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4일(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 4년 반이 지났다. 개전 초기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 인근까지 진격했지만 점령에 실패했고, 이후 전선은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중심으로 굳어졌다. 우크라이나의 반격과 러시아의 재공세가 이어졌지만 어느 쪽도 결정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전쟁은 장기 소모전으로 변했다. 참호와 포병이 다시 전장의 중심에 등장한 한편, FPV 드론*과 인공지능 기반 표적 식별 기술이 활용되며 과거의 방식과 새로운 방식이 뒤섞인 전장이 만들어졌다.
▲ 2026년 2월 22일 기준 러우전쟁 전황(출처=BBC)
쌓여가는 전쟁의 피해
전쟁이 길어질수록 피해도 누적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지난 7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의 누적 사상자가 2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했다. 러시아군 사상자는 약 140만 명, 우크라이나군은 52만5천~62만5천 명으로 추정됐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해외로 떠난 우크라이나 난민은 590만 명, 국내 실향민은 370만 명에 달했다. 장기간의 피란은 노동력 감소와 교육 단절 등 전후 사회의 회복에도 부담으로 남는다.
물적 피해도 막대하다. 세계은행과 유럽연합(이하 EU), 유엔 등이 지난 2월 발표한 평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직접적인 물적 피해는 약 1천950억 달러에 달한다. 향후 10년간 필요한 재건·복구 비용은 약 5천880억 달러로 우크라이나의 2025년 명목 GDP의 약 세 배에 이른다. 전쟁이 당장 멈추더라도 파괴된 도시와 기반 시설이 곧바로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이유다.
전쟁이 바꾼 유럽의 경제·안보 질서
러우전쟁은 우크라이나 국경 밖의 경제 질서도 바꿨다. 대표적인 변화는 유럽의 에너지 공급망이다. EU 전체 가스 수입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45%에서 2025년 12%로 줄었다. 러시아산 원유 비중도 2022년 20%에서 2025년 2%로 감소했다. EU는 러시아산 LNG 수입을 올해 말까지, 파이프라인 가스는 늦어도 2027년 11월까지 단계적으로 중단할 방침이다. 결국 전쟁을 계기로 시작된 에너지 공급처 다변화가 일시적 대응을 넘어 장기적인 정책으로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안보 질서의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오랫동안 군사적 비동맹 정책을 유지했던 핀란드와 스웨덴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각각 2023년과 2024년 NATO에 가입했다. NATO 회원국들은 지난해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GDP의 5%를 국방과 안보 관련 분야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7월 앙카라 정상회의에서는 유럽 회원국과 캐나다의 2025년 핵심 국방투자가 전년보다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침공이 NATO의 확대와 유럽의 재무장을 촉진한 것이다.
유럽을 넘어 한반도로
전쟁의 파장은 한반도까지 이어졌다. 러시아와 북한은 2024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뒤 군사협력을 크게 확대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병력과 포탄, 탄도미사일 등을 제공해 왔으며, 지난해 말까지 2만 명이 넘는 병력을 파견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정보원은 2024년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 대가로 병사 1인당 월 2천 달러 수준을 북한 측에 지급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은 청년 병사들의 목숨을 대가로 외화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파병보다 규모가 큰 것은 군수물자 수출을 통한 수익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이 2023년 8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대러 파병과 군수물자 수출로 벌어들인 수익을 76억7천만~144억 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최대치 기준으로 우리 돈 20조원이 넘는 규모다. 이 가운데 파병을 통한 수익은 6억2천만 달러, 포탄과 탄도미사일 등 군수물자 수출 수익은 70억5천만~137억8천만 달러로 추정됐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실제 현물로 확인된 대가는 일부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민감한 군사기술이나 정밀 부품·소재 등의 형태로 북한에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했다.
전쟁 특수 누리는 북한
이 같은 북․러 협력 확대 시기는 북한 경제의 회복세와도 겹친다. 북한 경제는 2020년 -4.5%, 2021년 -0.1%, 2022년 -0.2% 성장하며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의 실질 GDP는 2023년 3.1%, 2024년 3.7%, 2025년 3.5% 증가해 이후 3년 연속 3%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를 모두 전쟁 특수의 결과로 볼 수는 없지만, 한국은행은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확대와 무기 수출 증가 등이 최근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얻는 것은 외화만이 아니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은 드론과 포병이 결합된 현대전의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북한이 공급한 탄도미사일은 실제 전장에서 성능을 검증받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러시아의 지원을 통해 북한 미사일의 정확도가 향상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전장에서 얻은 경험과 경제적 수익,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다시 북한의 핵·미사일·드론 전력 강화에 투입된다면 러우전쟁의 영향은 유럽을 넘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FPV 드론: ‘First Person View 드론’의 약자로, 조종자가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며 직접 조종하는 드론. 러우전쟁에서는 정찰뿐 아니라 자폭 공격용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김용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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