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인근 상가에 무인 매장이 늘고 있다. △아이스크림 할인 매장 △무인 사진관 △전자담배 매장 △소품샵 △카페 등 대면 서비스가 일반적이었던 업종까지도 최근에는 키오스크나 출입 인증 시스템을 도입해 무인으로 운영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비대면 소비를 선호하게 되면서 사회가 빠른 속도로 ‘무인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주변 상권과 노동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폭증하는 무인 매장
뉴데일리 경제와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분석 등에 따르면 전국 무인 매장 수는 1만 2천 개에 달한다. 삼성카드 분석 기준으로 2020년에서 2025년 사이 무인점포 가맹점 수는 4배나 증가했다. 아파트 상가의 아이스크림 할인 매장에서 번화가의 네 컷 사진관까지, 상점가를 장악한 무인 매장의 모습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밀키트 매장 △제로 식품 매장 △반려동물 물품 매장처럼 식료품 매장에서도 방문자가 직접 고르고 결제하는 셀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무인화의 원인과 영향은?
우리대학 이희경 경영학전공 교수는 무인 매장이 증가하는 이유를 “인건비 부담이나 인력 확보의 어려움, 비대면 셀프 서비스 경험에 익숙해진 소비자 등의 흐름이 맞물린 데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키오스크나 AI 기반 서비스는 과중한 업무나 피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정해진 기준에 따라 비교적 표준화된 응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다”고 전했다.
무인 매장 증가가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 교수는 양면적인 영향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계산 △주문 접수 △상품 안내 △단순 응대처럼 비교적 표준화하기 쉬운 업무가 먼저 무인 시스템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도 매장에 상주하며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인력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여러 무인 매장을 순회하며 재고·청결을 관리하는 업무나 각종 오류나 문의에 원격 대응하는 업무,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품 구성·매장 동선을 개선하는 업무처럼 서비스 노동의 ‘형태’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의 단순 상실이 아니라 서비스 노동이 대면 응대 중심에서 △운영 관리 △원격 지원 △고객 경험 관리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함께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무인 시스템의 장단점
소비자들은 △비대면 구매 가능 △빠르고 간편 △시간에 구애받지 않음 등을 무인 시스템의 장점으로 꼽았다. 실제로 2023년 계명문화대학교 장상준 교수가 무인 식음료 매장 방문 경험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06명 중 48.2%가 저녁 18시부터 새벽 5시 59분까지의 심야 시간대에 무인 매장을 방문했다고 응답해 무인 매장 이용의 장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소비자가 지적한 무인 매장의 단점도 있었다. 노인이나 어린이 등 셀프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접근성이 제한된다. 이 교수는 “기존의 터치스크린 기반 일방향 키오스크는 화면의 메뉴를 소비자가 직접 읽고, 순서를 이해하고, 스스로 조작해야 하므로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는 이용 과정에서 소외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물건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받기 어렵다는 점이나 기계 고장 시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받을 수 없다는 점도 무인 매장의 단점이었다.
업종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도 있었다. 헤럴드 경제에 따르면 서울 시내 9곳의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 중 총 8곳에서 인쇄된 가짜 신분증으로 전자담배 성인인증 및 구매가 가능했다. 무인 식품 판매점의 위생 관리 위반 사례나 무인 매장 대상 범죄 확산 등도 함께 지적된다.
“신뢰와 존중 주는 세심한 설계 필요해”
이 교수는 “무인 서비스가 비교적 단순하고 표준화된, 직원의 설명이나 상담 없이도 이용 과정을 완료할 수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한 “탈모나 다이어트, 피부 고민 관련 제품처럼 소비자가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거나 주변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교수는 “△고관여 제품* △감정적 응대가 필요한 서비스 △전문적 설명이 필요한 서비스까지 완전히 무인화되기는 어렵다. 위 업종은 정확한 정보뿐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의 공감적 태도와 책임 있는 문제 해결이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앞으로의 방향은 완전한 무인화보다 △단순 주문 △결제 △출입 관리 △재고 등은 기술이, △설명 △상담 △불만 처리처럼 인간적 판단·공감이 필요한 부분은 사람이 담당하는 ‘선택적 무인화’ 또는 ‘하이브리드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무인 서비스의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속적인 도난·무단 이용 등을 해결하기 위해 무인 매장 전용 보안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의 무인 매장 상시 점검 역시 사람 없는 매장이 늘어가는 ‘무인화 사회’에 필요한 조치다.
*고관여 제품: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는 제품.
이혜원 기자
dl0840@seoultech.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