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다
김용하, 곽보림 기자 승인 2026.09.07 00 716호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정병찬 동문(산디·14)은 그래픽 디자인과 UX 디자인* 등 다양한 경험을 거쳐 패션 브랜드 ‘핀다웃’을 운영하고 있다. 졸업 후 패션 회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창립한 그는 하나의 키워드에서 출발해 이야기를 디자인과 제품으로 구체화하며 핀다웃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재학 시절부터 핀다웃을 시작하게 된 과정과 좋아하는 일을 자신의 길로 만들어 가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Q. 자기소개와 함께 ‘핀다웃’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14학번 졸업생 정병찬입니다. 지금은 핀다웃(findoubt)이라고 하는 패션 브랜드를 운영 중입니다. 핀다웃은 ‘의심을 거두다’라는 뜻을 가진 아트 스튜디오이자 패션 브랜드로, 자아의 확신과 실현을 추구하며 시즌마다 인도주의적 스토리와 독창적인 프로젝트를 담은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Q. 우리대학 재학 시절 어떤 경험이 지금의 진로로 이어졌나요?



 A. 원래 옷이나 패션을 좋아했는데, 제가 재학한 당시 서울과기대에는 패션 관련 학과가 없었고 관련 활동을 접할 기회도 많지 않았어요. 대신 학생 때 개인적으로 작업한 그래픽 디자인 결과물을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올렸는데, 이를 본 패션 브랜드에서 로고나 그래픽 디자인 협업을 제안해 주는 경우가 있었어요.



 특히 신생 브랜드들과 작업할 때는 단순히 디자인만 맡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어떤 정체성을 가졌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그걸 로고나 그래픽에 어떻게 담을지 함께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당시 ‘베리사’라는 핸드백 브랜드와도 작업했는데, 웹페이지와 홈페이지 제작 등을 맡으면서 패션 브랜드가 실제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만든 작업물이 실제 브랜드의 운영과 판매에 활용되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이를 통해 패션 자체뿐만 아니라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과정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Q. 졸업 후 패션과 브랜드 분야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당시 산업디자인 중 UX 디자인을 주로 공부하며 학부 연구생으로 최정민 교수님과 함께 활동했고, 이쪽으로 진로를 정한다면 대학원 진학도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4학년 때 졸업 전시를 준비하면서 제가 UX 디자인보다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예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창의적인 분야를 더 선호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학교생활 중 프리랜서로 경험했던 패션 업계의 일은 여전히 재미있고 흥미로웠기 때문에 진로를 패션과 브랜드 쪽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Q. 대학에서의 경험은 창업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A. 학교생활을 하면서 연구실이나 전공학회, 동아리처럼 제가 흥미를 느끼는 활동들을 직접 찾아서 이것저것 해봤던 경험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특별히 어떤 기술을 배웠다기보다는, 대학교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걸 직접 선택하고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경험 자체가 좋았어요. 창업도 결국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계속 뭔가를 해내야 하는 일이잖아요. 그리고 건축이나 디자인도 그렇지만 한 번에 뭔가 잘되는 게 사실 이상한 거예요. 잘 안 풀려도 계속 해보는 경험을 학교에서 많이 했던 게 지금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Q. 핀다웃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졸업하고 패션 회사에 취직해서 한 3년 정도 일을 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온전히 표현하기 어렵고, ‘이건 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제 것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마침 그래픽 디자인을 하면서 취미로 핸드폰 케이스를 만들어 판매했는데, 당시에는 이런 개인 제작 제품이 많지 않아서인지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그렇게 취미로 시작한 일이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됐습니다. 처음에는 회사에 다니면서 브랜드 운영을 병행했어요. 이후 이직하면서는 제 사업과 병행할 수 있도록 근무 조건을 직접 협의했고, 주 3일 근무를 하면서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키워 나갔습니다.


