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의관 주변에 사이비 돌아다녀요” 최근 우리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게시글이다. 잦은 교내 포교로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늘자,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사이비 신도 출몰 소식을 공유하며 주의를 당부하고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눈에 띄게 늘어나는 교내 사이비 포교 활동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대학 사회의 문젯거리다.
▲ 지난 10월 동안 우리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사이비 관련 게시글들
일상이 된 교내 ‘사이비 피하기’
우리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선 심심치 않게 사이비와 관련된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다. 주로 사이비의 위치나 인상착의에 관한 내용을 게시해 다른 학생들의 2차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다. 교내 사이비 포교 활동이 점차 심해지자, 사이비가 자주 출몰하는 경로를 의도적으로 피해 돌아가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우리대학 학우 A씨(영문·26)는 급하게 아르바이트를 가던 도중 여러 차례 끈질긴 포교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털어놓았다. A씨는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길을 막아서며 말을 걸거나 대화를 이어가려는 경우가 있었다. 잠깐이면 된다며 계속 접근해 거절하기 어렵게 만드는 점이 특히 불편하게 느껴졌다”며 사이비 포교 활동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10월 23일(금)부터 26일(월)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62명의 학생들 중 약 83%가 사이비 포교를 당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우리대학 포교 활동의 위험성에 관한 질문에 ‘매우 심각’으로 답한 학생이 57%, ‘심각’으로 답한 학생이 25.9%로, 8할 이상의 학생들이 사이비 포교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발전하는 포교 수법
사이비들의 포교 수법은 갈수록 대범해짐과 동시에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사이비들은 △자원봉사 △멘토 활동 △동아리 위장 가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접근해 사이비 가입을 유도한다. 교내에서 어떤 식으로 사이비 포교 활동이 이뤄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사이비 의심 단체에 접근해 보았다.
최근 사이비 포교 활동이 자주 이뤄진다는 창학관 앞을 지나가자, 남성 두 명이 휴대전화를 내밀며 대학생의 카페 브랜드 선호도 조사를 요청했다. 이들은 자신들을 건국대학교 학생이라고 소개하며, 이는 졸업 논문을 위한 설문이라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선택한 브랜드와 선호 이유를 묻는 평범한 질문으로 시작됐다.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 끝날 것이라는 기자의 예상과 달리 설문은 계속 이어졌다. 이내 이름과 전공, 나이뿐 아니라 거주지와 고향까지 묻기 시작했다. 설문 주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개인정보를 자연스럽게 요구한 것이다.
질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자신이 취직한 회사에서 진행하는 마인드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참여를 권유했고 전화번호까지 요구했다. 단순한 설문조사로 시작한 대화가 개인정보 수집과 별도의 프로그램 참여 권유로 이어진 셈이다.
사전에 의심 단체임을 알고 현장을 찾았음에도 수법은 치밀했다. 실제 학업 과제와 구별하기 힘들 만큼 자연스러운 접근이었으며 대화 내내 종교적 색채는 철저히 은폐됐다. 대학생 과제라는 명분으로 경계심을 낮춘 뒤 일상적인 관심사를 파고들어 개인정보를 확보하는 전형적인 위장술이다.
사이비에 대항하기 위한 교내 자체 대책
교내 사이비 포교의 심각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대처 방법을 아는 학생은 드물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이비 포교 활동 대처법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92.6%의 학생들이 ‘전혀 모른다’로 답했다.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봐도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기보단 자리를 피하거나 답변을 거부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해 온 셈이다.
그렇다면 학교 측의 공식 대응체계는 어떻게 마련돼 있을까. 이동훈 학생지원과 학생지원팀장은 사이비 포교 대처 방법에 대해 학교 홈페이지 온라인 민원센터나 학생처와 같은 행정 부서로의 신고를 언급했다. 이 팀장은 “온라인이나 유선으로 신고가 접수되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뒤 세콤 측으로 연결해 경비 인력을 현장에 출동시킨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학교 행정 부서들은 학생들의 민원에 관해 명확하게 처리해야 하는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사이비 포교와 같이 학생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있으면 △학생처 △재난안전관리본부 △총무과 등에 연락해 도움을 받길 바란다”며 학생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독려했다.
총학생회도 우리대학 학우들의 안전한 캠퍼스 생활을 위해 사이비와 관련한 대응을 시행하고 있다. 총학생회는 공약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는 ‘교내 안전 문제 신고 시스템’을 통해 교내 포교 활동과 관련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운영 시간 중 교내 안전과 관련된 민원이 접수될 경우 총학생회 관계자가 직접 현장에 방문해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박신우 총학생회장은 “실제로 교내 포교 활동과 관련해 약 8건의 민원이 접수됐으며, 이에 현장 대응을 진행한 바 있다”며 “야간 등 상시사업 운영 시간 외에 발생하는 사안이나 총학생회 차원에서 직접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선 교내 보안업체와 연계해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입학식이나 개강 기간과 같은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던 포교 활동이 최근 상시로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우리대학이 개방형 캠퍼스라는 점을 언급하며 적절한 대응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박 회장은 “현재 총학생회와 학교 당국이 교내 출입 관리 체계와 안전 시스템에 대한 점검 및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캠퍼스의 개방성과 구성원의 자유로운 활동 역시 존중 받아야 하기에 무조건적인 제한보단 학우들의 안전과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합리적 관리 방안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캠퍼스 안전의 현재 협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외부인의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운 우리대학 특성상 무분별한 출입과 반복적인 방문을 관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 속 총학생회와 학교 당국은 어떠한 대응 방안을 내놓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정우정 기자
wjddnwjd03@seoultech.ac.kr
조유나 수습기자
yunajo930@seoultech.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