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1980년대 후반부터 전자 산업을 주도하는 핵심 산업으로 대두되어 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수많은 협력사들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반도체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세계적인 수준까지 발전시켜왔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생산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2022년 기준 대한민국의 수출액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8%로, 대한민국의 수출 및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가장 큰 산업 중 하나가 반도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중 갈등으로 인한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험도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경제전쟁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 리쇼어링 조치와 함께 중국의 대한민국 반도체에 대한 대량 진입 등의 공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쟁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무역 수지 전체가 본 경제 전쟁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추가적으로 최근 폭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며 산업 전반적으로 신규 설비 및 인력에 투자하는 금액이 급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규 서버 및 데이터센터에 투자되는 돈이 매우 줄고 있어, 메모리반도체 (NAND / DRAM) 제작에 치중된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 구조에는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반도체 수출액이 46.5%나 줄어들며 삼성전자의 경우는 25년만에 인위적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감소시키는 ‘인위적 감산’ 에 나서게 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우리의 반도체 산업과, 더 나아가서 우리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기술 개발을 통한 제품 다각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박리다매의 메모리 반도체 위주의 생산 라인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고부가가치의 반도체인 로직 및 센서 칩셋 생산으로 사업을 더욱 확장하고, 파운더리 생산 역량을 더욱 일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삼성 파운더리는 트랜지스터 공정면에서는 1위 경쟁사인 TSMC보다 진일보한 GAA구조 기반의 공정을 개발하고 양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TSMC가 다년간 파운드리 비즈니스를 진행하며 쌓아 놓은 fabless 기업 및 장비 벤더들과의 관계와 디자인 역량은 빠르게 따라잡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다행인 점은, 3nm 이하의 공정 노드로 내려가며 반도체 개발의 속도가 매우 더뎌졌다는 점에 있다. 3nm 이하의 영역에서는 너무나도 좁은 선폭 때문에 양자역학적 효과로 인한 특이 사항이나 불량들이 발생하기도 하여, 기존의 반도체 제조 방법론으로는 충분히 빠른 시간 내에 다음 제품을 개발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연구 및 산업 분야에서 제조 분야에 인공 지능을 적용해서 디자인 변수를 최적화하고 생산 라인을 최적화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SK 하이닉스의 경우는 제조 AI 전문 회사인 Gauss Labs를 2020년 9월 출범하여 수율 예측 및 결함 검사의 효율을 올리는 연구를 하고 있고, 삼성전자의 경우도 2022년 Samsung AI Forum에서 자사의 AI기반 반도체 생산 라인 최적화 기술을 발표했다.

 이런 데이터 기반 방법론을 이용한 제조 라인 최적화 기술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는 우리의 우위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됨과 동시에 파운더리 및 로직 칩셋 분야로도 우리의 반도체 산업 규모를 확장시킬 수 있는 주춧돌이 될 것이다. 우리 학생들 또한, 기존의 개발 방법론 뿐만이 아닌 새로운 데이터 기반 생산 및 최적화 방법론을 학습하고 산업 현장에 진출한다면 산업 발전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 좋은 직업을 가지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