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영호 교수(스포츠과학과)
청명한 하늘 아래 불암산의 계절 변화를 마주할 때마다, 청춘의 활력으로 가득 차야 할 우리 대학생들의 일상을 그려봅니다. 하지만 강의실과 도서관, 그리고 모니터 앞을 오가는 바쁜 일상에서 상당수 학생이 신체활동 부족과 학업·취업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피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과학자이자 건강운동심리학(Health and Exercise Psychology)을 연구해 온 학자로서, 저는 우리 학생들이 운동의 진정한 가치를 재발견하고 건강한 삶의 주체로 거듭나길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신체활동 부족은 전 세계 주요 사망 원인 4위로 꼽힐 만큼 심각한 공공보건 과제입니다. 우리는 흔히 운동을 ‘몸을 튼튼하게 만드는 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운동심리학적 관점에서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자연 처방전’입니다. 규칙적인 운동은 스트레스 대응 능력을 높여주고, 자기효능감(Self-efficacy)과 자아존중감(Self-esteem)을 향상시키며, 우울감과 불안을 완화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운동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은 외부적 압박이나 외모를 개선하려는 목적보다, 운동 자체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를 형성하는 데 있습니다.
최근 운동 영역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첨단 디지털 기술의 적극적인 융합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워치, 웨어러블 기기, 운동 앱, VR(가상현실) 및 AR(증강현실) 시스템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자신의 신체활동을 손쉽게 배우고 관리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대학생들이 운동을 생활화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입니다. 스마트 기기를 통한 실시간 피드백과 목표 설정, 그리고 운동 기록의 시각화는 자기 관리 능력을 키우고 운동 동기를 고양시킵니다. 또한 VR 기반의 운동 프로그램은 지루할 수 있는 실내 운동에 몰입감(Flow)과 재미(Gamification)를 더해 주어, 운동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대폭 낮춰줍니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술 기반의 피드백과 SNS 공유 기능은 개인의 운동 지속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활용에는 주의해야 할 점도 존재합니다. 수치와 데이터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운동의 즐거움’이라는 본질을 잃고, 오히려 수치 미달에 대한 죄책감이나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웨어러블 기기의 수면 데이터를 과도하게 신뢰하고 완벽한 수면에 집착하다가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오쏘썸니아(Orthosomnia)’ 현상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따라서 기술을 활용할 때는 스마트한 ‘마인드풀 트래킹(Mindful Tracking)’ 자세가 필요합니다. 디지털 데이터는 나를 평가하거나 비판하는 성적표가 아니라, 내 몸 상태를 이해하기 위한 참고용 피드백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하루의 수치 목표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변화 흐름에 집중하고, 스마트 기기의 수치와 함께 자신의 실제 피로도, 기분, 즐거움과 같은 주관적 신호(Self-awareness)를 균형 있게 조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대학 생활은 평생을 이끌어갈 건강한 생활 습관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거창한 목표로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붕어방 주변을 산책하거나, 틈틈이 계단을 이용하고, 친구들과 가벼운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스마트 기기의 도움을 받되 숫자의 노예가 되지 않고, 움직임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과 스트레스 해소의 쾌감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신체 활동의 생활화는 단단한 몸뿐만 아니라 힐링된 마음과 밝은 정신을 선사할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이라는 유용한 동반자와 함께, 우리 과기대 학생들이 더욱 건강하고 활기찬 대학 생활을 해 나가기를 마음 깊이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