후 피신고자에게 임시 격리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피신고자는 지속적으로 학교 건물로 출입했다. 인권센터 측은 해당 상황에 대해 “피신고자는 자유 의지에 따라 공릉동을 돌아다닐 수 있지만 해당 조치를 어긴 것에 대해 징계위원회로 가중 처벌을 요청할 수 있다”며 임시 조치의 효력 범위에 대해 말했다. 실제로 신고자는 피신고자와 마주치는 일이 반복되자 인권센터 측에 실효성 있는 분리조치를 문의했지만 “피신고 학생과 동일한 수업을 수강하는 경우 수업 출석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학교나 건물 출입 자체를 제지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징계 절차, “피신고자의 소명이 필요”    인권센터는 인터뷰를 통해 이번 조사 진행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조사 시행을 위해 가장 먼저 행해야 하는 것은 신고자와 피신고자 모두의 진술을 듣는 것이다. 인권센터는 신고 학생과 피신고자 양측의 진술을 모두 확보한 뒤 사건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심의 절차를 진행한다. 인권센터의 조사가 끝난 후 심의 결과에 따라 징계 요청 여부가 결정되며, 실제 징계는 학생지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신고자의 진술은 6월 중순에 진행됐지만 피신고자의 경우 경찰 수사로 인해 진술 가능 날짜가 미뤄졌다. 인권센터 측은 “경찰 수사가 7월 초중순까지 진행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7월 중순이 돼도 피신고자로부터 연락이 없자 직접 확인을 했다. 이후 피신고자가 7월 당시 심적 압박을 호소했고 8월 중순까지 조사를 진술하겠다고 말했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최종적으로 피신고자의 진술은 8월 중순에 이뤄졌다.  사건이 발생한 5월 중순 이후 신고자의 에브리타임 호소문 게시까지는 약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신고자는 인터뷰 당시 “실질적인 공간 분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절차가 장기화되니 답답한 마음이 컸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 총학생회 또한 5대 요구안으로 수사기관의 절차와 별개로 학내 조사 및 징계 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요구했다.  인권센터는 “학교에서 내리는 징계 또한 법적 조치이다. 적절한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에 절차적 필요성이 존재한다”며 피신고자의 진술을 기다린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이번 징계 절차의 장기화에 대해 “시간대에 관해선 지연이라 보기 어렵다. 경찰 수사가 3주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은 일반적인 범위이다. 또한 인권센터 조사 진행 후 징계 절차는 징계위원회로 넘어가 진행되기에 한 달 만에 징계가 나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조사의 장기화에 대해 부인했다.  현재 인권센터의 조사는 종결된 상태로, 9월 초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인권센터 심의 결과에 따라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가 결정되며,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9월 말을 목표로 절차를 최대한 앞당겨 진행할 계획이다. 징계위원회가 열릴 시 후속 절차를 거쳐 징계가 진행되며 이에 따른 처분이 이어질 예정이다.   ▲ 사건 접수 후 경찰 측의 조사가 진행됐으며 현재는 검찰로 사건이 송치된 상태이다.  각 기관별 상이한 권한, 법률적 검토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불법촬영 사건과 관련해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이 적용될 수 있다. 관계자는 해당 법률에 따라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촬영물의 소지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혐의와 적용 법률은 수사 결과에 따라 판단될 수 있다.  신고자와 피신고자의 분리 조치와 관련해 학교의 권한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학교가 신고자와 피신고자를 분리하는 조치를 취할 수는 있지만,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보호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조항은 있지만, 이를 어겼다는 것에 대한 별도의 제재 조치가 있지 않다”며 “강제하는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인권센터 규정 제4장 제2절 제34조(피해자 보호) 1항에 따르면 “인권침해 등 사건의 조사·처리과정에서는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보호 방식 및 강제적 권한에 대한 내용은 작성돼 있지 않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관계자는 실질적인 접근금지 조치가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을 통한 별도의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고자가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를 요청하면 수사기관의 판단을 거쳐 법원을 통해 조치가 이뤄질 수 있으며, 학교가 이를 직접 결정할 권한은 없다고 덧붙였다.  교내 징계와 형사 절차가 별개로 진행된다는 점도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더라도 학교 인권센터는 자체적으로 사건을 조사할 수 있다. 또한 수사기관이 확보한 수사 자료가 학교에 자동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며, 수사기관 외의 기관 및 사건 관계자 본인 또한 구체적인 수사 내용을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시설 개선과 재발 방지, 남은 과제는    신고자 A씨는 사건 발생 이후 학교 측에 시설 보완을 요청했다. 그는 “진술서 제출 당시 요구 사항란에 불법촬영에 취약한 화장실 환경 개선점을 구체적으로 건의했다”며 화장실 접근 통로의 CCTV 부재와 옆 칸에서 촬영이 가능할 정도로 낮은 화장실 칸막이의 개선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A씨가 시설 보완 진행 상황을 학교 측에 문의하자, 학교 측은 “피신고 학생의 징계 처분 결과가 나온 이후 해당 안건으로 예산 인준을 받아야만 조치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인권센터 측은 시설 개선이 징계 처분 결과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권센터는 사건 발생 이후 “지난 여름에 칸막이와 비상벨, 스티커에 대해 (학교 측에)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예산 배정과 행정 절차에 시간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이후에는 관련 조치를 앞당겨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 이후 학교가 추진하는 대책은 △화장실 칸막이 개선 및 출입문 설치 △비상벨 확대 설치 △대응 매뉴얼 재안내 △불법촬영 탐지장비 마련 △안전 규찰대의 화장실 점검 △불법촬영 근절 캠페인 등이다. 상상관 화장실의 칸막이를 높이고 출입문이 없는 화장실에 문을 설치하며, 휴대형 탐지장비를 마련하고 9월부터 안전 규찰대의 화장실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동제 기간에는 불법촬영 근절 캠페인도 실시한다.  한편 A씨가 요구한 화장실 접근 통로의 CCTV 설치에 대해 인권센터 측은 현재 설치가 부족하다고 판단할 만한 상황은 파악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추후 구체적인 사각지대나 추가 설치 요구가 있을 경우 검토할 예정이다.   ▲ 사건 발생 이후 총학생회 측은 교내 화장실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의 필요성    이번 사건을 통해 신고자와 피신고자의 실질적인 분리, 신고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와 지원 체계 등 학내 대응 과정에서의 한계도 드러났다. 특히 사건 처리 과정에서 신고자가 이용할 수 있는 지원 창구와 각 기관의 역할이 충분히 안내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A씨는 “‘신고자 인권 보호’라는 명목하에 학내 중대 사건의 정보 공유나 조력이 폐쇄적으로 이루어지는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에브리타임에 글을 작성하기 전까지만 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내 기구가 인권센터뿐인 줄 알았다”며 “이를 초기부터 안내받았다면 사건 처리가 훨씬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신고자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과 함께 사건 발생 이후 각 기관이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도 필요하다. A씨는 “피신고자와 신고자 분리 조치에 대해 명확하고 실효성 있는 규정이 마련되기를 바란다”며 신고자의 동의하에 학내 여러 기구가 사건을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사건 발생 시 신고자가 받을 수 있는 지원책을 종합적으로 안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사건을 외부에 알리는 과정에서 2차 가해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A씨는 “결과적으로 목소리를 낸 지금에야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며 “본인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주변에 본인의 상황을 알리고 침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인권센터 측은 교내 인권센터 외에도 외부 기관을 통해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1336번으로 전화를 걸면 여성긴급전화로 연결된다”며 이를 통해 성폭력 등 피해에 대한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경찰 신고 외에도 해당 창구를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김수연 기자 dusqwer03@seoultech.ac.kr 정우정 기자 wjddnwjd03@seoultech.ac.kr
노원에서 가게를 여는 청년들
 청년 취업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창업은 청년들에게 새로운 진로 선택지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창업 경험 및 초기 자본의 부족과 경영에 대한 부담 등으로 사실상 청년이 홀로 창업에 도전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노원구 역시 청년 창업자에게 점포와 창업 관련 지원을 제공하는 ‘청년가게’를 통해 청년 창업자들을 지원 중이다.    청년가게의 넓은 스펙트럼 ▲ 공릉역 주변 청년가게 그래시룸의 외관  현재 노원구의 청년가게는 16호점까지 조성돼 있으며, 이 가운데 13곳의 청년가게가 실제 운영 중이다. 청년가게 운영자들은 서로 다른 업종에서 각자의 개성과 아이디어를 담아 저마다의 가게를 꾸려간다. 본지가 찾은 ‘그래시룸’과 ‘챠라라라’ 또한 그중 두 곳이다.  그래시룸은 공릉역 인근에 자리한 식물 가게다. 이곳에서는 식물과 화분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테라리움 △가드닝 △분재를 주제로 한 원데이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대학 미융대 재학생 배유신 씨(벤처경영·23)는 퇴사한 뒤 식물 판매업을 계획하던 중 청년가게 지원 공고를 발견하고 지원해 청년가게 15호점에서 그래시룸을 운영하게 됐다.  마찬가지로 공릉역 주변에 위치한 청년가게 3호점 챠라라라는 자개를 활용해 책갈피나 손거울 등 소품 제작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는 자개 공방이다. 이 밖에도 자체 제작한 자개 제품을 외부 매장에 입점시키거나 라인프렌즈 등 기업과 협업해 굿즈를 제작하기도 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창업    창업을 준비할 당시 생각했던 운영과 실제 가게 운영 사이에는 격차가 있었다. 챠라라라의 운영자 차민주 씨는 “사업을 처음 하다 보니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예상하는 과정에서 실패가 많았다”며 창업 초반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래시룸의 운영자 배 씨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배 씨는 “어떻게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순서로 진행해야 하는지 등, 업무의 과정을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또한 배 씨는 창업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으로 마케팅을 꼽았다. 그는 “가게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것이 어려웠다”며 “올해 들어 방향을 잡고 SNS 활동을 열심히 하기 시작하며, 이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게시물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청년가게 모집에는 어떻게 참여할까    청년가게 사업은 19세에서 39세 청년을 대상으로 모집한다. 노원구청 홈페이지에 모집 공고를 게시해 사업 참여자를 모집한 후,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을 거쳐 청년가게 운영자를 선정한다.  청년가게 운영자로 선정되면 민간 점포의 경우 보증금과 월세 등 임대료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 점포의 경우 사용료의 50%를 감면받는다. 이 외에도 창업 역량 강화를 위해 △노원구 청년창업 역량강화 코칭 클래스 교육 △전문가 컨설팅 △노원구 행사 참여 시 우대 등 다양한 지원이 제공된다. 기본 운영계약 기간은 1년이며, 1회 재계약 시 최대 2년간 운영할 수 있다.    청년가게의 지원과 현실 사이    사업 참가자들은 특히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청년가게 사업의 장점으로 꼽았다. 차 씨는 “보증금과 월세를 구청에서 지원받기 때문에 초반 투자 비용이 크지 않다”며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지원 사업”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배 씨는 “전시나 홍보, 출강 소개 등을 구청에서 소개해 주거나 도와주는 경우가 있다”며 “지자체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다른 소상공인에 비해 편하게 운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차 씨는 “청년가게 점포가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하지 않아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하고자 한 초기의 방향성을 틀어야 했다”며 가게 입지에 대한 어려움을 전했다. 또한 “청년가게를 종료한 후 이어지는 지원 사업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 종료 이후의 지원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도전을 경험으로 바꾸는 과정    창업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러나 청년가게의 운영자들은 이러한 부담 속에서도 직접 창업에 도전하며 각자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었다.  