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중동 국가들이 초고층 빌딩으로 근대화를 상징해 왔다면, 한국의 도시를 가장 잘 표현하는 구조물은 아파트다.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파트를 서사의 중심에 놓고, 한국 사회의 계급과 부동산 문제를 풀어낸 작품이다.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이 주연을 맡았고, 384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2023년 청룡영화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엄태화 감독이 직접 연재한 웹툰 ‘유쾌한 왕따’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웹툰의 재난 설정은 유지하고 그 구조를 아파트라는 공간과 계급 문제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각색됐다. 웹툰이 왕따라는 학교 내 폭력 구조를 다뤘다면, 영화는 구조를 아파트로 옮겨 성인 사회를 보여준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대지진으로 서울이 폐허가 된 상황에서 황궁 아파트만이 유일하게 살아남는다. 외부 생존자들이 몰려들자 입주민들은 ‘주민’과 ‘비주민’의 경계를 설정하고 새 대표를 중심으로 외부인 출입을 차단하는 규칙을 만든다. 아파트 안에서는 자원을 배분하고 노동을 분담하는 자체적인 질서가 생겨나고, 질서를 따르지 않으면 퇴거 대상이 된다. 이 설정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계급 구분을 보여준다. 영화는 재난이라는 극단적 조건을 통해 그 구조를 드러내고 있다.
입주민들은 위협에 반응하기 위해 집단의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한다. 등장인물인 명화는 외부인을 향한 공동체의 배타적 태도에 의문을 품지만 생존이라는 현실 앞에서 쉽게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명화의 망설임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사이의 갈등을 보여준다. 영탁이라는 인물은 위기 상황에서 권위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질되는지를 보여준다. 초반에는 공동체를 지키는 대표로 등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권위의 근거는 모호해진다.
영화에서 아파트는 주거 공간인 동시에 자산의 지표다. 특정 단지에 거주한다는 사실이 곧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고, 입주민 공동체는 외부와 선을 긋는 방식으로 본인들의 가치를 유지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 구조에 재난이라는 조건을 대입해,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계급 의식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걸프 퓨처리즘이 초고층 빌딩을 통해 중동의 욕망과 변화를 시각화했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파트를 통해 한국 사회의 계급 의식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