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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의 메카, 제주도에 다녀오고
최종호 ㅣ 기사 승인 2023-08-23 09  |  678호 ㅣ 조회수 : 457



 지난 7월, 제주도청으로부터 제주 방문을 초청받았다. 초청 계획서엔 ‘제주와 함께하는 수도권대학언론연합회 팸투어’라는 이름으로, “전국적 이슈나 미래먹거리 산업에서 이미 제주가 선도적으로 사업을 이끌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알리려 한다”는 추진배경을 볼 수 있었다. 조금은 거창한 듯 느껴지는 ‘전국적 이슈’와 ‘미래먹거리 산업’이 무엇을 말하는지 궁금했다.



 얼마 뒤, 구체적인 일정들이 나오면서 ‘전국적 이슈’와 ‘미래먹거리 산업’이 자율주행 자동차, 재생에너지 산업 그리고 배터리 산업이었단 걸 알게 됐다. 따지고 보면 세 가지 산업 모두 가히 게임체인저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으니 전국적 이슈라 말할 수 있고, 앞으로의 인프라와 관련된 사안이니 미래먹거리 산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틀간의 일정을 마친 후, 위와 같은 제주도청의 자신감이 허상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실제로 제주는 자율주행자 시범운행지구로 자율주행차가 섬 위를 돌아다니고 있었고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비율은 작년 기준 18.31%로 전국 지자체 중 1위였다. 전기차 보급률도 높은 덕에 폐전기차에서 나온 배터리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다니는 제주


 제주도는 국토교통부에서 지정한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이다. 제주국제공항~중문관광단지(평화로)구간에 이어 제주 첨단과학기술단지까지 시범운행지구가 확대된 것이다.



 우리는 국내 최초로 민간 자율주행 서비스를 개시한 RideFlux 차고지를 방문했다. RideFlux의 차고지에는 중형차부터 승합차까지 다양한 크기의 자율주행차들이 주차돼 있었다. 계단을 올라 작은 사무실로 들어갔다. RideFlux 김윤관PM은 본인들이 이뤄낸 제주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실증한 서비스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는 제주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최적의 지역이라고 말했다. 연간 1,500만명 이상의 개인 이동수단이 없는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는다. 또 외부로부터의 차량 유입이 제한되고, 다양한 기후와 복잡한 도로를 갖고 있어 오히려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인공지능 기술과 사물 인식 기술의 설명이 이어지다 “실제로 인당 8,000원으로 제주국제공항에서 주요관광지를 정류소로 지정해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는 말에 눈이 커졌다. 기술 개발과 시행이 동시에 가능한 제주 섬의 특별함이 놀라웠다.



 기술 소개를 마친 후 실제 자율주행 자동차를 시승했다. 설명대로 차 내부엔 승객에게 자율주행 차량의 실시간 인지·판단 결과를 제공하는 인터페이스가 있었다. 아무래도 자율주행이 익숙하지 않은 승객들에게 주변 사물들, 차량 속도, 차선을 모니터에 그려 안정감을 주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 법률상 완전한 무인 자율주행은 불가능하다. 안전요원이 늘 동승해 있어야 한다. 차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갈 때 갔고, 멈춰야 할 때 멈췄다. 다만, 사람이라면 더 빠르게 치고 들어갈 순간에 자율주행차는 같은 속도로 갈 길을 갈 뿐이어서 답답함도 느껴졌다. 그렇게 2~30분가량 가만히 차량에 타고 있으니 흥미가 떨어졌다. 공상과학이 떠오르는 자율주행은 그저 늘상 타고 다니는 자동차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안정적이었다.




에너지 전환이

곧 에너지 자립


 제주는 CFI2030(Carbon Free Island) 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없는 섬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꾸준히 늘려왔다. 그 결과 현재 제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18.31%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1위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창문 너머로 여러 대의 풍력발전기를 볼 수 있었다.



 동복 북촌 풍력발전단지를 찾았다. 발전소답게 인적 드문 길로 한참을 들어갔다. 그곳엔 정말 커다란 풍력발전기들과 제주에너지공사 동복 북촌 풍력발전단지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발전소 직원이 발전소와 제주의 풍력발전 현황을 소개했다. 이곳 동복 북촌 풍력발전단지는 동부 폐기물매립장 및 채석장으로 활용 중인 지역을 이용해 만들었고, 700억 가까운 사업비를 투자해 만든 곳이다. 2,000kWh 발전기가 15개 있어 총 30,000kWh 용량을 담당한다. 현재 제주에서 풍력발전을 통한 연간 전력 생산량은 103,000MWh이고, 꽤 큰 면적의 제주도심까지 감당할 수준(연간 18,000 가구)이다.



