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5일(수) 우리대학 에브리타임에 불법 촬영 사건 관련 호소문이 게시되며 불법 촬영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총학생회는 ‘반복된 교내 불법촬영 사건에 대한 대학 본부 책임 촉구 및 5대 요구안’을 작성해 대학본부에게 △신고자 보호 △신속한 학내 조사와 징계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및 대학본부의 책임있는 대응을 요구했다.

▲ 지난 5월 상상관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사건이 발생했다.
불법 촬영 사건 발생 그 이후
해당 불법 촬영 사건은 5월 중에 발생했다. 사건 발생 당시 신고자는 현장에서 증거 및 피의자의 신원을 확보해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과 학교 측은 주변 점검을 시행했다. 또한 학생회와 협조해 학교 전체에 대한 전수 점검을 실시했다.
학교 인권센터로 신고자가 사건을 접수한 것은 6월 초이다. 사건 발생 이후의 상황에 대해 신고자 A씨는 “사건 접수 후 학교 측에서 인권센터로 건을 연계해 주었고, 인권센터와 소통하며 절차에 따른 피신고자의 징계 및 처벌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학교 인권센터는 △사건 조사 △피해자 상담 △피해자 신분 보장을 전담하는 곳으로 사건 접수 이후 피신고자에게 임시 격리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피신고자는 지속적으로 학교 건물로 출입했다. 인권센터 측은 해당 상황에 대해 “피신고자는 자유 의지에 따라 공릉동을 돌아다닐 수 있지만 해당 조치를 어긴 것에 대해 징계위원회로 가중 처벌을 요청할 수 있다”며 임시 조치의 효력 범위에 대해 말했다. 실제로 신고자는 피신고자와 마주치는 일이 반복되자 인권센터 측에 실효성 있는 분리조치를 문의했지만 “피신고 학생과 동일한 수업을 수강하는 경우 수업 출석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학교나 건물 출입 자체를 제지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징계 절차, “피신고자의 소명이 필요”
인권센터는 인터뷰를 통해 이번 조사 진행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조사 시행을 위해 가장 먼저 행해야 하는 것은 신고자와 피신고자 모두의 진술을 듣는 것이다. 인권센터는 신고 학생과 피신고자 양측의 진술을 모두 확보한 뒤 사건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심의 절차를 진행한다. 인권센터의 조사가 끝난 후 심의 결과에 따라 징계 요청 여부가 결정되며, 실제 징계는 학생지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신고자의 진술은 6월 중순에 진행됐지만 피신고자의 경우 경찰 수사로 인해 진술 가능 날짜가 미뤄졌다. 인권센터 측은 “경찰 수사가 7월 초중순까지 진행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7월 중순이 돼도 피신고자로부터 연락이 없자 직접 확인을 했다. 이후 피신고자가 7월 당시 심적 압박을 호소했고 8월 중순까지 조사를 진술하겠다고 말했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최종적으로 피신고자의 진술은 8월 중순에 이뤄졌다.
사건이 발생한 5월 중순 이후 신고자의 에브리타임 호소문 게시까지는 약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신고자는 인터뷰 당시 “실질적인 공간 분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절차가 장기화되니 답답한 마음이 컸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 총학생회 또한 5대 요구안으로 수사기관의 절차와 별개로 학내 조사 및 징계 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요구했다.
인권센터는 “학교에서 내리는 징계 또한 법적 조치이다. 적절한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에 절차적 필요성이 존재한다”며 피신고자의 진술을 기다린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이번 징계 절차의 장기화에 대해 “시간대에 관해선 지연이라 보기 어렵다. 경찰 수사가 3주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은 일반적인 범위이다. 또한 인권센터 조사 진행 후 징계 절차는 징계위원회로 넘어가 진행되기에 한 달 만에 징계가 나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조사의 장기화에 대해 부인했다.
현재 인권센터의 조사는 종결된 상태로, 9월 초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인권센터 심의 결과에 따라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가 결정되며,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9월 말을 목표로 절차를 최대한 앞당겨 진행할 계획이다. 징계위원회가 열릴 시 후속 절차를 거쳐 징계가 진행되며 이에 따른 처분이 이어질 예정이다.

