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송태선 기자(스과·25)
언제부턴가 정치는 대화의 주제가 아니라 피해야 할 주제가 됐다. 최근 몇 달 사이 우리 사회는 유난히 많은 논쟁을 마주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부터 고등학교 야구선수들의 논란까지, 정치와 사회를 둘러싼 논쟁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진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이 많아질수록 이상하게도 주변에서는 정치 이야기를 듣기 어려워졌다. 모두가 뉴스를 보고, SNS를 읽고, 댓글을 확인하지만 정작 실생활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번 기획기사를 준비하며 우리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치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은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정치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변은 놀랄 만큼 비슷했다. “괜히 싸움이 될 것 같아서”, “오해받기 싫어서”, “정치 성향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분위기가 부담돼서”
취재를 진행하며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갈등’이었다. 학생들은 정치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선거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뉴스를 꾸준히 보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순간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그 관심보다 더 컸다.
생각해 보면 정치는 원래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견을 나누기보다 상대를 편 가르는 문화가 더 익숙해진 것 같다. 어떤 사안에 대해 한마디를 꺼내면 곧바로 어느 진영인지부터 추측하는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침묵을 선택한다.
SNS는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강화한다. 알고리즘은 차분한 토론보다 자극적인 장면을 더 빠르게 확산시키고, 맥락을 설명하는 긴 글보다 짧고 강한 한마디가 더 큰 관심을 받는다. 최근 여러 사회적 논란에서도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기 전에 온라인 여론이 급격히 형성되고, 개인에 대한 비난과 신상 공개로 이어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신중하게 말하는 사람보다 침묵하는 사람이 오히려 안전하다고 느끼기 쉽다. 의견을 표현하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편’으로 분류되고, 맥락은 사라진 채 말 한마디만 소비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내 생각이었다. 취재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청년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생각했다. 뉴스에서 투표율이나 정치 혐오를 다룰 때마다 자연스럽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설문 결과를 정리하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생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많은 학생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기보다 정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의견이 다르면 관계가 불편해질 수 있고, 자신의 말이 의도와 다르게 소비될 수 있다는 걱정이 더 컸다.
이러한 생각은 최근 직접 찾았던 집회 현장에서 더욱 분명해졌다. 현장에는 예상보다 많은 청년들이 있었다. 또래로 보이는 참가자들이 각자의 이유로 손수 만든 팻말을 들고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며, ‘청년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말만으로는 지금의 모습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모든 청년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방식으로 참여하는 청년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이번 취재를 통해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청년들은 정치를 외면하는 세대가 아니라, 정치를 표현하는 데 신중해진 세대일지도 모른다. 관심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었고, 우리가 그것을 쉽게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우리는 흔히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무관심한 것일까. 아니면 말할 공간과 분위기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무관심과 침묵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침묵 속에도 생각은 존재한다. 서로를 설득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건전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 우리의 침묵도 조금씩 줄어들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