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소개 l 공지사항 l PDF서비스 l 호별기사 l 로그인
시사
양곡관리법 개정안 부결, 그 대안은 무엇일까
김민수 ㅣ 기사 승인 2023-05-01 15  |  674호 ㅣ 조회수 : 229
 지난 4월 13일(목), 본회의 표결에서 쌀 초과 생산분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다시 한번 논의를 거쳐 부결됐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290명 중 찬성 177명, 반대 112명, 무효 1명이었다.

 양곡관리법이란 1950년 2월 양곡을 관리 비축하고 그 수요와 가격을 조절하며 배급 및 소비를 통제함으로써 국민 식량의 확보와 국민경제의 안정을 기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령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입법과정



 국회는 지난 3월 23일(목) 본회의를 열어 재석 266명 가운데 찬성 169명, 반대 90명, 기권 7명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쌀값은 전년 대비 24.9% 폭락하며 45년 만에 최대하락 폭을 기록했다. 생산비는 치솟았지만, 쌀은 풍년이라서 농가당 순수익은 전년도보다 37% 감소했다. 실제로 지난해 농가당 순수익은 1년에 500만 원, 한 달 60만 원 수준이었다. 정부는 세 차례의 시장격리를 실시해 역대 최대 물량인 45만 톤의 쌀을 사들였지만, 떨어질 대로 떨어진 쌀값에 몇 달 뒤 시행한 정부의 대처는 쌀값 폭락을 막지 못했다. 시장격리란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초과 생산된 쌀 또는 그 이상을 정부가 매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농업인들의 어려움을 이유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쌀이 초과 생산돼 쌀값이 급격하게 변동되거나 변동이 예상되는 경우 정부는 양곡 매입을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을 매입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으로 바꾸고, 쌀의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수확기 쌀 가격이 평년 대비 5~8% 이상 하락할 시 정부가 초과 생산량 전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한다는 내용 등을 담는다. 다만, 개정안 시행 이후 쌀 재배면적이 증가한 부분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

첫 거부권 행사



 국민의 힘은 매입 비용 부담, 농업 경쟁력 저하 등 부작용을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4월 4일(화)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법률안 거부권(재의 요구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비난하며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쌀 수급을 안정시키고 농가 소득 증가와 농업 발전에 관한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 주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이는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행사된 법률안 거부권이었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의석 분포상 민주당이 정의당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을 모두 끌어모아도 여당인 국민의힘(115석)이 ‘집단 부결’에 나서면 사실상 가결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정부의 대응은?



 농식품부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 요구 이후 지난 4월 6일(목) 쌀 산업 발전 및 수급 안정 방안과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 등을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남는 쌀을 수확기에 전량 강제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쌀 산업과 농업·농촌의 발전을 가로막는 법안이기에 헌법 제53조 제2항에 따라 국회에 재의를 요청하고, 대안을 마련해 발표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올해 수확기 쌀값이 20만 원 수준이 되도록 선제적이고 과감한 수급 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전략작물직불제 등 실효적인 수단을 활용해 쌀 수급균형을 회복하고, 쌀 농가의 소득안정을 뒷받침하겠다”며 “농업 직불제 예산을 내년 3조 원 이상, 2027년까지 5조 원으로 확대해 농가소득 안전망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략작물직불제란 구조적 과잉인 밥쌀용 벼 재배를 줄이는 대신 밀, 콩과 같이 수입에 의존하는 작물을 재배하면 정부에서 농가에 직접 지원금을 주는 제도이다. 쌀 생산량을 줄이고 자급률이 낮은 다른 작물들을 더 기르도록 유도해 자연스럽게 쌀값 폭락을 막고 부족한 다른 작물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안의 실효성에 대해 다른 작물 전환을 유도하기엔 유인이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의 2023년도 쌀 적정 생산 사업계획 추진 경과를 보면, 총체 벼와 기타 작물에 대한 전략작물직불제 목표 달성이 미진한데 이는 해당 품목에 대한 소득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품목별로 단가가 높고 낮음을 떠나 소득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면 사업 동참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과거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이 그랬듯이 보조금이 중단되면 많은 농가가 수익성이 높은 쌀로 회귀하는 등 역효과가 날 수 있기에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여야의 갈등과는 별개로, 야당 주도로 통과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농민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다.



 노창득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전북연합회장은 “양곡법 개정안을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말하는 이유는 쌀값 안정을 위해서 다른 대안이 더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뒤이어 정부의 소통 의지가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여당은 양곡법이 야당의 1호 민생법안이 되자 일찌감치 반대한다는 입장부터 냈다. 농민은 사라지고 정치만 남았다”고 말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정치적 갈등보다는 쌀값 폭락과 대비되는 물가 상승 상황에서 어떻게 식량안보를 확보할지 생각의 변화가 필요한 지점이다.



김민수 수습기자


기사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쓰기 I 통합정보시스템,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하여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확인
욕설,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01811] 서울시 노원구 공릉로 23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 최초발행일 1963.11.25 I 발행인: 김동환 I 편집장: 김민수
Copyright (c) 2016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