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정보 격차, 족보를 둘러싼 대학 시험의 현 상황
홍준표, 여수아 기자 승인 2026.11.01 16 718호

 ▲ 강의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의 모습. 교재를 중심으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매년 시험기간에 가까워질수록 ‘족보’는 학생들 사이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화제가 된다. 족보란 특정 과목의 기출 문제들을 모아 정리한 문서를 뜻한다. 대부분의 학생은 에브리타임을 통해 족보를 구하거나, 일부 동아리의 신입 부원 모집 홍보에서 족보를 나눠준다는 글을 보고 동아리에 가입해 족보를 얻는다.


 

 이러한 족보를 둘러싼 학생들의 갈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 내 족보 공유는 담당자나 교수 없이 오직 학생들의 자의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이뤄진다. 즉 학교의 통제가 작용하지 않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공유 과정 중 일어나는 여러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대처가 어렵다.


 

 족보의 유무에 따른 시험 결과 차이


 

 현재 족보와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점 중 시험에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문제는 ‘시험의 불공정성’이다. 다수의 학생이 보는 시험에서 족보를 구하는 데 성공한 일부 학생들은 시험에 대한 정보를 우선적으로 얻게 된다. 반면 족보를 구하지 못한 학생들은 시험에 출제되는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시험이 진행된다. 때문에 정보 격차가 발생한 채 진행되는 시험은 공정한 시험이 될 수 없다.


 

 족보의 유무에 따라 학생들의 반응은 상반된다. 우리대학 재학생 A씨는 족보를 통해 시험을 준비하는데 도움받았던 점에 관해 설명했다. A씨는 “몇몇 과목이 족보와 거의 비슷하게 출제된다는 소문을 듣고 족보를 여러 번 풀며 거의 외우듯 공부했다”며 자신의 경험을 언급했다. 반면 재학생 B씨는 “족보도 어느 정도 인맥이 쌓여야 구할 수 있는데 시험 성적이 인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불합리한 것 같다”고 언급하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또한 B씨는 “일부 과목들은 몇 년째 거의 시험에 변화가 없어 족보를 통해 출제될 시험을 미리 보는 것과 같다”며 일부 시험 방식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족보 공유, 저작권상의 문제


 

 족보 공유의 또 다른 문제점은 저작권상의 문제다. 시험에 출제되는 문제들은 교수들이 만든 지식재산 창작물이다. 이를 교수의 동의 없이 공유·판매하는 행위는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족보를 공유·판매하는 학생들에 대한 실질적 제재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족보 공유는 학교의 권한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대학 측의 방침을 확인할 수 없으며, 이를 담당하는 부서 또한 특별히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공과대학 학생 C씨는 “족보를 공유하는 학생들은 이미 많이 존재하는데 저작권 위반에 대한 제재를 준다 하더라도 어느 수준까지 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현실적인 제재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추가로 C씨는 “교수님들도 족보에 대해 일정 부분 알고 계신 것 같다. 공유하는 것이 이미 일상화돼서 그냥 넘어가시는 듯 하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족보의 이면, 학습권 침해


 

 일각에서는 족보가 학생들의 학습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에브리타임에 한 익명의 학생은 족보 문제를 암기해 시험을 치는 모습이 학풍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B씨는 “족보에 의존한 공부를 계속하게 된다면 시험 점수는 높지만 학문적인 이해도는 충분히 채워지지 않을 수 있다”며 학습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A씨는 “족보가 있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과목에 대한 이해가 선제적으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족보는 어디까지나 이전에 출제된 문제를 모아놓은 자료이기에 내용 이해 없이는 족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추가로 A씨는 “시험이 족보의 내용과 완전히 다르게 출제될 수 있기 때문에 내용 전반에 대한 이해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족보에 대한 교수 측의 입장


 

 우리대학에서 ‘사회의이해’ 수업을 가르치는 류연미 교수는 족보의 현 상황에 대해 학교의 구조적 측면에 집중해 설명했다. 류 교수는 “상대평가로 운영되는 대학에서 한 집단이 갖는 정보의 이점은 다른 학생들의 상대적 불이익으로 이어진다”며 족보를 대학의 평가 방식과 연결했다. 또한 류 교수는 구조의 효과를 강조하며 “족보를 공유하는 학생들은 악의가 없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구조적인 배제를 낳는다”고 답했다. 학생들의 실질적 학습에 대해서도 류 교수는 사회의 구조에 빗대어 표현했다. 류 교수는 “수업에서 스스로 탐구하는 경험보다 노동시장에서 학점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실에서 학생들이 가장 효율적인 전략을 택하는 건 어쩌면 합리적이다”며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했다.


 

 학생들의 실질적 학습에 대해 류 교수는 사회의 구조에 빗대어 표현했다. 류 교수는 “수업에서 스스로 탐구하는 경험보다 노동시장에서 학점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실에서 학생들이 가장 효율적인 전략을 택하는 것이 어쩌면 합리적이다”며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했다. 이는 학생 개인의 태도 문제만이 아닌 오늘날 대학의 기능이 변화했음을 의미했다.


 

 족보는 현재 대학 시험에서 배제할 수 없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를 모든 학생이 사용하지는 못하고 있으며, 법적 문제 또한 별개로 작용하고 있다. 족보를 둘러싼 학생들의 갑론을박은 매년 이어져 왔으며 아직도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활용하고 있지만 여러 문제점을 지닌 족보에 이제는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홍준표 기자

jasonalice06@seoultech.ac.kr 

여수아 수습기자

ddooa@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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