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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매력을 알아가는 2030··· 시를 만난 청춘들
윤지선 ㅣ 기사 승인 2024-10-07 20  |  695호 ㅣ 조회수 : 82



▲『샤워젤과 소다수』를 필사한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갈수록 늘어가는 시 소비량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종합 독서율은 43%로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셈이다. 독서량 또한 1인당 월간 독서량이 0.8권으로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가 5.9권을 읽은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매우 적은 독서량을 기록했다. 이러한 독서 침체 상황 속에서 ‘시’가 유의미한 성장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예스24 집계 결과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21년 시집 판매 증가율은 25.4% 증가했으며, 시집 출간 수 또한 2017년부터 5년간 지속 상승했다. 교보문고 통계 결과, 지난해 전체 시집 판매 비중의 25%를 20대가 차지했으며, 30대는 20.4%로 뒤를 이었다. 누구보다 유행에 민감하고, 온라인 플랫폼에만 집중할 것 같았던 2030대가 오히려 그 어느 세대보다 ‘시’에 집중하고 있었다. 2030대가 시를 읽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스타그램 #감성글귀



 2030대의 시집 구매량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시스타그램’을 들 수 있다. 시와 인스타그램의 합성어인 시스타그램은 시 문구 혹은 감성 문구를 필사하거나 사진 찍어 포스팅하는 문화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 ‘#시스타그램’을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만 약 104만 개에 이를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시스타그램을 통해 SNS상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끈 시집 또한 많다. 대표적으로 고선경 시인의 『샤워젤과 소다수』를 들 수 있다. 작년 10월 발매된 『샤워젤과 소다수』는 SNS에서 일명 여름 향기가 나는 책으로 소개되며, 올해 예스24에서 9월 시/에세이 부문 4위에 올랐다. 강윤정 문학동네 편집부장은 “젊은 시인의 첫 시집이었던 만큼 인지도나 유명세를 기대하기 어려웠음에도 SNS에서 10대, 20대로 추정되는 독자들 사이의 입소문만으로 꾸준히 판매된 인상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젊은 시인의 등장



 2~30대 독자들이 선호하는 시집도 다른 연령대에 비해 차이가 존재했다.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전 연령대의 시집 베스트셀러에는 나태주, 류시화, 김용택, 윤동주 등의 기성 시인들의 시집이 상위권을 차지했으나, 20대 베스트셀러에는 황인찬, 양안다, 박은지, 육호수 등 젊은 시인들의 시집이 상위권에 올랐다. 이를 두고 젊은 시인의 시가 기존 기성 시인의 시와 달리 솔직한 문체, 신선한 언어 표현 등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젊은 독자층에게 인기를 얻는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20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황인찬 시인의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는 ‘호프는 독일어지만 호프집은 한국어다’, ‘자율주행의 시’ 등과 같이 기존의 시집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신선한 제목의 시가 등장하기도 하며, ‘학교를 안 갔어’와 같이 공감하기 쉬운 주제의 시 또한 존재한다.



 시집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시집을 홍보하는 출판사들의 이벤트 또한 다양해지는 추세다. 문학사의 ‘인생시 찾기 이벤트’는 ‘070-8919-1203’ 해당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무작위로 문학동네의 시를 읽어주는 이벤트로,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마무리됐다. 문학동네에 따르면, 이벤트 기간인 약 2주 동안 총 29만 통의 전화가 걸려 왔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해당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SNS에 해당 이벤트에 참여 후 각자 들었던 시를 소개하는 글을 적거나, “시 낭송을 듣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등의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시 동아리 ‘끌림’의 이야기



 우리대학 시 동아리인 ‘끌림’에 가입해 시를 나누고 있는 오의찬(문창·22), 임창욱(문창·21)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임창욱 학우는 시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시를 읽으면 시인이 추구하는 시인만의 세계관에 들어가 시인의 이야기와 세상을 화자의 입장에서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대개 그런 세계관은 결국 사회의 이상적인 모습, 그리고 삶에 대한 올바른 태도로 이어진다. 그들의 세계관에 대해 보고 느끼고 배우고, 나의 세계관과도 비교해 보며 시가 더욱 재밌어졌다”는 말을 전했다. 또한 시를 좋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 동아리에 가입한 이유에 대해 오의찬 학우는 “시 동아리인 만큼 시를 잘 쓰는 학우분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 실제로 ‘끌림’의 활동을 통해 부원들로부터 받는 감상은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시를 계속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시에 입문하거나 동아리에 가입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김승일 시인이 예전에 이런 말을 했어요. 시를 쓰기가 힘들어도, 시는 우리를 괴롭히지 않는다고요. 당장 입문했거나, 혼자 시를 쓰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시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런 분들께 시를 쓰는 게 무척 힘들어도, 시를 사랑하고, 쓰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시를 좋아하는 마음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시와 동고동락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라며 시를 좋아하는 학우들에게 동아리 ‘끌림’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산아래 시 책방 (출처: 산아래 시 제공)




시집 전문 서점, 산아래 詩



 갈수록 줄어가는 서점들 속에서 시집을 언제든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집 전문 서점이 생기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출판 독서문화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었다 평가받는 ‘산아래 詩(시)’ 책방에 대해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6월 대구에 문을 연 산아래 시 책방은 전국 130여 명, 대구 경북 100여 명의 시인들의 시집 300여 종을 판매하는 시집 전문 위탁 판매 서점이다. 특이한 점은 산아래 시 책방이 별도로 구매한 시집을 파는 것이 아닌, 시인들이 책방으로 직접 보낸 책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또한 책방에 들어온 시집은 정가의 1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해당 가격의 60%를 시인에게 돌려준다. 또한 ‘책방에 비치된 모든 시집은 좋은 시집이며, 모든 시집에게 똑같은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는 책방지기 이동림 씨의 마음 아래 특정 시집을 추천하지도, 일찍 매진된 시집을 추가로 비치하지도 않는다. 책의 진열 방식 또한 가로, 세로 한 줄씩 시집의 위치가 매주 바뀌며 책의 얼굴인 표지가 보이도록 진열돼 있다.



김혜순 시인, 전미 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한편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주던 한국 시가 최근엔 해외에서 인정받는 경사가 들려오기도 했다. 시인 김혜순(69)이 지난 3월 『날개 환상통』으로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의 시 부문을 수상한 것이다. 이번 수상은 한국 작품 최초로 수상한 점과 더불어 1975년 출범한 협회상 사상 처음으로 번역 시가 시 부문을 수상했다는 점에서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시집에 대해 “놀랍도록 독창적이고 대담하게, 전쟁과 독재의 여파, 가부장제 사회의 억압, 아버지의 죽음과 같은 삶의 고통, 이를 극복하는 의식을 대안적 상상의 세계로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윤지선 기자 yjs1320@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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