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람객들이 다시 영화관을 찾으며 영화 시장이 부상하고 있다. 영화 제작사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OTT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극장 개봉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면, 현재는 극장에 우선 개봉하고 추후에 OTT를 통해 공개하는 ‘홀드백’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OTT 출혈 경쟁으로 인한 제작비 인플레이션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전 세계 누적 시청 수 3억 회를 돌파하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OTT의 주된 생존 전략은 다른 매체에서 접할 수 없는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다. 한때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애플TV 등 주요 OTT 회사들이 동시에 수백 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하며 제작 병목 현상과 제작비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미국의 매체 FX에 따르면, 2021년에 제작된 OTT 오리지널 콘텐츠는 매주 11편 정도의 분량인 599편으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OTT 회사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해도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고, OTT 가입자 수 증가로 이어져야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2022년 넷플릭스 CFO 스펜서 뉴먼은 “향후 몇 년간 콘텐츠 예산을 연간 약 170억 달러 수준으로 고정하고, 가입자 수 증대보다 영업이익률 개선과 현금 확보에 집중하겠다”며 구독자 수 정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디즈니+ 또한 2023년부터 예산 감축을 시작해 현재는 콘텐츠 예산을 250억 달러 상한으로 두고 있다.
OTT 회사는 이런 이유로 제작사에게 비용 회수를 보장하지만, 흥행에 따른 추가 수입을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배대신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과거 지상파 방송사가 IP를 독점하던 형태가 글로벌 OTT로 그대로 이어졌다. 제작비 전액 투입으로 투자 리스크는 줄여주지만, 글로벌 대박이 터져도 제작사 손에 쥐어지는 초과 수익이 없어 장기적인 자산 축적이 불가능하다”며 영화 제작사 측 입장을 설명했다. 반면에 OTT 회사를 통하지 않고 극장 개봉을 하면 관객수에 비례해 매출이 증가한다. 추가로 △VOD △DVD 판권 △TV 방영권 △OTT 라이선싱과 같은 부수입도 노릴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관객이 회복된 현 시점에 영화 제작사들이 극장 선공개에 주목하게 된 배경이다.
▲ 미국 작가 조합 회원들이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출처=AP통신)
할리우드 파업으로 인한 지각변동
2023년 미국 작가 조합(WGA)은 미국 제작사 연맹(AMPTP)과 맺기로 한 최소기본협약(MBA) 갱신 협상에서 요구가 결렬돼 파업에 돌입했다. OTT 회사는 작품별 조회수 공개가 어렵다는 이유로 재상영분배금*을 거의 지급하지 않고 무한 방영을 했는데, 작가 조합에서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배우 또한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넷플릭스 초창기 인기 시리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배우 키미코 글렌은 에피소드에 45회에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 측이 제공한 재상영분배금은 27.3달러 뿐이라고 밝혔다. 미국 배우 조합(SAG)도 파업에 동참하자, 결국 제작사 연맹은 백기를 들며 재상영분배금 제도 개편을 약속했다.
파업으로 인해 △디즈니 마블 스튜디오 △<기묘한 이야기>와 같은 OTT 오리지널 콘텐츠, △을 포함한 예능 프로그램 △애니메이션 등 할리우드 내 제작이 연기됐다. 두 조합의 파업은 단순한 제작사와 노동자와의 갈등을 넘어, OTT의 구조적 한계를 제기하고 수익 분배 문제에 대한 산업 전체에 큰 파장을 남겼다. 이는 영화 제작사들이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극장 선공개에 눈길을 돌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국내 영화관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
2026년 5월과 7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민생 안정과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해 270억원 규모의 영화 관람료 6천원 할인권을 2차례에 걸쳐 배포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1차 배포 직후 1주간 매출액은 159억원으로 배포 직전 1주간 매출액 대비 47.9% 증가하는 등 할인권이 극장 방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뿐만 아니라 2025년엔 기존에 존재하던 영화 관람료 3%에 해당하는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을 폐지했다. 정부 모태펀드**가 투입된 영화에 한해 ‘극장 개봉 후 최소 4개월간 OTT 공개 유예’ 조건을 부과해 영화관의 수익 확보를 보장해 주는 등 코로나-19 이후 영화관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지속되고 있다.
영화관 측 또한 국내 영화 관람권에 의존하던 수입을 다변화했다. 2026년 4월 <슈퍼 마리오 갤럭시> 개봉에 맞춰 CGV는 ‘요시 팝콘통’ 굿즈를 판매했다. 첫날 완판 후 리셀 시장에서 3배 가까이 재판매 돼 일명 ‘팝콘통 대란’이 일어났다. 이와 같은 인기 뿐만 아니라 팝콘통을 비롯한 굿즈 사업은 마진율이 60%가 넘어 영화관의 핵심 수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영화관의 해외 진출도 고무적이다. CGV는 베트남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해외 사업이 매출의 35%까지 증가했다. 튀르키예, 중국,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해 있으며 해외 사업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영화관은 계속 성장할까
2026년 상반기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94.2% 수준까지 매출을 회복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관객 수는 5,705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 평균인 1억 명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영화 제작사들이 OTT 보다 극장을 선호하는 현재,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 기대작 개봉으로 관객 회복세가 이어질 경우 전체 극장 관객 수 역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재상영분배금: 영화나 TV 프로그램이 재방영되거나 다시 사용될 때, 해당 작품에 참여한 배우, 작가를 비롯한 창작자들에게 지급되는 추가 보수
**모태펀드: 정부가 특정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출자하는 방식의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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