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4일(월), 우리대학 생활관(기숙사)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이 게재됐다. 2024학년도부터 기존 선착순이었던 방배정 방식을 지망 호실유형별 방선택 방식으로 변경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해당 공지사항에 따르면, 기존에는 합격 이후 호실을 선착순으로 선택했으나, 이번 1학기부터는 합격한 지망 호실유형 내에서만 호실선택이 선착순으로 이뤄져야 했지만 변경된 시스템을 적용하며 예기치 못한 장애가 발생했다.
미뤄진 공지에 학생들 ‘불안’
1월 17일(수) 오후 5시로 예정됐던 합격자 발표 일정은 다음날 18일(목) 오전 10시로 변경됐다. 기숙사 행정실은 시스템 배정 인원 확정 입력이 늦어짐으로 인해 합격자 발표가 지연됨을 사과한다는 말과 함께 호실선택 일정 또한 18일(목) 오후 1시로 변경했고, 추후 호실선택 일정에는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날 18일(목) 오전 10시 합격자 발표는 뜨지 않았고 11시 30분이 지나서야 공개됐다. 이에 따라 호실 선택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오후 1시 예정이던 호실 선택은 사이트에 들어가자 신청 기간이 아니라는 창이 떴으며 영문을 모르는 학생들은 당황했다. 이 상황에서도 생활관 사이트에는 아무런 공지가 올라오지 않아 학생들은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통해 상황을 짐작해야 했다. 합격자 발표부터 호실 선택 일정까지 기숙사 지원자들은 오전, 오후 내내 생활관의 공지만을 기다려야 했다.
부족했던 배려, 불만을 키우다
먼저 합격을 부여받았던 우선선발자에 대한 배려 또한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생활관은 수시 신입생과 우선선발자 일부에게 합격을, 이외의 재학생과 대학원생에게는 대기 순번을 부여해 추가 선발자라고 정의했다. 수시 신입생과 우선선발자 일부만이 합격을 부여받은 상황에서 행정실은 이들이 특정 호실에 지원하도록 한정시켰고, 우선선발 여부가 노출될 위험이 발생한 상황이다. 다만 행정실 측은 “기숙사비 납부기간이 종료된 후 입사포기 등 입사취소 결원이 발생하면 불합격자(대기순번 부여, 합격권 외)와 정시신입생, 개강 후 결원 추가선발자 등이 잔여석에 배정된다. 최종적으로는 다양한 학생유형이 섞이게 되므로 최종입실 결과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다년간의 생활관 운영결과로 말씀드릴 수 있다”며 “그럼에도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개강 후, 추가선발 전 원하는 학생에 대해 잔여석 내 호실교체를 진행해드리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발 방식 변경, 어떠한 공지도 없었다
사생들의 불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선발 당시 합격 기준에 대한 미흡한 공지 때문이었다. 기존 공지에 따르면 모집 대상자는 ▲수시 신입생 ▲대학원 신입생 ▲본교 재학생(복학예정자 포함)으로, 2024학년도 선발자격 및 선발기준은 동일하나, 신청 시 지망호실유형 선택이 추가된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방 배정 과정에서 합격자에 한해 선착순으로 호실 선택을 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지망 호실 유형별로 합격자를 나눠 호실 선택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이에 기숙사 행정실 측은 “수시신입생 합격 기준은 전형별 경쟁(거리+입학성적순) 합격이며, 최초합격 재학생 및 대학원생은 학년별 경쟁(거리+직전학기성적+사생가감점 총점순) 합격임을 말씀드린다. 호실선택 배정기준은 합격 유형별(수시신입생, 우선선발자, 최초합격 재학생 및 대학원생) 운영기숙사 균등배정 전제하에 최대한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범위내에서 정했다”며 선발 기준을 밝혔다.
