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구성하는 기억들
홍준표 기자 승인 2026.10.04 18 717호

 



▲ 홍준표 기자(기계·26)


뇌 과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살면서 얻게 된 여러 정보 중 일부는 오랜 시간 동안 남지만, 일부는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이는 정보의 중요도와 관련된 것으로, 사람의 뇌 용량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요한 정보만 남긴다는 것이다.

 올해 특히 즐거운 일이 많았던 내게는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가득하지만, 그 순간을 온전히 기억하기란 불가능했다. 마찬가지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도 시간이 지나 다시 떠올려보면 기억의 단편적인 면만 맴돌았다. 살면서 우리는 너무 많은 사건과 마주하기 때문에 기존의 기억들이 퇴색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경험이 있을 때마다 예전 어른들이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결국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 말하시던 그분들은 언제나 카메라를 들고 계셨고, 사진 촬영이 우선이었다. 어릴 때의 나는 카메라에 찍히는 것이 부끄러워 사진 찍는 것을 피해 다녔지만 이제서야 어른들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한정된 우리의 뇌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고 생각한다. 경험상 정말 중요하지 않고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임에도 현재까지도 자세하게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그런 기억들은 불현듯 하루에 한두 번 정도 나타나 나를 괴롭혔다. 즐겁고 좋은 기억들은 잊지 않으려 노력해도 서서히 사라지지만, 힘들고 슬펐던 기억들은 저절로 재생되는 것에 우리의 기억력에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보통 부정적인 기억들은 최대한 잊으려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다만 이런 기존의 생각을 다시 정립해 볼 필요가 있다.



 6년 전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것이 위축되던 때, 여러 생각에 잠기던 나는 잊히지 않는 기억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한 적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재난에 모두 대책을 찾던 당시 상황에 나 또한 지난 일들에 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힘들었던 기억은 개인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줬기 때문에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아픈 기억을 구태여 꺼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좋았던 기억들은 다시 떠올려볼 만한 가치가 있지만, 힘든 기억들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 번 힘든 일을 겪고 나면 다음에는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게 생활 태도나 행동 양식을 바꾸는 등 세세한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그 과정에서 지나간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다시 떠올렸고, 그것이 영향의 원인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



 연구 결과상 중요한 정보일수록 오래 기억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힘들었던 기억도 어쩌면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아픈 기억임에도 계속해서 떠오르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비슷한 기억이 떠오른다면 나의 행동을 계속해서 신경 쓸 것이며,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발판이 될 거라 생각한다.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라는 말처럼 여러 번의 경험들은 우리를 성장시킬 것이다. 물론 아픈 기억들은 최대한 소유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한편으로 그것들은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누군가는 “아픈 기억이라도 언젠가는 사라진다”고 한다. 아픈 기억도 좋은 기억처럼 시간이 지나며 희미해지는 것은 똑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힘들었던 순간의 기억이 점차 사라지며 그 고통도 덜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기억은 끝내 흉터같이 나를 자극했다. 굳이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잊으려 발버둥 쳐도 문득 찾아오는 아픈 기억들은 볼 때마다 따갑기 때문에 마음가짐을 다르게 할 필요가 있다. 나쁜 기억도 결국 나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익숙해져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진을 통해 남기고 싶은 기억도, 여전히 가려운 흉터 같은 기억도 현재의 나를 지탱하는 뿌리일지 모른다. 이 세상에 좋은 기억만 가진 사람도, 반대로 나쁜 기억만을 가진 사람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를 구성하는 기억들은 우리가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 얽매여 내일을 두려워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억도 소중한 자산으로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힘을 얻고, 빈번히 찾아오는 아픈 기억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모두가 성장하는 모습을 선보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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