배 씨는 창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청년가게를 통해 학생 신분으로도 부담 없이 창업을 할 수 있다”며 “창업이나 공방, 물품 판매 등에 관심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해 경험을 쌓아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배 씨는 “교내 창업지원단에서도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우리대학 창업융합전공과 같은 관련 전공을 이수하며 창업에 도전하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차 씨 역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전을 망설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차 씨는 “사업을 시작하려 하면 주변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며 “성공하든 실패하든 결국 직접 겪은 경험은 자신에게 남는다”고 전했다.  청년가게 사업은 초기 창업자에게 다양한 지원을 제공해 경험과 역량을 쌓고 향후 독립적인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이 사업이 입지나 사업 종료 이후의 지원 등 실제 운영 과정에서 마주하는 과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초기 비용과 경험 부족으로 창업을 망설이는 청년들에게 청년가게를 비롯한 지원 사업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발전시켜 볼 수 있는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다정 기자 leeda0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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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다시 산업의 중심으로
   최근 관람객들이 다시 영화관을 찾으며 영화 시장이 부상하고 있다. 영화 제작사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OTT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극장 개봉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면, 현재는 극장에 우선 개봉하고 추후에 OTT를 통해 공개하는 ‘홀드백’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OTT 출혈 경쟁으로 인한 제작비 인플레이션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전 세계 누적 시청 수 3억 회를 돌파하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OTT의 주된 생존 전략은 다른 매체에서 접할 수 없는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다. 한때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애플TV 등 주요 OTT 회사들이 동시에 수백 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하며 제작 병목 현상과 제작비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미국의 매체 FX에 따르면, 2021년에 제작된 OTT 오리지널 콘텐츠는 매주 11편 정도의 분량인 599편으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OTT 회사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해도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고, OTT 가입자 수 증가로 이어져야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2022년 넷플릭스 CFO 스펜서 뉴먼은 “향후 몇 년간 콘텐츠 예산을 연간 약 170억 달러 수준으로 고정하고, 가입자 수 증대보다 영업이익률 개선과 현금 확보에 집중하겠다”며 구독자 수 정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디즈니+ 또한 2023년부터 예산 감축을 시작해 현재는 콘텐츠 예산을 250억 달러 상한으로 두고 있다.  OTT 회사는 이런 이유로 제작사에게 비용 회수를 보장하지만, 흥행에 따른 추가 수입을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배대신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과거 지상파 방송사가 IP를 독점하던 형태가 글로벌 OTT로 그대로 이어졌다. 제작비 전액 투입으로 투자 리스크는 줄여주지만, 글로벌 대박이 터져도 제작사 손에 쥐어지는 초과 수익이 없어 장기적인 자산 축적이 불가능하다”며 영화 제작사 측 입장을 설명했다. 반면에 OTT 회사를 통하지 않고 극장 개봉을 하면 관객수에 비례해 매출이 증가한다. 추가로 △VOD △DVD 판권 △TV 방영권 △OTT 라이선싱과 같은 부수입도 노릴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관객이 회복된 현 시점에 영화 제작사들이 극장 선공개에 주목하게 된 배경이다.     ▲ 미국 작가 조합 회원들이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출처=AP통신)  할리우드 파업으로 인한 지각변동    2023년 미국 작가 조합(WGA)은 미국 제작사 연맹(AMPTP)과 맺기로 한 최소기본협약(MBA) 갱신 협상에서 요구가 결렬돼 파업에 돌입했다. OTT 회사는 작품별 조회수 공개가 어렵다는 이유로 재상영분배금*을 거의 지급하지 않고 무한 방영을 했는데, 작가 조합에서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배우 또한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넷플릭스 초창기 인기 시리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배우 키미코 글렌은 에피소드에 45회에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 측이 제공한 재상영분배금은 27.3달러 뿐이라고 밝혔다. 미국 배우 조합(SAG)도 파업에 동참하자, 결국 제작사 연맹은 백기를 들며 재상영분배금 제도 개편을 약속했다.  파업으로 인해 △디즈니 마블 스튜디오 △<기묘한 이야기>와 같은 OTT 오리지널 콘텐츠, △을 포함한 예능 프로그램 △애니메이션 등 할리우드 내 제작이 연기됐다. 두 조합의 파업은 단순한 제작사와 노동자와의 갈등을 넘어, OTT의 구조적 한계를 제기하고 수익 분배 문제에 대한 산업 전체에 큰 파장을 남겼다. 이는 영화 제작사들이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극장 선공개에 눈길을 돌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국내 영화관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    2026년 5월과 7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민생 안정과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해 270억원 규모의 영화 관람료 6천원 할인권을 2차례에 걸쳐 배포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1차 배포 직후 1주간 매출액은 159억원으로 배포 직전 1주간 매출액 대비 47.9% 증가하는 등 할인권이 극장 방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뿐만 아니라 2025년엔 기존에 존재하던 영화 관람료 3%에 해당하는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을 폐지했다. 정부 모태펀드**가 투입된 영화에 한해 ‘극장 개봉 후 최소 4개월간 OTT 공개 유예’ 조건을 부과해 영화관의 수익 확보를 보장해 주는 등 코로나-19 이후 영화관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지속되고 있다.  영화관 측 또한 국내 영화 관람권에 의존하던 수입을 다변화했다. 2026년 4월 <슈퍼 마리오 갤럭시> 개봉에 맞춰 CGV는 ‘요시 팝콘통’ 굿즈를 판매했다. 첫날 완판 후 리셀 시장에서 3배 가까이 재판매 돼 일명 ‘팝콘통 대란’이 일어났다. 이와 같은 인기 뿐만 아니라 팝콘통을 비롯한 굿즈 사업은 마진율이 60%가 넘어 영화관의 핵심 수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영화관의 해외 진출도 고무적이다. CGV는 베트남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해외 사업이 매출의 35%까지 증가했다. 