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이하 AI)의 등장은 대학가의 학습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과제 작성부터 시험 준비, 자료 조사에 이르기까지 AI는 강의실 풍경을 빠르게 재편하는 중이다. 그러나 AI 활용의 급격한 확산 이면에는 짙은 윤리적 그림자가 존재한다. 활용 속도에 비해 제도적 정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캠퍼스 곳곳에서는 공정성과 학습 윤리를 둘러싼 마찰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본지가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학생 AI 사용 실태 설문’ 결과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게 관찰됐다. 응답자 대다수가 일상적인 학업 과정에서 AI를 빈번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답해, 대학가에 AI 활용이 이미 깊숙이 자리 잡았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 역시 적지 않았다. 설문 참여자 상당수가 학업 과정에서 과제 대필, 출처 미표기 등 ‘AI 관련 윤리적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해, 학내 구성원들이 체감하는 혼란이 적지 않은 수준임을 시사했다. 학습 도구로서 AI의 활용 가능성은 크지만,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부정행위에 대한 불안과 학업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통일되지 않은 규정, 필요한 것은 ‘구체적 기준’
현재 대학가에서 혼란이 지속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명확하고 통일된 학내 가이드라인의 부재에 있다. 어떤 강의에서는 AI 활용 사실과 함께 입력한 명령어인 ‘프롬프트’ 및 재구성 과정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반면, 다른 강의에서는 사전 안내 없이 금지하거나 명확한 지침 없이 방치하는 등 기준이 각 수업마다 극단적으로 갈린다.
평가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잠재적 부정 행위자로 의심받을까 두려워하며 과제를 제출한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 서경원 인공지능융합학과 교수는 “현재처럼 교수자 개인이 AI 사용 여부와 기준을 각각 결정하는 상황에서는 동일한 행위가 어떤 강의에서는 허용되고 다른 강의에서는 부정행위가 될 수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무엇이 허용되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교수자 역시 매 강의마다 기준을 처음부터 설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교수자와 학생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잣대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학내 불신과 공정성 시비는 매 학기 반복될 수밖에 없다.

▲ AI로 과제를 수행하는 대학생의 모습
정부의 윤리 가이드라인 배포, 대학의 남은 과제
이렇게 AI 활용에 관한 학내외 혼란이 가중되자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8월 24일(월) ‘대학 AI 활용 윤리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각 대학에 공문으로 배포했다. 최종안은 △학문적 진실성 △인간 중심성과 책임성 △투명성과 신뢰성 △공정성 △정보 보호 및 보안 등 5대 원칙을 기본 틀로 삼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학생이 AI를 사용했을 때 △활용 사실과 도구 △프롬프트 △재구성 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서 교수는 이에 대해 “대학 차원의 공통 원칙과 강의별 구체적 기준이라는 이중 구조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먼저 생성형 AI 활용에 대한 최소한의 공통 원칙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AI를 활용했을 경우 이를 투명하게 밝히는 원칙, AI가 생성한 정보와 인용문의 정확성을 학생이 책임지고 검증해야 한다는 원칙, 개인정보나 연구 데이터와 같은 민감한 정보를 무분별하게 입력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 그리고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자신의 독립적인 사고 결과인 것처럼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 등은 대학 차원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서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이드라인의 목적이 학생들의 AI 사용을 감시하거나 금지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생성형 AI는 앞으로 학생들이 대학뿐 아니라 산업 현장과 연구 현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될 기술이다. 그렇다면 대학의 역할은 학생들이 AI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를 사용하면서도 자신의 사고와 판단에 책임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생성형 AI 시대의 AI 리터러시는 단순히 프롬프트를 잘 작성하는 능력이 아니다. AI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잘못할 수 있는지 이해하고, 생성된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증한다. 또한 자신의 전문 지식과 판단을 결합하고, AI를 어디까지 사용했는지를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해야 한다. 서 교수는 “이러한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앞으로 대학 교육이 담당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생성형 AI의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이제는 무조건적인 통제나 방관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윤리적 책임감을 갖고 AI를 학습 보조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대학 차원의 명확한 규정 마련이 시급히 요구돼야 할 시점이다.
고유빈 기자
ub2006@seoultech.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