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대 총학생회, 재정감사에 대한 입장
지난 1월 2일(월) 총학생회 인스타그램에 성명문이 올라왔다. 임기가 지난 권오훈(기자차 · 17, 이하 권 씨) 제38대 총학생회장 직인이 찍힌 이 성명문은 “2022학년도 하반기 재정 감사에 관한 입장을 밝힌다”는 말로 시작해 “학생자치기구들이 재정감사위원회(이하 재감위)의 하반기 재정 감사를 거부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이어서 “재감위 활동위원들이 자치회비를 납부하지 않아 규정상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다. 또한 예산안, 결산안 등을 인준 받는 과정에서 기한 내 제출하지 않아 학생 대표자들로부터 소명문 작성 등 맡은 바 임무에 성실하지 못했다. 현 재감위는 총학생회칙에 의거해 자격이 없을뿐더러, 자치회비 납부로 자격이 부여된다 하더라도 우리 학우들을 대상으로 공명한 재정 감사를 진행할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재정 감사를 거부한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권 씨는 2022학년도 총학생회와 학생자치기구는 재정 감사에 있어 학우들 앞에 떳떳하다고 주장하며 기존 재정 감사에 제출되는 양식에 맞춰 자료를 정리하고 학우들에게 공개할 것을 약속했다.
이 한 장의 성명문은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뜨겁게 달궜다. 재감위의 감사에 임하지 않겠다는 다소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부족했던 성명문, 하루만에 뼈아픈 사과
성명문이 공개된 다음 날인 3일(화) 올라온 입장문에서는 “차기 재감위에게는 응당히 감사받아야 하며 이에 대해 숙지한 상태였다. 이는 금번 재감위에 감사받는 것을 거부하는 표현이었으며, 결산안을 공개하지 않는 등 학우들 앞에 감사받는 것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었다”며 재정 감사에 대한 입장을 되풀이했다. 다시 말해 결산안 공개 자체를 거절하거나 여타 다른 사정이 있어 재정감사를 거부한 것이 아닌, 금번 재감위의 자격 박탈로 인해 재정감사를 받을 수 없게 됐다는 상황을 분명히 한 것이다.
권 씨는 재감위 측의 불찰 및 재감위원장의 자치회비 미납부로 인한 위원장 자격 박탈에도 분명한 책임소재가 있다고 말했다. 임기 종료 후 학생사회에 물의을 일으킨 점을 사과하는 내용 또한 담겨있었다.
성명문이 발표된 지 하루만에 사과의 내용이 담긴 입장문이 발표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논란의 화살이 총학생회 측으로 돌아오자 단순 ‘재정감사 거부’가 아님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총학생회칙 제141조 1항에는 ‘의결기구를 제외한 재정을 사용하는 본회 모든 기구는 재정감사위원회의 감사에 응할 의무가 있다’는 규정이 있다. 2항에는 ‘재정감사위원회의 감사에 응하지 않거나 부정이 발견된 대표자는 대표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다. 실상 총학생회에서 원칙적으로 재감위의 감사를 거부할 권리는 없다.
그러나 재감위의 인준이 무효화된 현재로선 총학생회가 감사를 받을 수 있는 재감위 자체가 없다. 비록 성명문과 입장문에서 일부 ‘거부’라는 단어가 사용됐지만 재정 감사를 거부한 것이라기 보다는, 재정 감사 진행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재정감사위원회의 사과
한편 지난 1월 20일(금), 많은 학생의 이목을 끌었던 ‘총학생회 재정감사 거부’ 사건에 대해 재정감사위원회(이하 재감위) 측에서 성명문을 발표했다. 자신들의 불찰 때문에 학생들의 자치회비로 운영되는 자치기구들의 감사에 차질을 빚은 것을 사과했다.