튀르키예, 중국,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해 있으며 해외 사업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영화관은 계속 성장할까    2026년 상반기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94.2% 수준까지 매출을 회복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관객 수는 5,705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 평균인 1억 명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영화 제작사들이 OTT 보다 극장을 선호하는 현재,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 기대작 개봉으로 관객 회복세가 이어질 경우 전체 극장 관객 수 역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재상영분배금: 영화나 TV 프로그램이 재방영되거나 다시 사용될 때, 해당 작품에 참여한 배우, 작가를 비롯한 창작자들에게 지급되는 추가 보수  **모태펀드: 정부가 특정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출자하는 방식의 펀드   이원재 기자 skyleo03@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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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미프진 국내 도입, 무엇이 남았나
 낙태죄가 사라진 지 5년이 지났지만, 임신중지 약물은 여전히 정식 허가를 받지 못했다. 제약사의 자료 미비, 식약처의 소극적 태도, 종교계와 의료계의 우려가 복잡하게 얽히며 도입은 계속 미뤄져왔다. 그 사이 온라인 불법 유통 사례는 매년 늘었다. 그러던 중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미프진의 적정 사용 검토를 지시하며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품목허가 심사와 처방 체계 마련, 건강보험 적용 여부 결정 등 실제 도입까지 남은 절차는 아직 적지 않다.  미프진(정식 성분명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복합제, 이하 미프진)은 자궁 내 착상을 유지하는 호르몬을 차단하고 자궁 수축을 유도해 임신을 끝내는 약물이다. 미프진은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 승인된 이후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쓰이고 있지만, 한국은 OECD 38개국 중 아직 미프진을 정식으로 허가하지 않은 5개국에 속한다.  정체됐던 도입 논의, 다시 탄력  지난 7월 14일(화),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정부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필요시 미프진을)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8월 21일(금), 법제처는 “모자보건법 개정 없이도 임신중지 약물 허가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지금까지 식약처는 “모자보건법의 규정에 따라 인공임신중지가 제한되고 있으니 약을 허가해도 처방할 근거가 없다”는 해석에 막혀 허가 심사조차 미뤄왔는데, 이번 유권해석으로 그 행정적 걸림돌이 해소된 셈이다.    7년째 채우지 못한 입법 공백    2019년 4월 11일(목)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2020년 말까지 국회가 대체입법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국회가 해당 시한을 넘기면서 2021년 1월 1일(금), 형법상 낙태죄 조항은 자동으로 효력을 잃었다. 그 뒤로 5년간 입법 공백은 메워지지 않았다.  이 지연을 단순히 “정부가 미뤄왔다”는 말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현대약품은 2021년 7월 처음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자료 미비로 2022년 12월 스스로 신청을 취하했다. 2023년 재신청 때는 식약처가 “사용 가능한 임신 주수 등 법적 허용 범위가 법률로 먼저 정해져야 심사 기준을 세울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막혔다. 그런데 정작 식약처가 받은 외부 법률 자문 6건 가운데 4건은 법 개정 없이도 허가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결정을 미뤄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약계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오유경 식약처장은 관련 지적에 “관계부처와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남인순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낙태죄 효력 상실 이후 임신중지 의약품 불법판매 적발 건수는 2,600건을 넘어섰다. 지난달 이수진 의원은 최근 5년간 누적 적발이 3,189건에 달한다며, 허가 지연이 유통 실태 파악조차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나    미프진은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 도입된 뒤 유럽 각국으로 확산됐고, 미국은 2000년 미페프리스톤 단일제 사용을 승인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미프진을 필수의약품 목록에 포함시켰다. 접근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프랑스는 산부인과 전문의 대면 처방을 원칙으로 삼아온 반면, 미국은 2023년 규제를 완화해 원격 진료로 처방받은 뒤 병원 방문 없이 약국·우편으로 수령할 수 있게 했다. 방식은 달라도 대체로 ‘전문의 처방’이라는 틀은 유지하면서 접근성을 넓혀온 흐름이다.  반면 한국은 처방 주체나 임신 주수 제한 같은 세부 기준을 논의하기도 전에 품목허가 자체가 5년째 멈춰 있다.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기독교계는 생명권 보호가 충분히 담보되지 않은 채 법적 기준 없이 약물부터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신중론이 나온다. 의료법상 의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지만, 미프진 처방은 “의사 자율에 맡기자”는 논의가 나온다. 한지아 의원은 앞선 신중론에 모순을 짚으며 “일반 진료라면 거부할 수 없어야 하고, 거부가 가능한 특수한 사안이라면 법적 지위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전한 미프진 사용의 조건    안서희 해운대부민병원 산부인과 의사는 미프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았다. 그는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진통소염제나 감기약처럼 유통되는 것은 위험하다”며, “선택의 폭은 넓어지지만, 더 간편한 임신중지 방법이 생기는 건 아니다. 태아와 태반 부산물이 배출돼야 하는 건 수술이든 약물이든 같아 출혈량 자체는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술은 생리량 이하의 출혈이 1주 이내로 끝나지만, 미프진은 길게는 30일까지 출혈이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 의사는 사전 진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임신테스트기에서 두 줄이 나와도 정상임신이 아닌 자궁외 임신 등을 의미할 수도 있어, 초음파 확인 없이 복용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며, “자궁외 임신 상태에서 복용 시 복강 내 출혈로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안 의사는 “미프진이 허용된 나라도 의사 감독 아래 복용이 원칙이며, 처방전 없이 쓰이는 경우는 안전해서가 아니라 의료 접근이 어려운 불가피한 선택일 뿐”이라고 전했다.   ▲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출처=여성신문, 손상민 사진기자)  지연될 수밖에 없는 이유    도입이 늦어지는 사이 반사이익을 보는 건 불법 유통 시장이다. 안 의사는 이를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접하고 있다”고 답했다. “성분을 알 수 없는 불법 유통 약물을 복용한 뒤에도 임신이 지속돼 임신 중기에 병원을 찾는 사례가 있다”며 “이 시점에는 임신을 중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가 처방하고 중절 과정을 확인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덧붙였다.  법 개정 없이 유권해석만으로 도입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임신 주수 기준 문제를 짚었다. 안 의사는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24주 이내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추진됐지만 무산됐다”며 “그새 의료 발전으로 21주 조산아도 생존할 수 있게 된 만큼, 미프진 도입 시에도 허용 가능한 임신 주수를 법적으로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프진이 도입되지 못하는 이유는 약제의 안전성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임신중지에 대한 법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국회에서 계류* 중인 개정안과 넘어야 할 과제    행정 절차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입법 공백은 7년째 그대로다. 제도적 미비가 여성의 건강권 및 자기 결정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임선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현실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임신중지라는 선택에서, 제대로 된 병원을 찾거나 약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여성들은 수술을 진행하는 병원을 찾더라도, 정확한 금액이 얼마인지 확인하기 어렵고 건강보험도 적용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결국 많은 여성들이 음성적 경로로 유통되는 약들을 투여하게 되는 현 상황에서 해당 약에 어떠한 부작용이 있는지, 또 정확한 투여 방법은 무엇인지 제대로 된 고지를 받을 수 없어 결국 여성의 건강권이 계속해서 침해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국회에는 남 의원이 대표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는 수술뿐 아니라 약물 투여를 포함하는 내용으로, 통과될 경우 건강보험 적용의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이러한 개정안은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회기마다 반복 발의됐지만, 사회적 합의 부족으로 매번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안전관리 체계가 완전히 정비되기 전까지 도입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법 선행론’을 내세우지만, 이것이 실질적인 도입 지연의 명분으로 작동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에 대해 임 사무처장은 “미프진은 현재 100여개 이상의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안전성이 검증된 약인데, 입법 선행론을 이유로 미프진을 도입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라고 답했다.    재생산권 논의의 시작점    수술 외에 약물이라는 선택지가 공식화되는 것이 여성의 권리 보장에 갖는 의미에 대해, 임 사무처장은 “미프진 도입은 수술보다 안전하고, 보다 접근성이 높은 약물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로 오랫동안 금기시 돼온 임신중지 의제에서의 진보”이며, “임신중지를 하는 여성의 몸에 보다 안전한 방법의 도입이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미프진 도입은 이후 건강보험 적용 등 적극적으로 여성의 재생산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계류: 의회나 위원회에 제출된 법안이나 안건이 아직 의결이나 처리를 거치지 않고 논의 중인 상태로 남아 있는 것.   고유빈 기자 ub2006@seoultech.ac.kr 최윤서 기자 yschoi29@seoultech.ac.kr
문화
영화관, 다시 산업의 중심으로
   최근 관람객들이 다시 영화관을 찾으며 영화 시장이 부상하고 있다. 영화 제작사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OTT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극장 개봉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면, 현재는 극장에 우선 개봉하고 추후에 OTT를 통해 공개하는 ‘홀드백’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OTT 출혈 경쟁으로 인한 제작비 인플레이션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전 세계 누적 시청 수 3억 회를 돌파하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OTT의 주된 생존 전략은 다른 매체에서 접할 수 없는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다. 한때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애플TV 등 주요 OTT 회사들이 동시에 수백 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하며 제작 병목 현상과 제작비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미국의 매체 FX에 따르면, 2021년에 제작된 OTT 오리지널 콘텐츠는 매주 11편 정도의 분량인 599편으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OTT 회사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해도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고, OTT 가입자 수 증가로 이어져야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2022년 넷플릭스 CFO 스펜서 뉴먼은 “향후 몇 년간 콘텐츠 예산을 연간 약 170억 달러 수준으로 고정하고, 가입자 수 증대보다 영업이익률 개선과 현금 확보에 집중하겠다”며 구독자 수 정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디즈니+ 또한 2023년부터 예산 감축을 시작해 현재는 콘텐츠 예산을 250억 달러 상한으로 두고 있다.  OTT 회사는 이런 이유로 제작사에게 비용 회수를 보장하지만, 흥행에 따른 추가 수입을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배대신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과거 지상파 방송사가 IP를 독점하던 형태가 글로벌 OTT로 그대로 이어졌다. 제작비 전액 투입으로 투자 리스크는 줄여주지만, 글로벌 대박이 터져도 제작사 손에 쥐어지는 초과 수익이 없어 장기적인 자산 축적이 불가능하다”며 영화 제작사 측 입장을 설명했다. 반면에 OTT 회사를 통하지 않고 극장 개봉을 하면 관객수에 비례해 매출이 증가한다. 추가로 △VOD △DVD 판권 △TV 방영권 △OTT 라이선싱과 같은 부수입도 노릴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관객이 회복된 현 시점에 영화 제작사들이 극장 선공개에 주목하게 된 배경이다.     ▲ 미국 작가 조합 회원들이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출처=AP통신)  할리우드 파업으로 인한 지각변동    2023년 미국 작가 조합(WGA)은 미국 제작사 연맹(AMPTP)과 맺기로 한 최소기본협약(MBA) 갱신 협상에서 요구가 결렬돼 파업에 돌입했다. OTT 회사는 작품별 조회수 공개가 어렵다는 이유로 재상영분배금*을 거의 지급하지 않고 무한 방영을 했는데, 작가 조합에서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배우 또한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넷플릭스 초창기 인기 시리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배우 키미코 글렌은 에피소드에 45회에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 측이 제공한 재상영분배금은 27.3달러 뿐이라고 밝혔다. 미국 배우 조합(SAG)도 파업에 동참하자, 결국 제작사 연맹은 백기를 들며 재상영분배금 제도 개편을 약속했다.  파업으로 인해 △디즈니 마블 스튜디오 △<기묘한 이야기>와 같은 OTT 오리지널 콘텐츠, △을 포함한 예능 프로그램 △애니메이션 등 할리우드 내 제작이 연기됐다. 두 조합의 파업은 단순한 제작사와 노동자와의 갈등을 넘어, OTT의 구조적 한계를 제기하고 수익 분배 문제에 대한 산업 전체에 큰 파장을 남겼다. 이는 영화 제작사들이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극장 선공개에 눈길을 돌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국내 영화관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    2026년 5월과 7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민생 안정과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해 270억원 규모의 영화 관람료 6천원 할인권을 2차례에 걸쳐 배포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1차 배포 직후 1주간 매출액은 159억원으로 배포 직전 1주간 매출액 대비 47.9% 증가하는 등 할인권이 극장 방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뿐만 아니라 2025년엔 기존에 존재하던 영화 관람료 3%에 해당하는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을 폐지했다. 정부 모태펀드**가 투입된 영화에 한해 ‘극장 개봉 후 최소 4개월간 OTT 공개 유예’ 조건을 부과해 영화관의 수익 확보를 보장해 주는 등 코로나-19 이후 영화관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지속되고 있다.  영화관 측 또한 국내 영화 관람권에 의존하던 수입을 다변화했다. 2026년 4월 <슈퍼 마리오 갤럭시> 개봉에 맞춰 CGV는 ‘요시 팝콘통’ 굿즈를 판매했다. 첫날 완판 후 리셀 시장에서 3배 가까이 재판매 돼 일명 ‘팝콘통 대란’이 일어났다. 이와 같은 인기 뿐만 아니라 팝콘통을 비롯한 굿즈 사업은 마진율이 60%가 넘어 영화관의 핵심 수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영화관의 해외 진출도 고무적이다. CGV는 베트남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해외 사업이 매출의 35%까지 증가했다. 튀르키예, 중국,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해 있으며 해외 사업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영화관은 계속 성장할까    2026년 상반기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94.2% 수준까지 매출을 회복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관객 수는 5,705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 평균인 1억 명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영화 제작사들이 OTT 보다 극장을 선호하는 현재,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 기대작 개봉으로 관객 회복세가 이어질 경우 전체 극장 관객 수 역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재상영분배금: 영화나 TV 프로그램이 재방영되거나 다시 사용될 때, 해당 작품에 참여한 배우, 작가를 비롯한 창작자들에게 지급되는 추가 보수  **모태펀드: 정부가 특정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출자하는 방식의 펀드   이원재 기자 skyleo03@seoultech.ac.kr
인터뷰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정병찬 동문(산디·14)은 그래픽 디자인과 UX 디자인* 등 다양한 경험을 거쳐 패션 브랜드 ‘핀다웃’을 운영하고 있다. 졸업 후 패션 회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창립한 그는 하나의 키워드에서 출발해 이야기를 디자인과 제품으로 구체화하며 핀다웃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재학 시절부터 핀다웃을 시작하게 된 과정과 좋아하는 일을 자신의 길로 만들어 가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Q. 자기소개와 함께 ‘핀다웃’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14학번 졸업생 정병찬입니다. 지금은 핀다웃(findoubt)이라고 하는 패션 브랜드를 운영 중입니다. 핀다웃은 ‘의심을 거두다’라는 뜻을 가진 아트 스튜디오이자 패션 브랜드로, 자아의 확신과 실현을 추구하며 시즌마다 인도주의적 스토리와 독창적인 프로젝트를 담은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Q. 우리대학 재학 시절 어떤 경험이 지금의 진로로 이어졌나요?  A. 원래 옷이나 패션을 좋아했는데, 제가 재학한 당시 서울과기대에는 패션 관련 학과가 없었고 관련 활동을 접할 기회도 많지 않았어요. 대신 학생 때 개인적으로 작업한 그래픽 디자인 결과물을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올렸는데, 이를 본 패션 브랜드에서 로고나 그래픽 디자인 협업을 제안해 주는 경우가 있었어요.  특히 신생 브랜드들과 작업할 때는 단순히 디자인만 맡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어떤 정체성을 가졌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그걸 로고나 그래픽에 어떻게 담을지 함께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당시 ‘베리사’라는 핸드백 브랜드와도 작업했는데, 웹페이지와 홈페이지 제작 등을 맡으면서 패션 브랜드가 실제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만든 작업물이 실제 브랜드의 운영과 판매에 활용되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이를 통해 패션 자체뿐만 아니라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과정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Q. 졸업 후 패션과 브랜드 분야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당시 산업디자인 중 UX 디자인을 주로 공부하며 학부 연구생으로 최정민 교수님과 함께 활동했고, 이쪽으로 진로를 정한다면 대학원 진학도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4학년 때 졸업 전시를 준비하면서 제가 UX 디자인보다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예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창의적인 분야를 더 선호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학교생활 중 프리랜서로 경험했던 패션 업계의 일은 여전히 재미있고 흥미로웠기 때문에 진로를 패션과 브랜드 쪽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Q. 대학에서의 경험은 창업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A. 