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묻다, 다양성과 공존을 이야기하다
김용하 기자 승인 2026.11.03 16 718호

 종교는 누군가에겐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지만, 누군가에겐 아직 낯선 영역이기도 하다.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종교를 갖지 않는 무종교인이 늘어나고 있다. 캠퍼스에서 자주 마주치고 대화하는 사이라도 상대방이 무엇을 믿는지, 혹은 믿지 않는지 묻는 일은 드물다. 서로 믿는 종교가 다르거나 종교인과 무종교인 사이라면 종교에 관한 이야기는 더 오가지 않는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는 다른 종교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과 오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종교를 믿거나 종교가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을까. 이에 본지는 이슬람 문명을 연구하는 이은정 교수와 우리대학 졸업생 윤건하 CCC* 간사를 만나, 종교가 삶에서 갖는 의미와 다양한 믿음 간 공존의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자기소개와 함께 이슬람 문명을 연구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세요.

 A. 저는 우리대학에서 ‘동서문명의 교류’, ‘이슬람 문명의 역사’ 등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는 이은정입니다. 이슬람 문명은 오랜 역사 속에서 인류 문명의 발전에 이바지해 왔지만, 오늘날에는 전쟁이나 테러, 종교적 갈등과 같은 이미지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전달하고 싶어 이슬람 문명을 연구하게 됐습니다.


 

 Q. 이슬람교가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가치는 무엇이며, 무슬림의 삶에서 어떻게 실천되나요?

 A. 이슬람교가 중시하는 핵심 가치는 정의와 평등, 자선과 나눔, 공동체에 대한 책임입니다. 모든 인간은 신 앞에서 평등하며, 가난한 사람을 돕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무슬림의 중요한 의무입니다. 특히 의무적 자선인 자카트**는 이러한 가치를 잘 보여줍니다. 다만 이슬람교는 1,400여 년 동안 다양한 지역과 문화 속에서 발전해 왔기 때문에 하나의 모습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슬람교를 일부 극단주의 세력이나 특정 국가의 정치적 현실과 동일시하지 말고, 종교적 가르침과 역사적·문화적 다양성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Q.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탈종교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며, 현대사회에서 종교는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시나요?

 A. 개인주의의 확산과 가치관의 변화, 그리고 제도종교에 대한 신뢰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종교가 더 이상 현실적인 위안이나 삶의 해답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느껴지는 것도 중요한 원인일 것입니다. 그러나 청년들이 종교를 떠난다고 해서 삶의 의미나 정신적 가치에 관한 관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특정 종교에 속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는 삶의 고통과 불확실성 속에서 정신적 위안을 제공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나눔, 공동체적 연대의 가치를 일깨워 줄 수 있습니다. 특히 경쟁과 성과를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종교가 강조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사랑, 관용의 정신은 여전히 의미가 있습니다.


 

 Q. ‘이슬람 문명의 역사’를 강의하시면서 학생들이 이슬람교에 대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은 무엇이고, 강의를 통해 학생들의 인식이 달라졌다고 느끼신 경험이 있나요?

 A. 수업 초기 학생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은 이슬람교의 폭력성과 반여성적인 성격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가 이슬람 세계를 주로 전쟁과 테러, 여성 차별과 같은 부정적인 사건을 통해 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부 극단주의 세력의 폭력적인 행위를 이슬람교 전체의 특성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이슬람교를 폭력이나 여성 억압과 연결해 생각하던 학생들도 이슬람의 역사와 문화, 다양한 사회적 현실을 배우면서 자신들이 알고 있던 이미지가 이슬람 세계의 일부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곤 합니다. 실제로 수업을 마친 후 이슬람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상당 부분 달라졌다는 학생들의 반응을 접하면서 앎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Q. 서로 다른 종교를 믿거나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태도는 무엇일까요?

