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렉카 시대, 검증 없는 폭로의 두 얼굴
이준석 기자 승인 2026.07.13 17 715호

 올해 상반기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화제를 모았다. 무너진 교권을 지키기 위해 창설된 가상의 정부 기관 ‘교권보호국’이 학교 내 부조리를 응징하는 내용이다. 공개 첫 주 화제성 지수에서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이 중 특히 화제가 된 건 인플루언서 학생이 등장하는 3화다. 수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학생이 SNS로 교사에 대한 허위 성추행 루머를 퍼뜨리자, 온라인 이용자들은 해당 교사의 신상을 캐내 학교로 몰려가 비난을 쏟아낸다. 검증되지 않은 폭로가 팔로워라는 숫자를 등에 업고 순식간에 확산되며 한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는 전개다. 이는 단순한 드라마적 상상만이 아닌 현실 속 ‘사이버 렉카’ 현상과 닮아 있다.

 





▲ 가면을 쓴 채 이야기를 하는 사이버 렉카(출처=미디어 오늘)




 조회수가 권력이 된다


 

 ‘사이버 렉카’는 특정인의 이슈를 자극적으로 편집해 비난·비방하는 영상을 콘텐츠로 삼는 유튜버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고 현장에 집요하게 몰려드는 견인차에서 이름을 따온 이 표현은, 이제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용어가 됐다.



 카메라 한 대만 있으면 제작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고, 자극적인 소재일수록 조회수가 잘 나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검증보다 폭로 속도를 우선하는 콘텐츠가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영상을 올린 채널이 대부분의 조회수를 가져가는 구조이다 보니,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시간조차 경쟁에서 뒤처지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인식조사에 따르면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묻는 질문에는 ‘사이버 렉카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꼽은 비율이 93.2%로 가장 높았고, ‘세간의 지나친 관심’과 ‘비방·모욕 댓글’이 뒤를 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사이버 렉카 콘텐츠를 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71.4%였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공유한 적 있다는 응답도 14.4%에 도달했다. 해당 결과는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콘텐츠 소비 자체는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모순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대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같은 구조는 대학 커뮤니티에서도 발견된다. 에브리타임 같은 익명 게시판에서 한 학생과 연관된 논란이 올라오면, 댓글이 그 학생을 넘어 학과 전체를 향한 비난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다. 게시자는 익명으로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반면, 지목된 학생이나 학과는 사실 확인 없이 신상이나 명칭이 그대로 노출되며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이런 게시물은 한쪽의 주장과 캡처 이미지만으로 구성된다. 당사자가 반박하거나 해명할 기회를 갖기 전에, 댓글과 공유를 통해 여론이 먼저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피해를 받은 학과의 학생 A씨는 “같은 학과 학생이 연관된 논란이 게시판에 올라왔는데, 정작 그 학생보다 학과 전체를 향한 비난 댓글이 더 많이 달렸다”며 “그냥 그 학과에 속했다는 이유로 욕을 먹어야 했다”며 억울함을 표했다. 또, “한때는 해당 학과라는 것을 알리기 꺼리기도 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견제 기능인가, 사적 제재인가


 

 국회에는 사이버 렉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명시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비난·비하성 허위 콘텐츠를 게시하는 ‘사이버 렉카’와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사이버 불링’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형법 개정안과 폭력행위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온라인상의 명예훼손과 모욕은 정보통신망법 등 개별법에 규정돼 있지만, 형사처벌의 기본법인 형법에는 별도 규정이 없다는 점이 이 법안의 발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반면 형사처벌 신설에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사이버렉카 문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현안분석 보고서에서 형사처벌을 강화할 경우 △형법 체계와의 조화 △중복 규제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 위축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행정적 규제 강화를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폭로 자체가 정당화되는 지점도 있다. 형법 제310조에서는 진실한 사실을 공익을 위해 적시한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그래서 사이버 렉카 관련 소송에서는 폭로가 공익을 위한 것인지, 조회수를 노린 비방인지가 쟁점이 된다. 법률 정보 매체 로톡에 게재된 법률 칼럼에 따르면, △표현의 목적과 동기 △내용의 공공성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여부 등이 공익성의 판단 기준으로 거론된다. 반대로 △자극적인 썸네일·제목 △광고·후원 유도 △반복적이고 집요한 공격 양상 등은 비방 목적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다뤄진다고 설명한다.



 사이버 렉카를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규제할 것인가는 입법과 판례가 쌓여가는 과정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극적인 콘텐츠는 계속 소비되고 있어,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는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


 

이준석 기자

hng458@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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