 취재 전 제주의 에너지 사업에 대해 알아보다 알게 된 ‘출력제어’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출력제어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너무 많아지면 전력계통의 안전성을 위해 예상보다 초과된 전력을 전송하지 못하도록 그 양을 제어하는 것이다. 날씨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이 높은 제주 역시 출력제어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발전소 직원에게 이를 묻자, “실제로 우리 발전소 역시 출력제어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빈도 또한 적지 않다며 손실 역시 크다고 답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거래소나 한전에 손실을 메꿔주도록 지원금 등의 방안을 문의해봤지만 별다른 대안은 없었다고 답했다.



 소개를 마치고 건물 옆에 있는 풍력발전기로 갔다. 가까이서 본 발전기의 규모는 정말 어마어마했다. 높이는 보통 60~100m정도이고 블레이드 길이 역시 40m쯤 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한 편엔 사용하지 않는 발전기의 머리 부분이 있었다. 내부를 열어 보여줬는데 그 안에는 터빈과 같은 발전장치도 그대로 있었다.






다 쓴 전기차

배터리도 다시 보자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는 불안정한 발전원이다. 그렇기에 출력량 역시 불안정해 블랙아웃이 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해줄 기술이 있다. 바로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이다. ESS를 통해 출력이 많을 땐 저장하고, 적을 땐 저장한 것을 사용하면 된다. 이 ESS를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배터리다. 배터리 기술력은 단순히 전기차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전력시스템을 바꿀 게임체인저이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전기차 배터리 산업화 센터다. 말 그대로 폐전기차의 가치가 있어 보이는 배터리를 수집해 여러 가지 검증을 거쳐 다시 경제성을 갖도록 산업화하는 곳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재사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보조금 수혜를 받은 전기자동차는 등록 말소 시 자동차 배터리 등의 부품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자체는 도로 위에 있는 수많은 전기차의 배터리들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이곳 배터리 산업화 센터 내부를 들어가면 그렇게 얻은 차량용 배터리가 보관돼 있다. 배터리가 많은 곳이므로 화재 예방을 위해 20도 근처의 온도와 낮은 습도가 유지되고 있어 싸늘했다.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배터리 성능시험을 위한 방들이 하나씩 있다. 각 방은 충돌, 압착, 고도, 단락 등 다양한 환경에서 배터리의 성능을 테스트한다. 실제 테스트 도중 폭발하는 경우도 있어 테스트 방의 벽은 모두 50cm가 넘도록 특수하게 설계됐다고 한다. 방 안에는 커다란 기계설비가 들어차 있고, 성능 테스트를 위해 배터리는 각 방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섬이라는 특수성

 현재의 제주 땅은 탐라국의 주민, 탐라인의 공간이었다. 삼국시대를 지나 고려시대까지도 약소하게나마 자신들의 독자적인 힘을 가진 나라라고 기록됐다. 아마 당시의 지리적 조건이 한반도의 중앙세력과 제주를 분리시켜 놓은 듯하다.



 1년에 몇 번이나 방문하는 지금의 제주 역시 어딘가 새삼스러운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한다. 곳곳에 귤나무가 있고, 넓은 초원에 말이 뛰어다니기도 한다. 가끔 영상에 올라오는 제주 할머니의 방언 역시 신기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앞서 소개한 모든 것, 즉 신기술의 적극적 도입과 규제의 유연성도 이런 제주가 갖는 섬이라는 특수성에 기인한 것 같다. 제주도민들은 스스로를 섬사람이라 말하고 외부 사람들을 육지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행정과 자치의 영역에도 그 특수함이 있을 것이다. 또 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풍토도 역사 속에 깊이 배어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특수함이 제주를 여러 가지 참신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독립적이고 특별한 공간으로 만든 것 같다. 이번 여행으로 제주의 특별함이 우리나라에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지 새롭게 깨달았다.




최종호 기자

제주특별자치도 중앙협력본부 초청으로 진행하는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제주 팸투어’에 참여해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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