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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묻지 않는, 우리가 사랑하는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 그 소리에
한참을 바라보다가
약속을 잊은 척 기억에도 없는 척
온몸으로 울상 지었지
겨우 올라간 입꼬리만이
쳐진 눈썹 끝에 걸려
꼭 위아래 다른 속옷 같아
온 세상이 녹아내리던 여름
보조개에 슬픔이 고이는 동안
조용히 드리운 그림자
거기에 우리 같이 숨자
그러니까,
내가 너의 전부를 사랑했을 때
우린 서로의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잠이 들었고
너의 가방은 우산을 넣어 다닐 수 있을 만큼 넓어서
나의 빈자리 남겨두었나
꼭 이번 여름이 아니어도 괜찮을지 몰라
왜 하필 손을 잡아야 하는지
살이 닿을 때마다 질문하다가
이런 꼴은, 정말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노래를 흥얼거렸다
꼭 묻힐 만큼의 작은 소리로
긴 산책이 끝나지 않도록
일부러 더 먼 길 돌아 걸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