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다중위기 시대, 우리가 준비해야 할 미래
기자 승인 2026.06.07 13 714호



▲ 김준범 교수(환경공학과)





 올해 3월, 서울의 벚꽃이 예년보다 열흘 이상 일찍 만개했고, 어느새 우리는 봄을 건너뛴 듯한 더위를 경험하고 있다. 기상청은 올여름 역대급 폭염과 기록적인 폭우가 동시에 닥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삼천리강산’이라는 우리의 오랜 기대는 이미 흔들렸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직면한 것은 ‘기후다중위기(Climate Polycrisis)’다. 이는 기후변화가 생태계, 경제, 사회, 보건 등 다양한 분야의 위기와 맞물려 연쇄적 재난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가장 심각한 징후는 식량, 에너지, 물의 동시적 부족이다. 가뭄으로 인한 수력발전 감소는 화석연료 사용을 늘려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물 부족이 에너지 위기를 낳고, 에너지 위기는 다시 기후 위기를 가속하는 악순환이다. 2023년 중국 쓰촨성의 가뭄은 수력발전의 절반 이상을 감소시켜 전력 부족 사태를 초래한 적이 있다.



 식량 시스템도 붕괴할 수 있다. 2022년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에서의 폭염으로 인한 밀 생산량 감소는 수출 금지로 이어져 세계 식량 가격을 폭등시켰다. FAO*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식량 가격 지수는 전년 대비 15% 상승했다. 물 부족 역시 한국의 현실이 됐다. 지난해 강원 강릉 지역에서는 관측 사상 최악의 가뭄이 발생했다. 강릉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평년 67.4%에서 26.7%까지 급락했고, 결국 11.5%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전국 최초로 ‘가뭄 재난’ 상태를 선포했고, 소방차와 해경 함정, 군 병력까지 동원된 비상 급수 체계가 가동됐다. 수영장과 워터파크는 문을 닫았고, 주민들은 제한 급수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 이는 더 이상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님을 경고한다. 같은 시기 동해와 삼척의 주요 저수지도 바닥을 드러냈고, 영남 안동댐의 저수율은 40%대, 제주 상대저수지는 28.4%까지 떨어졌다. 한반도 전체가 ‘물 부족’이라는 현실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여름철 폭우와 폭염은 올해 더욱 거셀 것으로 예고된다. 2022년 8월, 서울 강남역 일대가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되면서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했다. ‘기후 피해’는 더 이상 먼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한복판의 현실이다.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자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고, 올해는 더 빠르게 찾아온 더위로 ‘전력 대란’ 우려까지 나온다.



 국내외 사례는 기후다중위기가 이미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음을 증명한다. 2023년 9월, 폭풍 ‘다니엘’이 리비아를 강타해 두 개의 댐이 붕괴하면서 도시 전체가 바다로 쓸려갔다. 기후변화로 강도가 세진 폭풍이 노후 인프라와 맞물린 참사다. 올해 초 두바이에서는 100년 만의 집중호우로 도시가 마비됐다. 전문가들은 지구 기온이 1℃씩 오를 때마다 대기가 수증기를 포함할 수 있는 용량이 약 7% 증가하며, 이 때문에 지구가 더워질수록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뜻해진 대기는 더 많은 물을 머금고, 결국 극단적인 강수로 쏟아내는 것이다.



 한국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으로 국제 유가 폭등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전국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차량 2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내 차를 원할 때 원하는 곳으로’라는 기대는 이제 ‘불편한 일상’으로 바뀌었지만, 이것이 바로 기후다중위기 시대의 새로운 현실이다. 에너지, 물, 식량, 보건, 생태계는 모두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환경 문제가 아닌 경제, 안보, 인권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적응’과 ‘완화’를 아우르는 통합 대응 전략이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100년 빈도’의 극한 호우에 견딜 수 있는 방재 시스템과 지하차도 자동 차단기, 쿨링 쉼터 확충 등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폭염 취약 계층에 대한 냉방비 지원과 농어업인 보험 현실화, 국제 사회의 탄소 중립 협력도 필수적이다.



 기후다중위기는 문명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차량 2부제라는 ‘불편함’은 단기적 고통이 아닌 장기적 생존을 위한 적응의 시작이다. 올여름 예고된 폭염과 폭우는 더 이상 ‘예측’이 아닌 ‘경고’다. 익숙한 안락함을 포기하는 결단만이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시간이 없다. 과연 우리는 후대에 ‘그들은 위기를 알면서도 방관했다’는 비난을 듣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지금이 행동할 마지막 순간임을 직시해야 한다.


 

 *FAO(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UN 식량 농업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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