지난 2022년 3월 재정감사위원들을 위촉하는 과정에서 자치회비 납부 의무에 관한 내용이 제대로 전달 및 확인이 되지 않았다. 위원장들끼리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자치회비 납부 의무에 관한 내용을 전달했으나, 22년 재감위 위원장은 많은 정보를 인계받고 전달하다 보니 이를 위원들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총학생회 회칙 제112조 2항 ‘재정감사위원은 재정 부담의 의무를 이행한 사람에 한한다’는 규정에 따르면 재감위원들은 자치회비를 납부했어야 했다. 하지만 인수인계를 하는 과정에서 누락이 돼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재감위원들은 고의성이 없더라도 회칙을 인지하지 못해,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사건 발생 이후, 재감위원들이 1학기에는 전원 납부했고, 2학기 때는 고의적으로 미납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대해 재감위원들은 위의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1학기에도 미납자가 존재했고 2학기에도 납부자가 존재했다고 밝혔다. 또한 재감위원 모집과 인준은 3월 중순에 이뤄졌으며 등록금과 자치회비 납부일 후에 진행되기에 어떠한 고의성도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이러한 오해가 생겼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총학생회 재정감사 거부’ 사건이 발생한 후, 재감위원들은 권 씨에게 사과의 입장을 전달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향후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학생회 측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는데 최대한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입장을 밝힌 재감위원장
본지는 재감위의 자세한 입장을 듣고자 2022년 재감위원장(이하 전 재감위원장)과 지난 2월 24일(금) 인터뷰를 했다. 회칙 상 이미 임명이 완료된 재감위원에 대해 자격 미달로 인준을 무효화하는 것은 어려우며, 별도의 해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사실상 절차 없는 해임으로 보일 수 있어, 이에 부당함을 느끼진 않는지 물어본 결과, 전 재감위원장은 권오훈 총학생회장과 여러 학생회 대표들에게 자진 사퇴 요구를 받았고 이에 자신과 충분한 대화가 진행된 후 자진사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자치회비를 납부했던 재감위원도 사퇴했느냐”는 질문에는 “재감위원 1명에게 재정감사를 모두 위임할 수는 없기에 재감위원의 자격을 유지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이후에 임시기구가 출범했을 때 그 구성원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답했다.
또 재감위 결성 시 서류 제출이 미비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자신의 명백한 실수이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추가적으로 규정에 ‘재정적 의무’라는 표현에 대한 정의를 구체화할 것을 요구했다. 실제 판례로 자치회비는 자율적인 선택사항으로 자치회비는 학생의 재정적 의무가 아니며 학생의 재정적 의무는 등록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기에 이 규정을 더욱 구체화할 것을 인터뷰 자리를 빌려 요구했다.
특별 재정감사 기구 설치
지난 1월 16일(월) 무궁관 911호에서 열린 제2차 확대운영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새로운 재정감사위원회를 꾸리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과반의 찬성을 통해 총학생회칙에 따른 임시기구를 설치하기로 결정됐다.
이후 ‘임시기구 설치’에 대한 심의 및 인준을 위해 1월 19일(목)에 2023년도 상반기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가 열렸다. 전학대회에서 과반수의 찬성으로 ‘임시기구 설치’가 가결됐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지난 재감위를 대신해 2022 하반기 특별 재감위가 꾸려졌다. 특별 재정감사는 위원장 류제형(경영·18, 이하 류 위원장)과 김정호(건축·21), 배건태(건설융합·22)가 진행했다.
류 위원장은 “먼저 기존 재감위 위원들의 자치회비 미납부 논란과 총학생회의 재정감사 거부 논란이 동시에 일어난 상황에서, 학내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해당 사태에 대해 심각함을 많이 느꼈다. 재정감사는 건강한 학생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 중 하나며, 자치회비는 학생 사회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누구나 필수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마침 저는 본지에서 기자로 오랫동안 일해왔고, 이런 경력을 토대로 건강한 학교를 만들어가는데 더 많이 기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새로 출범한 제39대 총학생회에서 2022 하반기 특별 재정감사 임시기구 위원 모집을 시행했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기존 재감위와 달리 별도의 금전적인 혜택은 존재하지 않지만, 재감위 활동이 저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해 지원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빈자리를 메운 특별 재감위의 노고
특별 재정감사는 2월 3일(금)에 공고를 올린 후 ▲2월 3일(금)~7일(화) 자료 제출 기간 ▲2월 8일(수)~15일(수) 감사 진행 ▲2월 16일(목)~18일(토) 감사 결과에 대한 소명 기간 ▲2월 19일(일) 재정감사 결과 최종 공고로 구분해 진행했다.
