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과 원청 기업의 하청 노동자 단체교섭 의무 부과다. 노동계는 “정당한 파업권 보장과 노동권 강화”라며 환영하는 반면, 경영계는 “기업 활동 위축과 노사 갈등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의 입장은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청년 세대는 앞으로 수십 년간 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집단으로, 이들의 시각에서 법안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
불안정 노동 개선의 기회
노란봉투법은 불안정 노동에 놓인 청년층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가능성을 갖는다. 최근 청년 노동은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플랫폼 노동 형태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배달·대리운전·콜센터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임금 체불이나 손해배상 청구 위협에 직면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법안은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해 청년 노동자들이 과도한 법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하청·용역 노동자의 원청 교섭권을 인정해, 협력업체 소속으로 근무하는 청년들이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청년 세대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안전망이 될 수 있다.
▲ 8월 5일(화) 국회 본회의장에서 노란봉투법이 재석 179명 중 찬성 177명, 반대 2명으로 통과하는 모습 (출처=뉴시스)
채용 축소와 산업 불안정 악화 우려
재계는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져 신규 투자와 채용이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채용 축소는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에게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권리 보장이 확대되더라도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다면 청년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산업 현장의 불안정성도 우려된다. 파업 장기화와 잦은 노사 갈등은 신입사원과 사회초년생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직장 적응 초기부터 불안정한 환경에 놓이게 되면 청년 세대의 직장 경험과 노동시장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청년 세대의 이중적 현실
청년 세대는 노란봉투법을 기회인 동시에 부담으로 받아들인다. 법안이 제공하는 권리 보장은 긍정적이지만, 고용 기회 축소 가능성은 현실적인 불안으로 작용한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에게는 권리 보장보다 당장의 일자리 규모가 더 중요한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법 시행 과정에서 청년층의 고용 기회가 줄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
한 건설사에 재직 중인 1년 차 신입사원 황은정 씨(이하 황씨)는 “노동자가 부당한 손해배상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은 인상 깊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활용도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씨는 “하청 업체를 관리하는 시공사 입장에서 보면 법이 다소 노동자 편향적으로 느껴진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공정 지연과 비용 증가 같은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권리 보장 이전에 취업 자체가 어려운 현실에서, 막상 직장에 들어가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파업권을 행사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황씨는 “노란봉투법이 근로자에게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안전망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기대된다. 다만 건설업계 특성상 신규 채용 축소와 같은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균형 잡힌 논의 필요
노란봉투법 논의는 지금까지 노동계와 재계 중심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새로운 주체로 부상한 청년층이 배제된다면 법안의 효과는 왜곡될 수 있다. 청년층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은 미래 세대 배려 차원이 아니라, 현재 정책을 실효성 있게 운영하기 위한 조건이다.
향후 과제는 법의 순기능을 살리면서도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는 균형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청년층의 고용 기회를 보장할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기업 또한 단기적 부담을 이유로 채용을 줄이기보다 안정적 노동 환경 구축에 나서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한국 노동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러나 청년 세대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불확실하다. 권리 보장과 고용 안정이라는 가치가 균형을 이룰 때에만 청년층은 법의 실질적 혜택을 체감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필요한 것은 대립적 구호가 아니라 청년의 목소리를 중심에 둔 사회적 논의다. 노란봉투법이 청년에게 진정한 보호막이 될지, 또 다른 부담이 될지는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선택에 달렸다.
송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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