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시대에도 다시 LP를 꺼내는 이유
김용하 기자 승인 2026.09.06 23 716호

 원하는 음악을 몇 초 만에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시대에 LP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음원 플랫폼이 음악 감상의 중심이 된 뒤 사라질 것으로 여겨졌지만 오히려 LP는 ‘듣는 물건’을 넘어 ‘경험하고 소장하는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전 세계 LP 매출은 2025년 전년 대비 13.7% 증가하며 19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 밴드 ‘쏜애플’의 바이닐. 회전할 때 물결이 흐르는 듯한 시각 효과가 나타난다.(출처=예스24)





 LP의 가장 큰 특징은 불편함이다. 원하는 곡으로 바로 건너뛸 수 없고 한 면이 끝나면 직접 판을 뒤집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번거로움이 오히려 LP만의 경험이 된다. 앨범을 꺼내 턴테이블에 올리고 바늘을 놓는 과정 자체가 음악 감상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LP 자체의 디자인도 중요한 요소가 됐다. 검은색 원판에 음원을 담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색을 섞은 컬러 바이닐 △잉크가 튄 듯한 스플래터 패턴 △반투명 소재 △이미지가 새겨진 픽처 디스크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된다. 원형의 판이 계속 회전한다는 특성을 활용해 물결이나 소용돌이처럼 무늬가 흐르는 듯 보이도록 디자인하기도 한다. 정지된 상태에서는 하나의 그림이던 판이 턴테이블 위에서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셈이다.



 LP는 소장품으로도 기능한다. 12인치 크기의 재킷은 작은 디지털 앨범 이미지보다 아트워크를 크게 보여주고 가사집과 포스터, 한정판 구성품 등을 함께 담을 수 있다. 판의 색과 질감을 살펴보고 재킷을 펼치는 행위까지 앨범을 즐기는 하나의 경험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LP의 성장이 스트리밍의 쇠퇴와 함께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평소에는 스트리밍으로 편리하게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작품은 LP로 소장한다. 편리함에 있어서는 디지털을 이길 수 없지만 촉각과 시각, 소장의 경험은 오히려 더 강화한 것이다.



 영화관 역시 OTT와의 경쟁 속에서 IMAX와 4DX 같은 특별관과 굿즈를 강화하며 ‘영화관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만들어 왔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래된 매체가 살아남는 방법은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을 분명하게 만드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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