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으로서 우리대학의 연구중심대학 도약을 뒷받침할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최근 ‘SeoulTech 특훈교수’ 제도를 마련하면서 연구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탁월한 연구자를 어떻게 예우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특훈교수는 탁월한 연구성과와 학문적 기여를 인정받은 교수에게 부여하는 명예로운 지위다. 필자가 특훈교수를 처음 접한 것은 2011년 무렵,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할 때였다. 지도교수인 Robyn Tanguay 교수가 대학 최연소 특훈교수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으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약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대학의 특훈교수 제도를 직접 마련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제도는 ‘SeoulTech Distinguished Professor’와 ‘SeoulTech Presidential Professor’의 두 유형으로 구성했다. 이공계열뿐 아니라 비이공계열과 조형계열 교수도 선정될 수 있도록 분야별 특성을 고려했다. 연구의 형태는 달라도 탁월한 성과와 기여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가장 큰 고민은 평가였다. 연구비와 논문실적은 개인과 대학의 연구역량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수치만으로 연구의 질과 영향력, 연구자의 기여를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많은 연구비를 확보하거나 논문을 발표했다는 사실이 곧 학문적 탁월성과 사회적 가치를 모두 입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국제적인 연구평가 개혁에서도 확인된다. 2012년 미국 세포생물학회 연례회의에서 마련된 샌프란시스코 연구평가 선언(DORA)은 학술지 지표보다 연구 자체의 가치를 평가하고, 데이터와 방법론 등 다양한 성과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연구평가 개혁 협약을 토대로 출범한 CoARA 역시 동료평가를 중심으로 정성적 판단을 강화하고, 정량지표를 책임 있게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연구자의 기여를 보다 폭넓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대학의 여건에서 이러한 원칙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객관적인 기준을 확보하면서도 수치에 드러나지 않는 연구역량을 살피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 정량평가와 함께 소속 학과 교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요구하고, 정성평가에서는 학계에 미친 영향과 대학 발전에 대한 기여 등을 검토하도록 했다. 탁월한 연구업적뿐 아니라 동료에게 인정받는 영향력 있는 연구자를 선정하고자 했다.
물론 제도적 한계도 있다. 정량지표가 여전히 중요한 기준이며, 보직자가 참여하는 정성평가의 구성과 절차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이번 제도가 완성된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연구자의 기여를 여러 관점에서 평가하려는 취지를 담았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시행 과정에서 의견을 듣고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분야별 연구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선정 결과를 구성원이 신뢰할 수 있도록 기준과 절차를 꾸준히 점검하고 보완하겠다.
특훈교수에게는 재원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연구공간과 연구조교를 지원한다. 특히 SeoulTech Distinguished Professor에게는 퇴임 이후에도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개인 연구공간을 제공하고, 현직 교수와 함께 학생을 지도할 수 있도록 5년간 연구조교를 지원한다. 정년 자체를 연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이 연구와 후학 양성으로 이어질 기반을 마련했다. 관련 지원을 담당 부서의 지침으로 명문화한 것도 중요한 성과다.
우리대학은 이미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할 기반을 쌓아 왔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4년 연속 국립대학 1위를 기록했고, 교수 1인당 교외연구비는 과학기술원을 포함해 18위, 이를 제외한 종합대학 기준으로는 11위다. SCI 논문수 역시 국공립대학 1위, 전체 대학 14위에 올랐다. 이러한 성과에는 모든 구성원의 노력과 함께 탁월한 연구성과를 축적한 교수들의 기여가 있었다.
특훈교수는 두 유형별로 전체 교수의 약 1% 수준에서 선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소수의 연구자를 예우하는 일이 대학 전체의 연구문화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선정된 교수의 성취를 함께 존중하고, 그 경험과 역량이 후속 세대에 이어지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대학의 연구성과를 알리는 일과 그 성과를 만든 사람을 존중하는 일은 함께 가야 한다.
오는 12월 전체교수회의에서 우리대학의 첫 특훈교수가 임명된다. 누가 선정될지도 궁금하지만, 이 제도가 우리대학에 어떤 연구문화와 전통을 남길지 더 기대된다. 탁월한 연구를 인정하고 그 가치를 다음 세대로 이어 가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