이후 생활관은 지망 호실유형 선택에 앞서 최대 6개(학부), 최대 3개(대학원)으로 최대 지망수까지 신청하기를 적극 권장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망 호실 유형과 무관하게 신입생과 우선 선발자가 최초합격했다. 신입생과 우선 선발자를 제외한 재학생들은 대부분 대기 순번을 받아 추가 선발자가 됐다. 이에 대학생 커뮤니티에서는 “이렇게 (선발)할 거면 무엇을 위해 지망 호실의 유형을 선택하게 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며 선발 기준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지연된 합격발표 당일 오후 5시 무렵 행정실에서는 대기순번 입실 가능 범위를 고지했다. 또한 대기순번 부여 합격권 외 대기순번 부여자는 기숙사비 납부기간 이후 추후 결원시 공실확인후 신청이 가능함을 밝혔다. 그러나 호실선택 방식에 대해서는 공지가 없다가 내부논의(전문가 의견수렴 및 부서장 결재) 후 다음날 호실선택기간 분리 및 호실배정원칙을 고지하며 1월 30일(화) 호실 선택이 가능함을 공지했다. 당초 합격권이었을 재학생들에게 대기순번 입실 가능 범위라는 개념은 생소했다. 또한 대기순번 합격권 외 대기순번 부여자는 개강을 약 한 달 앞두고 기숙사의 합격 여부가 공개된다면 지원자들은 급박하게 자취방을 구해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었다. 실제로 합격자 발표 당일 다음 날, 재학생 A씨는 기숙사 합격이 불확실하다는 불안감에 학교 주변 부동산을 찾았고, 부동산 사장님은 이틀 사이 학생들이 많이 찾아와 벌써 빠진 방이 많다고 말했다.
행정실은 “시스템 불안정으로 인해 통합 호실선택은 우리대학 관련 부서 및 시스템개발자와 검토 끝에 추가 장애 발생 우려로 호실선택 기간이 다르게 결정됐다. 매학기 합격자 발표 후 호실선택 별도 안내시 운영기숙사(오픈 학사/호실) 정보를 제공했던 사항을 학사별, 호실유형별, 학위과정별까지 고려한 배정으로 운영기숙사 및 호실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안내했고, 시스템 장애로 인해 거주불안, 균등하지 못한 호실 유형 선택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회의 끝에 공지를 하게 됐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서 “2차례에 걸친 호실선택에 있어서 한쪽에 쏠림없이 학사별, 호실유형별 균등한 배분이 이뤄지도록 배정 인원을 안배했고, 학생들의 선택에 있어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기존 동계방학 거주자이면서 1학기 계속 거주자인 학생들까지 고려해 추가 호실선택 기회까지 가질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밝혔다.
변화의 바람, 학생들을 해치지 않길
행정실은 “십여년이 넘도록 선발(방배정) 방식의 수작업 등을 개선하고, 변화하는 학생들의 의식 및 생활방식을 수용하기 위해 생활관에서는 2022학년도부터 점진적으로 제도 개선 및 시설 환경 개선을 실시했다. ▲원거리 점수제 도입 ▲1·2학기 통합모집 시행 ▲방배정 방식 변화 ▲성림학사 리모델링 공사(기존 4인실에서 1인실+2인실로 변경) ▲누리학사 앞 경사 공사 ▲창명학사 세미나실 사생실 전환 등이 그것”이라며 “앞서 열거한 내용은 생활관 행정실의 치적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닌 학생들의 편의와 생활방식 변화에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생활관의 모습을 알려드리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동계계절학기 시범운영 시 큰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아 금번 2024학년도 통합모집 기숙사생 선발에 무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선발방식의 변화를 수용함에 있어 설계상 문제가 발생했다. 앞서 모의선발경쟁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부분이 실제 경쟁에서는 다양한 학생유형으로 당초 진행하려던 지망호실유형별 경쟁이 이뤄지지 못했음을 사과드린다. 그렇지만 합격된 수시신입생, 우선선발자, 최초합격 재학생 및 대학원생의 인원이나 명단의 오류는 없었음을 알려드린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지막으로 행정실은 “당초 지망호실 유형 선정방식은 학생들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새로 도입된 것으로서 사생선발 시스템에 구현될 경우,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은 지망호실 유형선정 방식을 완벽하게 구현해내지 못했다. 이는 시스템이 최초로 운영됨으로써 발견된 오류이며, 향후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생활관의 노력에서 생긴 오류라는 사실을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변경된 시스템이 최초로 도입되며 크고 작은 오류들이 빗발쳤고,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떠안게 됐다. 생활관 측은 “많은 혼란과 불편을 겪었을 신입생, 재학생, 대학원생에게 다시 한번 죄송한 말씀 드린다. 앞으로 생활관에서는 신규 시스템 및 제도상의 문제점을 보완해 안정된 기숙사 입실 및 거주가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차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을 약속했다.
심재민 기자
김민수 기자
서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