학교생활을 하면서 연구실이나 전공학회, 동아리처럼 제가 흥미를 느끼는 활동들을 직접 찾아서 이것저것 해봤던 경험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특별히 어떤 기술을 배웠다기보다는, 대학교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걸 직접 선택하고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경험 자체가 좋았어요. 창업도 결국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계속 뭔가를 해내야 하는 일이잖아요. 그리고 건축이나 디자인도 그렇지만 한 번에 뭔가 잘되는 게 사실 이상한 거예요. 잘 안 풀려도 계속 해보는 경험을 학교에서 많이 했던 게 지금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Q. 핀다웃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졸업하고 패션 회사에 취직해서 한 3년 정도 일을 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온전히 표현하기 어렵고, ‘이건 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제 것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마침 그래픽 디자인을 하면서 취미로 핸드폰 케이스를 만들어 판매했는데, 당시에는 이런 개인 제작 제품이 많지 않아서인지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그렇게 취미로 시작한 일이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됐습니다. 처음에는 회사에 다니면서 브랜드 운영을 병행했어요. 이후 이직하면서는 제 사업과 병행할 수 있도록 근무 조건을 직접 협의했고, 주 3일 근무를 하면서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키워 나갔습니다.    Q.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A. 저는 항상 하나의 키워드, 텍스트에서 작업을 시작해요. 그 개념과 관련된 자료들을 모으고 종합해서 디자인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이죠. 올해 여름 시즌에는 ‘신화’라는 키워드에서 출발해 그리스 로마 신화 자료를 모았고, 르네상스 시기 그림들에서 영감을 받아 시즌 명을 ‘보보스 오디세이’로 지었어요. 자유로운 영혼을 뜻하는 보보스와 험난한 여정을 뜻하는 오디세이를 충돌시켜, 힘든 길을 지나 자유를 찾아가는 개념을 잡았죠. 이 개념을 옷으로 옮길 때는 빈티지한 무드로 해지고 데미지가 있는 듯한 표현을 넣고, 견장은 갑옷처럼 디자인하고, 등판엔 관련 그래픽을 프린트해 하나의 서사로 완성했어요. 이렇게 키워드에서 시작해 자료를 모으고, 그 개념을 시즌 명과 실루엣, 디테일 하나하나에 반영하는 과정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요.    Q. 브랜드를 팀으로 운영하며 겪은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지금의 협업 방식을 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처음에는 제가 만든 브랜드라 제가 가장 잘 안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 기준을 충분히 공유한 뒤, 각자의 역할과 의견을 믿고 맡기려고 해요. 이런 방식을 터득하게 된 계기가 바로 ‘퍼스나’라는 전시 프로젝트였어요. 현대 작가들을 초청해 전시를 열고 굿즈를 제작 및 판매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작가와 기획자, 팀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다 보니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제가 프로젝트를 계속 끌고 가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많이 지치기도 했고요. 그 경험을 통해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걸 배웠어요.   ▲ 브랜드 제품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Q. 자신의 선택이 맞는지 의심이 들 때는 어떻게 해왔나요?  A. 창업하고 지금까지도 ‘이게 맞을까?’ 하는 의심은 계속 있는 것 같아요. 혼자 브랜드를 운영할 때는 어떻게든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냥 악바리처럼 버텼고, 의심이 들 때마다 핀다웃이라는 이름처럼 내가 의심을 거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스스로 다독였어요. 지금은 팀원들이 생긴 만큼 브랜드를 잘 성장시켜 함께 웃으면서 일하고 싶다는 책임감이 더 커졌고요. 학부 때는 진로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기보다는 뭐든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궁금하거나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직접 해보면서 제 길을 찾아갔던 것 같아요.    Q.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도 되겠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사실 확신이 들었던 순간은 없는 것 같아요. 미래에 대해서 확신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매출이 나오고, 실제로 옷이 팔리고, 브랜드를 좋아해 주시는 사람들이 생기는 걸 보면 객관적인 수치나 반응을 통해 조금씩 안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 확신이라기보다는 계속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고, 다시 이어갈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Q.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할 때는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A. 다 재미있을 수는 없으니까, 재미있는 거 하나 하려고 재미없는 거 한 다섯 개 해야 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그건 불가피한 거라서 참고하는 거죠. 하고 싶은 걸 하려면 하기 싫은 것도 어느 정도 참고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숙제 다 하면 게임 한 시간 하게 해줄게’라고 하면 숙제 열심히 하잖아요. 그걸 좀 더 길게 보는 거예요.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 지금 하기 싫은 일을 참고 하는 거죠.    Q. 본인에게 ‘하고 싶은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사람마다 하고 싶은 게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어떤 사람은 돈 버는 게 하고 싶은 걸 수도 있고, 맛있는 거 먹는 게 하고 싶은 걸 수도 있고요. 그러면 맛있는 걸 먹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거고,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죠. 하고 싶은 게 돈은 안 되지만 그걸 하고 싶은 사람들은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거고요. 결국 사람마다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가 다른 것 같아요. 결국 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거 아닐까요?    Q. 우리대학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저는 뭐가 잘 안 되는 게 당연하고, 잘 풀리는 게 오히려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뭘 할 때 잘 안 되는 게 더 당연한 거니까, 잘 안 된다고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보통 잘 안 되면 빨리 포기하게 되는데, 진짜 하고 싶은 거라면 잘될 때까지 참고 버텨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대학생이면 진짜 뭐든 해볼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발주 넣을 공장이 필요할 때, 기본적으로 공장에 대한 정보가 있거나 인맥을 통해 소개받아야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만 검색해도 원하는 공장을 찾을 수 있고, 어려운 문제도 AI에 물어보면 방법을 알려주기도 해요. 그러니까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한번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UX 디자인(User Experience Design): 사용자 경험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디자인   김용하 기자 divine1251@seoultech.ac.kr 곽보림 기자 kwaks@seoultech.ac.kr
