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슬플 땐 힙합을 춰
기자 승인 2026.10.03 17 717호



▲ 정혜원(컴공·24)





 여러분은 춤을 춰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중학교 학예회 이후 춤을 춘 기억이 없을 만큼 춤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올해 4월부터 거의 매일 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춤입니다. 저는 요즘 완전히 춤에 매료됐습니다. 친구들은 저보고 춤바람이 났다며 요즘 보기가 힘들다고 서운해하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다 보면 ‘내가 이렇게 신나는데 어떻게 멈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고작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춤과 아무런 관련이 없던 제 일상에 이제 춤이 제법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에게도 한 번쯤 이 즐거운 ‘춤바람’이 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가 춤을 시작하고 나서 느낀 것들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첫 번째로, 저는 이전보다 제 모습을 조금 더 좋아하게 됐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거울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제 외모에 대한 부끄러움과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춤을 추기 위해서는 싫더라도 끝까지 거울을 보아야 합니다. 내 손짓부터 발끝까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모습이 괜찮은지 하나하나 확인해야 합니다. 춤의 좋은 점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춤을 멋지게 추는 순간 그 사람도 함께 멋있어 보인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핸드폰만 보며 스스로에게 실망했던 날에도 춤을 추고 나면 ‘방금 조금 멋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더 멋진 춤을 추기 위해 나 자신을 살펴보다 보면 생각보다 괜찮은 나를 발견하게 되고, 조금 더 나를 좋아하게 됩니다. 어쩌면 춤을 추는 사람들의 스타일이 자신감 있어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삶이 조금 더 재미있어집니다. 여러분은 술을 먹고 사람들의 중심에서 춤을 춰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약 한 달 전에 처음으로 경험해 보았는데, 음악 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을 움직이게 됐습니다. 평소라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걱정했을 텐데, 그 순간에는 부끄러워할 새조차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땐 정말 무아지경이었지’ 하며 피식 웃기도 합니다. 춤을 시작하면 처음 겪는 일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춤으로 심사받기도, 배틀에서 이기기도, 내 안의 ‘디바’를 꺼내기도, 잘 안 입던 콘셉트의 옷을 입기도, 길거리에서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변화는 ‘이런 건 나랑 안 어울려’라고 생각했던 경계가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장르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제 모습도 계속 발견하게 됩니다. 돌이켜 보면 재미있는 삶이라는 것이 꼭 대단한 사건들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평소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하나씩 해보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순간들이 삶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세 번째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면 함께 안무를 맞추고, 동선을 정하고, 수없이 반복해서 연습해야 합니다. 문제는 제가 안무를 자주 까먹고 실수도 많이 한다는 것입니다. 혼자 방향을 반대로 가거나, 방금 배운 동작인데도 머릿속이 하얘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 주변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안무를 알려주거나 제가 놓친 부분을 함께 맞춰주고는 했습니다. 때로는 연습이 끝난 뒤 ‘이 부분은 이렇게 해보면 더 예쁠 것 같다’며 자신만의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삭막한 일상 속에서 이렇게 뜻밖의 따뜻함을 마주할 때면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하게 됩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춤을 즐기는 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인 것 같습니다.



 여전히 저는 춤을 잘 추지 못합니다. 제 모습이 찍힌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 모든 순간을 포함해서 저는 여전히 춤추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도 한 번쯤은 꼭 춤을 춰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모습이 우습고 어색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김민경 편집자님의 일화처럼 지금의 저는 그 누구보다 신나게 춤을 출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 오늘은 잠시라도 춤을 춰보세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느끼게 해준 열혈무군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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