▲ 사건 접수 후 경찰 측의 조사가 진행됐으며 현재는 검찰로 사건이 송치된 상태이다.
각 기관별 상이한 권한, 법률적 검토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불법촬영 사건과 관련해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이 적용될 수 있다. 관계자는 해당 법률에 따라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촬영물의 소지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혐의와 적용 법률은 수사 결과에 따라 판단될 수 있다.
신고자와 피신고자의 분리 조치와 관련해 학교의 권한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학교가 신고자와 피신고자를 분리하는 조치를 취할 수는 있지만,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보호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조항은 있지만, 이를 어겼다는 것에 대한 별도의 제재 조치가 있지 않다”며 “강제하는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인권센터 규정 제4장 제2절 제34조(피해자 보호) 1항에 따르면 “인권침해 등 사건의 조사·처리과정에서는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보호 방식 및 강제적 권한에 대한 내용은 작성돼 있지 않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관계자는 실질적인 접근금지 조치가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을 통한 별도의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고자가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를 요청하면 수사기관의 판단을 거쳐 법원을 통해 조치가 이뤄질 수 있으며, 학교가 이를 직접 결정할 권한은 없다고 덧붙였다.
교내 징계와 형사 절차가 별개로 진행된다는 점도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더라도 학교 인권센터는 자체적으로 사건을 조사할 수 있다. 또한 수사기관이 확보한 수사 자료가 학교에 자동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며, 수사기관 외의 기관 및 사건 관계자 본인 또한 구체적인 수사 내용을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시설 개선과 재발 방지, 남은 과제는
신고자 A씨는 사건 발생 이후 학교 측에 시설 보완을 요청했다. 그는 “진술서 제출 당시 요구 사항란에 불법촬영에 취약한 화장실 환경 개선점을 구체적으로 건의했다”며 화장실 접근 통로의 CCTV 부재와 옆 칸에서 촬영이 가능할 정도로 낮은 화장실 칸막이의 개선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A씨가 시설 보완 진행 상황을 학교 측에 문의하자, 학교 측은 “피신고 학생의 징계 처분 결과가 나온 이후 해당 안건으로 예산 인준을 받아야만 조치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인권센터 측은 시설 개선이 징계 처분 결과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권센터는 사건 발생 이후 “지난 여름에 칸막이와 비상벨, 스티커에 대해 (학교 측에)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예산 배정과 행정 절차에 시간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이후에는 관련 조치를 앞당겨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 이후 학교가 추진하는 대책은 △화장실 칸막이 개선 및 출입문 설치 △비상벨 확대 설치 △대응 매뉴얼 재안내 △불법촬영 탐지장비 마련 △안전 규찰대의 화장실 점검 △불법촬영 근절 캠페인 등이다. 상상관 화장실의 칸막이를 높이고 출입문이 없는 화장실에 문을 설치하며, 휴대형 탐지장비를 마련하고 9월부터 안전 규찰대의 화장실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동제 기간에는 불법촬영 근절 캠페인도 실시한다.
한편 A씨가 요구한 화장실 접근 통로의 CCTV 설치에 대해 인권센터 측은 현재 설치가 부족하다고 판단할 만한 상황은 파악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추후 구체적인 사각지대나 추가 설치 요구가 있을 경우 검토할 예정이다.

▲ 사건 발생 이후 총학생회 측은 교내 화장실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의 필요성
이번 사건을 통해 신고자와 피신고자의 실질적인 분리, 신고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와 지원 체계 등 학내 대응 과정에서의 한계도 드러났다. 특히 사건 처리 과정에서 신고자가 이용할 수 있는 지원 창구와 각 기관의 역할이 충분히 안내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A씨는 “‘신고자 인권 보호’라는 명목하에 학내 중대 사건의 정보 공유나 조력이 폐쇄적으로 이루어지는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에브리타임에 글을 작성하기 전까지만 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내 기구가 인권센터뿐인 줄 알았다”며 “이를 초기부터 안내받았다면 사건 처리가 훨씬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신고자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과 함께 사건 발생 이후 각 기관이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도 필요하다. A씨는 “피신고자와 신고자 분리 조치에 대해 명확하고 실효성 있는 규정이 마련되기를 바란다”며 신고자의 동의하에 학내 여러 기구가 사건을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사건 발생 시 신고자가 받을 수 있는 지원책을 종합적으로 안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사건을 외부에 알리는 과정에서 2차 가해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A씨는 “결과적으로 목소리를 낸 지금에야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며 “본인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주변에 본인의 상황을 알리고 침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인권센터 측은 교내 인권센터 외에도 외부 기관을 통해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1336번으로 전화를 걸면 여성긴급전화로 연결된다”며 이를 통해 성폭력 등 피해에 대한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경찰 신고 외에도 해당 창구를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김수연 기자
dusqwer03@seoultech.ac.kr
정우정 기자
wjddnwjd03@seoultech.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