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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쓰레기차에 치여 사망한 동덕여대 재학생…“예견된 사고였다”
김민수 ㅣ 기사 승인 2023-07-03 10  |  677호 ㅣ 조회수 : 284

▲동덕여대 총학생회에서 게시한 입장문(재구성)



 지난 5일 오전 8시 50분경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이하 동덕여대) 캠퍼스에서 1교시 수업을 듣기 위해 이동하던 3학년 재학생 A(21) 씨가 교내 언덕길에서 1t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학교 미화원 B(81) 씨가 운전하던 해당 차량은 학교 내부 쓰레기를 모아 언덕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운전자는 가파른 경사에 제때 제동을 하지 못해 길을 걷던 학생을 들이받았고 학교 담장까지 그대로 돌진했다. 무너진 벽 대신 덧댄 임시 벽과 산산조각이 난 벽돌들이 사고 당시의 충격을 가늠할 수 있게 했다. A 씨는 사고 직후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뇌사 판정을 받았고 이틀 뒤인 7일 오후 7시 20분경 사망했다.



 경찰은 운전자 B 씨에 대해 교통사고 치사 혐의를 적용해 입건한 뒤 현장 CCTV와 차량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캠퍼스 언덕 위에 있는 쓰레기 수거장으로 후진해 올라갔다가 내려오며 미끄러졌다고 진술했다.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조사 결과 그런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책?

 지난 12일 오후 8시경, 동덕여대 학생 1,000여 명은 본관 앞 운동장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학내 구성원의 요구에도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학교 본부를 규탄하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명백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며 김명애 총장(이하 김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당시 사고가 난 언덕길은 평소 차도와 인도 구분이 불분명해 학교 내부에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약 6년간 꾸준히 제기됐다. 언덕길 위에는 쓰레기 집하장이 있어 청소 차량 등이 자주 오갔다. 학생들은 언덕의 경사가 매우 심하고 도로 폭이 좁아 위험하기 때문에 쓰레기 집하장을 아래로 내릴 것을 요청해 왔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가 학교 측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학교 측은 “홈페이지의 Q&A 게시판을 통해 받은 민원을 최대한 반영하려 했으나 예산 문제나 집하 허가 문제 등을 이유로 빠른 대처를 못 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언덕에 계단을 설치하고, 주차 공간을 없애는 등 개선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될지는 몰랐다. 안타깝다. 이번 일로 큰 심적 고통을 겪으신 모든 분께 진심 어린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동덕여대의 안전 강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매체에 전했다.



 사고 이후 학교 측은 언덕길 계단에는 손잡이를 설치했고 쓰레기 집하장은 임시로 예지관 건물의 지하 3층으로 이전했다. 이외에도 학교는 지난 14일 교내 안전 강화 계획을 공지했다. 단기적으로는 언덕길을 미끄럼방지 도로로 바꾸고, 각종 사고 위험 구간에는 핸드레일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외부 안전 전문가를 통해 교내 안전 예방 대책을 수립하고, 노후화된 건물을 신축하는 등 중장기 계획도 마련했다.



 다만 학생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교내 안전 강화 계획은 언론 보도 자료를 통해 발표됐고 교내 구성원에게는 전혀 공유되지 않았다. 이 같은 대책 수립 역시 학교의 일방적 소통이라는 것이다. A 씨가 소속된 아동학과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하고 사망 소식이 들릴 때까지 학교는 정말 아무런 말이 없었다”며 “학교는 그 시간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측과 학생들은 사고 발생 열흘 만인 지난달 15일(목) 만나 첫 면담을 했지만, 평행선을 달렸다. 김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하는 중앙운영위원회는 교내 안전대책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양측은 안전 대책 수립 및 시행을 놓고 학생 의견 청취, 교직원 채용기준 강화, 총장의 사과문 게재 등 일부분은 합의했지만 총장 사퇴 여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학생들은 김 총장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총장이 거부하면서 회의는 파행됐다. 김 총장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총장으로서 다른 장소도 아닌 대학에서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참담하다”며 “향후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내시설을 긴급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총장 사퇴를 외치는

재학생들


 김서원 총학생회장은 “요구안의 첫 줄은 총장 사퇴”라며 “이번 일의 총책임자가 총장일 뿐만 아니라 (총장에게) 이전부터 여러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고로 인해 교내의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들이 거론되고 있다. 앞으로의 사고 예방을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어주시는 교내 학우분에게 정말 감사하다. 이번 사고는 어느 학교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고였다. 학우분의 안타까운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게 다른 학교 학우분들 또한 우리의 행동을 지지하고 서명 운동을 통해 목소리 내주시면 감사하겠다. 앞으로 안전한 대학 캠퍼스를 위해 노력할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교내 안전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난다. 학생들의 계속되는 건의에도 예산 문제를 이유로 늦어지던 대책 마련은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캠퍼스 내 안전사고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민수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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