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드라마의 역사 왜곡은 반복될까?
최윤서 기자 승인 2026.06.07 13 714호



▲ JTBC 드라마 <설강화>의 한 장면(출처=JTBC)





 한국 대중문화는 현재 국제 사회에서 특수한 위치에 있다. 식민 지배를 경험한 국가가 글로벌 문화강국으로 도약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제국주의 가해자도, 일방적 약소국도 아닌 이 독특한 위치를 어떻게 소화할지는 한국 사회에 당면한 과제다. 드라마가 단순한 오락의 영역을 넘어 국가 이미지와 직결되는 시대에, 역사 인식의 공백은 문화 외교의 문제가 된다.



 <21세기 대군부인>의 ‘천세’ 장면이 남긴 시사점은 단순한 오독에 그치지 않는다. 가상의 대한민국을 설정하면서 제후국의 프레임을 무의식적으로 수용했다는 점, 그리고 이 인식의 공백이 여과 없이 송출됐다는 사실이 문제의 본질이다. <설강화> 논란 역시 일맥상통한다. 제작진의 의도를 떠나 역사적 감수성 없이 만들어진 콘텐츠가 남긴 사회적 상처는 실재한다.



 시청자의 항의에 기대어 오류를 바로잡는 방식은 한계가 명확하다. <21세기 대군부인>의 경우 국내 재방송분과 해외 OTT 플랫폼 모두에서 수정이 이뤄졌지만, 논란이 정리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역사 감수 공백의 책임이 창작자 개인에게 귀결되는 구조도 문제다. 여기에 해당 작품이 정부 지원금을 받은 작품이라는 점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원금 환수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사실은 이 문제를 개별 제작사만의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근거가 된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 콘텐츠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반복된다면, 지원 심사 단계에 역사 자문 요건을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역사 감수를 체계화하자는 주장이 창작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확장된 영향력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른다. 사전 검토 시스템 구축은 창작에 대한 규제가 아닌, 글로벌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다.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역사 자문을 필수 절차로 편입하는 제작 환경의 재정비가 시급하다.


 

최윤서 수습기자

yschoi29@seoultech.ac.kr


 

 제도가 바뀌어야 콘텐츠가 바뀐다


 

 K-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속도에 비해 그것을 뒷받침할 절차는 미비하다. 정부 지원금을 받은 작품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지고, 사후에야 수습이 이뤄지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한류 콘텐츠에 대한 신뢰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지원금 환수 검토는 그 공백을 국가가 비로소 인식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설강화>의 역사 왜곡 논란이 있었던 2021년에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5년이 지난 지금, <21세기 대군부인>에서 다시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반복되는 역사 왜곡 콘텐츠 제작에 더 이상 구조 상의 미비를 핑계로 댈 수 없다. 역사 감수를 체계화하는 것은 창작자를 옥죄는 일이 아니라, 강해진 영향력에 걸맞은 최소한의 기반을 갖추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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