시사
4년 넘긴 러우전쟁, 변화하는 전쟁과 세계
 2022년 2월 24일(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 4년 반이 지났다. 개전 초기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 인근까지 진격했지만 점령에 실패했고, 이후 전선은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중심으로 굳어졌다. 우크라이나의 반격과 러시아의 재공세가 이어졌지만 어느 쪽도 결정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전쟁은 장기 소모전으로 변했다. 참호와 포병이 다시 전장의 중심에 등장한 한편, FPV 드론*과 인공지능 기반 표적 식별 기술이 활용되며 과거의 방식과 새로운 방식이 뒤섞인 전장이 만들어졌다.   ▲ 2026년 2월 22일 기준 러우전쟁 전황(출처=BBC)  쌓여가는 전쟁의 피해    전쟁이 길어질수록 피해도 누적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지난 7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의 누적 사상자가 2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했다. 러시아군 사상자는 약 140만 명, 우크라이나군은 52만5천~62만5천 명으로 추정됐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해외로 떠난 우크라이나 난민은 590만 명, 국내 실향민은 370만 명에 달했다. 장기간의 피란은 노동력 감소와 교육 단절 등 전후 사회의 회복에도 부담으로 남는다.  물적 피해도 막대하다. 세계은행과 유럽연합(이하 EU), 유엔 등이 지난 2월 발표한 평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직접적인 물적 피해는 약 1천950억 달러에 달한다. 향후 10년간 필요한 재건·복구 비용은 약 5천880억 달러로 우크라이나의 2025년 명목 GDP의 약 세 배에 이른다. 전쟁이 당장 멈추더라도 파괴된 도시와 기반 시설이 곧바로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이유다.  전쟁이 바꾼 유럽의 경제·안보 질서    러우전쟁은 우크라이나 국경 밖의 경제 질서도 바꿨다. 대표적인 변화는 유럽의 에너지 공급망이다. EU 전체 가스 수입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45%에서 2025년 12%로 줄었다. 러시아산 원유 비중도 2022년 20%에서 2025년 2%로 감소했다. EU는 러시아산 LNG 수입을 올해 말까지, 파이프라인 가스는 늦어도 2027년 11월까지 단계적으로 중단할 방침이다. 결국 전쟁을 계기로 시작된 에너지 공급처 다변화가 일시적 대응을 넘어 장기적인 정책으로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안보 질서의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오랫동안 군사적 비동맹 정책을 유지했던 핀란드와 스웨덴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각각 2023년과 2024년 NATO에 가입했다. NATO 회원국들은 지난해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GDP의 5%를 국방과 안보 관련 분야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7월 앙카라 정상회의에서는 유럽 회원국과 캐나다의 2025년 핵심 국방투자가 전년보다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침공이 NATO의 확대와 유럽의 재무장을 촉진한 것이다.    유럽을 넘어 한반도로    전쟁의 파장은 한반도까지 이어졌다. 러시아와 북한은 2024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뒤 군사협력을 크게 확대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병력과 포탄, 탄도미사일 등을 제공해 왔으며, 지난해 말까지 2만 명이 넘는 병력을 파견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정보원은 2024년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 대가로 병사 1인당 월 2천 달러 수준을 북한 측에 지급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은 청년 병사들의 목숨을 대가로 외화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파병보다 규모가 큰 것은 군수물자 수출을 통한 수익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이 2023년 8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대러 파병과 군수물자 수출로 벌어들인 수익을 76억7천만~144억 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최대치 기준으로 우리 돈 20조원이 넘는 규모다. 이 가운데 파병을 통한 수익은 6억2천만 달러, 포탄과 탄도미사일 등 군수물자 수출 수익은 70억5천만~137억8천만 달러로 추정됐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실제 현물로 확인된 대가는 일부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민감한 군사기술이나 정밀 부품·소재 등의 형태로 북한에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했다.    전쟁 특수 누리는 북한    이 같은 북․러 협력 확대 시기는 북한 경제의 회복세와도 겹친다. 북한 경제는 2020년 -4.5%, 2021년 -0.1%, 2022년 -0.2% 성장하며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의 실질 GDP는 2023년 3.1%, 2024년 3.7%, 2025년 3.5% 증가해 이후 3년 연속 3%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를 모두 전쟁 특수의 결과로 볼 수는 없지만, 한국은행은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확대와 무기 수출 증가 등이 최근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얻는 것은 외화만이 아니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은 드론과 포병이 결합된 현대전의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북한이 공급한 탄도미사일은 실제 전장에서 성능을 검증받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러시아의 지원을 통해 북한 미사일의 정확도가 향상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전장에서 얻은 경험과 경제적 수익,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다시 북한의 핵·미사일·드론 전력 강화에 투입된다면 러우전쟁의 영향은 유럽을 넘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FPV 드론: ‘First Person View 드론’의 약자로, 조종자가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며 직접 조종하는 드론. 러우전쟁에서는 정찰뿐 아니라 자폭 공격용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김용하 기자 divine1251@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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