재정감사는 그 목적에 맞게 중앙자치기구 및 모든 학생회를 대상으로 진행됐고, 2월 1일(수)부터 3일(금)까지 예정된 확대운영위원회의 전체 집행부 수련회 일정을 고려해 자료 제출 기한을 2일 연장했다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이번 1학 기 개강 전날인 19일(일)에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도록 했다고 한다.
기존 재감위가 위원장을 포함해 6~7명 정도로 구성됐던 것과 달리, 이번 임시기구는 지원자가 적어 위원장을 포함해 3명으로 구성됐다. 업무 분배는 중앙자치기구까지 포함해 총 9개 단과대를 1인당 3개 단과대로 나눠 진행했고, 본인이 속한 단과대를 담당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으며 교차 검증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자료는 학과마다 ▲예산안 ▲조직도 ▲영수증 ▲통장내역 사본 ▲정산서를 기본적으로 제출했으며, 상황에 따라 사전 소명 자료를 별도로 첨부하기도 했다. 감사는 예산안과 조직도를 먼저 확인한 후, 정산서 내역을 토대로 영수증과 통장내역 사본이 정확하게 들어맞는지 확인하고 예산안 대비 실제 적자 규모에 대해서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학과마다 영수증 제출량이 많아 8일 안에 3개 단과대를 꼼꼼하게 검사했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정확하게 검증하기 위해 영수증과 정산서의 숫자들을 면밀히 검증하고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내역도 빠짐없이 모두 확인했다.
특별 재감위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16일(목)부터 시작된 소명 기간이 단과대학들의 새내기 배움터 기간과 겹쳐 일정이 촉박하다는 문의가 여럿 있었다. 하지만, 임시기구 사정상 소명 기간 연장을 진행할 수 없었으며 예정대로 19일(일)에 최종 공고를 올림으로써 모든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앞으로의 과제
류 위원장은 특별 재정감사를 진행한 소감으로 대다수의 학과가 자료 제출은 성실하게 했으나, 임시기구의 사정과 새내기 배움터 일정까지 겹쳐 최종적인 감사 결과에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새내기 배움터 일정으로 감사 결과에 대한 소명을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한 학과가 여럿 있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존에 6월과 12월경에 진행해온 것과 달리 2월에 진행한 것 자체가 시기상으로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번에 임시기구 위원장을 맡으면서 재정감사의 중요성을 정말 크게 느꼈다.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을 때 바로 잡아내어 정확한 진위를 확인하면서, 정말 학생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 같아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앞으로도 우리 학생 사회에서 재정감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예전보다 학과 수가 늘어난 것을 감안해 재감위의 규모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번 재정감사 결과 대다수의 자치기구들은 문제없이 재정감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재정감사 후 부족한 부분에 대해 소명자료를 제출했어야 하지만 몇 개의 자치기구들은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모 학과 학생회장은 새내기배움터 일정과 소명자료 제출 기간이 겹쳐 이에 기간 연장을 요청했으나, 임시기구 특성상 일정 변경의 어려움이 있다는 답변을 들어 소명자료를 제출하는데 어려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침내 마무리된 재정감사
결국 먼 길을 돌고 돌아서 모든 자치기구들은 2022년 하반기 재정감사를 무사히 마치게 됐다. 이를 위해 수고한 특별 재정감사기구와 자치기구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처음 이 문제가 불거졌던 12월, 자치기구들간의 절차적 문제와 감정적 문제들은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자칫 봤을 땐, 이미 교내 자치기구와 학생 사회에 대한 학우들의 신뢰는 이미 무너져 내린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 문제의 해결에 관심을 가졌고, 실제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충분한 숙고가 이어졌다. 그러한 결과로 특별 재정감사 위원회가 설치됐고 재정감사는 마무리됐다. 문제를 의식하고 합리적 해결을 위한 유기적인 과정들이 우리대학 학생 사회의 자정 능력을 보여준 사례로 남을 것이다.
앞으로도 자치기구와 2023년 재정감사위원회는 지난 학기에 있었던 문제점들을 잘 파악해서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마찬가지로 학우들에게도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관심이 요구될 것이다.
박세정 기자
최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