 A. 자신의 신념을 존중받고자 하는 만큼 타인의 신념과 선택도 존중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종교의 자유에는 특정 종교를 믿을 자유뿐 아니라 어떤 종교도 믿지 않을 자유 역시 포함됩니다. 진정한 종교적 관용이란 상대방의 신념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신념을 가질 권리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우리대학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이슬람교가 강조하는 정의와 평등, 자선과 나눔, 공동체에 대한 책임은 신앙의 유무와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종교를 이해한다는 것은 반드시 그 종교를 믿거나 동의한다는 뜻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낯선 종교와 문화를 멀리하지 말고, 열린 마음과 지적 호기심으로 새로운 세계를 탐구해 보길 바랍니다.


 

 Q. 자기소개와 함께 CCC 간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세요.

 A.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과기대 CCC에서 전임 간사***로 일하고 있는 윤건하입니다. 졸업을 앞두고 사기업 취업을 준비했지만, ‘남들과 비슷한 궤도를 걷는 것이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고민이 늘 맴돌았습니다. 그러던 예배 시간에 어디로 갈지 모른 채 익숙한 자리를 떠나는 아브라함에 대한 말씀을 듣고, 하나님의 이 길로 부르시고 계신다는 확신이 들어 취업 준비를 내려놓았습니다.


 

 Q.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A. 제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사랑입니다. 하나님을 알아갈수록 사랑이란 감정을 빼고 인간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느낍니다. 우리가 말하고 행동하는 동기를 깊이 들여다보면 사랑받고 싶은 마음인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사랑을 갈구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기억할 때, 다른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보이신 사랑을 통해 자신을 더 잘 알아가고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Q.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탈종교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며, 현대사회에서 종교는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시나요?

 A. 분주한 시대적 분위기와 즉각적인 도파민 소비가 맞물리면서 종교에 대한 관심 자체가 자연스럽게 멀어졌습니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현대 사회에서 종교는 청년들에게 속도를 늦추고 참된 나를 마주하는 쉼표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자격을 증명해야 하는 피로 사회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점검할 때 비로소 청년들은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소진되지 않을 내면의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개신교에서 전도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전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신앙을 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전도의 본래 의미는 사람을 끌어모으거나 교세를 확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도는 제가 가장 좋다고 믿는 소식을 소중한 이웃과 조건 없이 나누고 싶은 자연스러운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이단·사이비 단체들의 폐해와 일부 기독교인들의 배려 없는 강요를 겪어온 만큼, 많은 학우들이 전도에 부담과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고 합당한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캠퍼스에서 지향하는 전도는 일방적인 설득이 아닙니다. 먼저 학우들의 지친 일상과 고민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곁에서 필요를 채워주며 삶으로써 섬기는 것입니다. 신앙을 받아들일지는 상대방의 선택에 달려 있기에, 저는 그저 곁을 지키며 기다려주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Q. 개신교는 유일신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입니다. 다른 종교를 믿거나 종교가 없는 사람들과 공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A. 1세기 기독교를 세워간 사도 바울은 유대인에게는 유대인의 눈높이로, 다른 세계관을 지닌 헬라인에게는 헬라인의 문화를 존중하며 다가갔습니다. 현대의 개신교에 가장 필요한 태도가 이런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식의 독선적인 태도나, 상대를 계몽의 대상으로 대하는 것은 결코 하나님의 방식이 아닙니다. 나의 믿음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인격과 신념을 깊이 존중하고, 조건 없는 사랑으로 이웃을 대하는 것이 세상과 건강하게 공존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Q. 마지막으로 우리대학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끊임없이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개신교의 본질은 무언가를 갖추기 이전에, 우리라는 존재 자체를 먼저 가치 있게 여기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있습니다. 무한한 경쟁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을 때, 성경의 가치와 기독교 신앙에 한 번쯤 노크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세상의 평가에 너무 흔들리지 마시고, 존재 자체로 귀한 여러분만의 걸음을 담담하게 걸어가시기를 응원합니다.


 

 *CCC: 개신교 대학생 선교단체



 **자카트(Zakat): 일정 기준 이상의 재산을 가진 무슬림이 매년 재산의 일부를 어려운 이웃에게 내는 것



 ***전임 간사: 신앙 활동을 돕는 지도자


 

김용하 기자

divine1251@seoultech.ac.kr

곽보림 기자

kwaks@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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