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六十甲子
*
너의 생일날
소고기를 볶아 끓인 미역국과
밤모양으로 다듬어 만든 갈비찜 앞에서
서른의 너는 말했다
예순까지만 살다 죽을래
죽을래? 너덜너덜한 웃음
예순도 누리지 못하고 떠난
저 세상 사람들의 부러움이 무색하게
고작 예순만 살 거야
너를 조른다
여태 산 만큼 한 번만 더 살면 딱 좋겠어
서른도 안 된 나는
네 맘을 알아도 모른 척
맨 얼굴 위에 덕지덕지
어리광을 바른다
사라진 사람이 되는 일이
가장 흥미로운 일일 거야
너는 대답하고
*
햇빛이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
햇빛이 없으면
네가 좋아하는 민들레도 없는데
그땐 민들레가 없어도 돼
아무것도
*
태양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너의 얼굴은
세상에 반하는 만큼 검게 그을어있다
네가 드리운 선선한 그늘이
암흑이 될지도 모를
너의 육십 번째 생일에 나는 무얼 하지
아직
온전히 축하할 채비를 하지 못했다
태양도 믿지 못하는 너에게
그보다 더 믿을 게 못 되는
육십갑자를 들먹이며
해가 뜨지 않는 낮이 우리를 찾아올 때까지
산책하러 매일같이 밖을 나서자고
나와 함께 살아달라고 애원한다
손등에 남아있던 선크림을
못 이기는 척 내미는
너의 얼굴에 찍어 바른다
너는 조금 행복해지고
나는 조금 우울해진다
*
상에 차려진
둥그런 당근과 무
묘지 근처의 숲 같은 미역국을 뒤적거리면
여전히 해가 뜨는 이 세상 너머
어둠 속에서 너는
내가 흘리는 눈물로 국을 끓여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