 

 Q.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A. 저는 항상 하나의 키워드, 텍스트에서 작업을 시작해요. 그 개념과 관련된 자료들을 모으고 종합해서 디자인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이죠. 올해 여름 시즌에는 ‘신화’라는 키워드에서 출발해 그리스 로마 신화 자료를 모았고, 르네상스 시기 그림들에서 영감을 받아 시즌 명을 ‘보보스 오디세이’로 지었어요. 자유로운 영혼을 뜻하는 보보스와 험난한 여정을 뜻하는 오디세이를 충돌시켜, 힘든 길을 지나 자유를 찾아가는 개념을 잡았죠. 이 개념을 옷으로 옮길 때는 빈티지한 무드로 해지고 데미지가 있는 듯한 표현을 넣고, 견장은 갑옷처럼 디자인하고, 등판엔 관련 그래픽을 프린트해 하나의 서사로 완성했어요. 이렇게 키워드에서 시작해 자료를 모으고, 그 개념을 시즌 명과 실루엣, 디테일 하나하나에 반영하는 과정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요.


 

 Q. 브랜드를 팀으로 운영하며 겪은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지금의 협업 방식을 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처음에는 제가 만든 브랜드라 제가 가장 잘 안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 기준을 충분히 공유한 뒤, 각자의 역할과 의견을 믿고 맡기려고 해요. 이런 방식을 터득하게 된 계기가 바로 ‘퍼스나’라는 전시 프로젝트였어요. 현대 작가들을 초청해 전시를 열고 굿즈를 제작 및 판매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작가와 기획자, 팀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다 보니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제가 프로젝트를 계속 끌고 가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많이 지치기도 했고요. 그 경험을 통해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걸 배웠어요.

 





▲ 브랜드 제품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Q. 자신의 선택이 맞는지 의심이 들 때는 어떻게 해왔나요?



 A. 창업하고 지금까지도 ‘이게 맞을까?’ 하는 의심은 계속 있는 것 같아요. 혼자 브랜드를 운영할 때는 어떻게든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냥 악바리처럼 버텼고, 의심이 들 때마다 핀다웃이라는 이름처럼 내가 의심을 거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스스로 다독였어요. 지금은 팀원들이 생긴 만큼 브랜드를 잘 성장시켜 함께 웃으면서 일하고 싶다는 책임감이 더 커졌고요. 학부 때는 진로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기보다는 뭐든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궁금하거나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직접 해보면서 제 길을 찾아갔던 것 같아요.


 

 Q.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도 되겠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사실 확신이 들었던 순간은 없는 것 같아요. 미래에 대해서 확신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매출이 나오고, 실제로 옷이 팔리고, 브랜드를 좋아해 주시는 사람들이 생기는 걸 보면 객관적인 수치나 반응을 통해 조금씩 안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 확신이라기보다는 계속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고, 다시 이어갈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Q.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할 때는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A. 다 재미있을 수는 없으니까, 재미있는 거 하나 하려고 재미없는 거 한 다섯 개 해야 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그건 불가피한 거라서 참고하는 거죠. 하고 싶은 걸 하려면 하기 싫은 것도 어느 정도 참고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숙제 다 하면 게임 한 시간 하게 해줄게’라고 하면 숙제 열심히 하잖아요. 그걸 좀 더 길게 보는 거예요.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 지금 하기 싫은 일을 참고 하는 거죠.


 

 Q. 본인에게 ‘하고 싶은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사람마다 하고 싶은 게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어떤 사람은 돈 버는 게 하고 싶은 걸 수도 있고, 맛있는 거 먹는 게 하고 싶은 걸 수도 있고요. 그러면 맛있는 걸 먹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거고,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죠. 하고 싶은 게 돈은 안 되지만 그걸 하고 싶은 사람들은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거고요. 결국 사람마다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가 다른 것 같아요. 결국 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거 아닐까요?


 

 Q. 우리대학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저는 뭐가 잘 안 되는 게 당연하고, 잘 풀리는 게 오히려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뭘 할 때 잘 안 되는 게 더 당연한 거니까, 잘 안 된다고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보통 잘 안 되면 빨리 포기하게 되는데, 진짜 하고 싶은 거라면 잘될 때까지 참고 버텨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대학생이면 진짜 뭐든 해볼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발주 넣을 공장이 필요할 때, 기본적으로 공장에 대한 정보가 있거나 인맥을 통해 소개받아야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만 검색해도 원하는 공장을 찾을 수 있고, 어려운 문제도 AI에 물어보면 방법을 알려주기도 해요. 그러니까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한번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UX 디자인(User Experience Design): 사용자 경험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디자인


 

김용하 기자

divine1251@seoultech.ac.kr

곽보림 기자

kwaks@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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