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원재 기자(기계·23)
“저거, 고양인가? 죽었네...” 추운 2월, 고양이가 죽었다. 내게 ‘죽은 고양이’는 ‘죽은 고양이’였다. 이후 삽을 가져와서 다 같이 묻어줬다. 돌로 묻어둔 지반을 들쳐내, 고양이를 묻어줬다. 비석도 세워줬다. ‘고양이 여기 잠들다.’
그렇게 기억에서 잊혀 갈 때쯤, 우연히 고양이를 돌봐 주시던 분을 만났다. 소위 말하는 ‘캣맘’이셨다. 그분에게 ‘죽은 고양이’는 ‘소중한 생명’이었다. 이름도 붙여주시고, 밥도 주시고, 겨울을 대비해 집도 만들어 주시고, 어머니를 자처하시며 애지중지 돌봐주셨다. 그 분은 소식을 전달받고 비통한 마음을 추스르시고 나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셨다. 소중한 자식을 잘 보내주셔서 고맙다고. 좋은 곳에 갔을 것이라며 애써 웃음을 보이셨다. 이때 무언가 나의 마음을 강타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내 안의 무언가 뒤집히는 느낌. 지금은 이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아파트보다 주택에 더 오래 살았던 내게 고양이란 골칫거리였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헤집는 것은 기본이고 새벽에 울음소리에 잠을 자주 뒤척이곤 했다. 그렇다고 미워하진 않았다. 아직도 내 갤러리엔 길고양이 사진이 많다. ‘남강이’라고 이름 지어준 친구도 있다. 이는 생명의 가치보단 내가 입은 피해만 생각하는 경솔한 태도였다. 고양이가 피해를 주긴 하지만, 나도 고양이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인간끼리 멋대로 네 땅이니 내 땅이니 정하여 몰아내고, 원래 살던 고양이를 구석으로 몰았다. 나는 고양이를 묻어준 후, 비로소 그 생명의 무게를 느끼고 반성하게 됐다.
그렇다고 캣맘이 길고양이 문제의 해법이라생각하진 않는다. 불쌍하다고 밥을 주는 건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불쌍한 고양이를 더 내놓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TNR을 통해 개체수를 줄이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몇십만 마리를 모두 포획 후 동물병원에서 수술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저 현재 살아있는 고양이가 더는 늘어나지 않길 바라는 것이 이성적인 해답처럼 보인다.
최근 한 조류 전문 유튜버가 ‘캣맘 금지법’을 주장하며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주된 논지는 길고양이가 새를 무분별하게 사냥하여 멸종위기종이 줄고 있기에, 급식을 제한하고 TNR 사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도 틀린 주장은 아니다. 고양이가 새를 사냥하는 모습을 많이 보긴 했다. 이것은 일종의 트롤리 딜레마와 같다. 트롤리 딜레마는, 달리는 기차에서 시작한다. 선로는 다섯 명의 사람이 묶여있어 깔려 죽을 위기에 처해있다. 하지만 내가 레버를 당길 시 반대편 선로의 무고한 한 명이 죽게 된다. 과연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 원래 살 운명이었던 한 명을 내 손으로, 당신의 손으로 죽일 수 있는가? 묶여있는 다섯 마리의 새를 죽일 것이냐, 잘 살고 있던 고양이 한 마리를 죽일 것이냐, 이 선로에 동물들을 내몬 원인 제공자들이 누구를 죽이네, 누구를 살리네 하는 것은 고양이도, 새도, 사람도 만족할 수 없는 비극이다.
트롤리 딜레마는 고양이와 새에게만 해당하지 않고, 우리 삶의 전반에 있다. 작게는 한 명이 지각하는 것을 기다려 주다가 다수가 피해 보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고, 크게는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를 피하기 위해 핸들을 꺾었더니 더 많은 사람이 부상을 입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유명한 일화로, 2차 세계 대전에서 ‘V-1 로켓 기만작전’이 자주 회자된다. 독일군이 런던 도심부를 목표로 무인 폭탄 V-1을 발사했다. 그들은 실제 목표물에 맞았는지 알 방법이 없어 영국 내 간첩의 첩보에 의존했는데, 영국은 이미 그들을 포섭하여 이중간첩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폭탄이 런던 중심부와 북부를 강타했습니다”라는 허위 보고를 통해 런던 중심부를 지키고 남부 지역을 희생해 인구 밀집 지역을 지켜 결국 많은 생명을 지킨 작전이다. 특정 지역을 지키기 위해 다른 지역을 희생시켜 영국 내부에서도 논쟁이 짙은 전략이었다. 그런데도 독일의 다음 세대 ‘V-2 로켓’에도 적용돼 똑같이 많은 사람을 살렸다고 평가받았다.
우리의 권리는, 우리의 생명은 늘 저울대에서의 시험을 마주하고 있다. 고양이 죽이기의 비극은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면, 나는 선로에 묶인 다섯 사람을 풀어주고 싶다. 새의 멸종위기 문제는 주로 마라도와 같은 고립된 섬에서 생기는데, 그곳에 새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든지, 저울대의 시험을 풀어갈 방법을 찾아 나가면 좋겠다. 지금도 나는 문득 내가 묻어준 고양이를 생각하고는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