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봄, 걸그룹 리센느 멤버가 ‘거제 야호!’라 외친 짧은 한마디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해당 밈은 음원차트 역주행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기업 광고와 지자체의 홍보 콘텐츠에도 활용됐다. 거제시는 밈이 퍼진 뒤 리센느를 관광 홍보대사로 위촉했고, 거제시가 만든 위촉 콘텐츠는 엿새 만에 조회 수 250만 회를 넘겼다. 밈에 쏠렸던 관심이 이제는 거제시로 옮겨간 모습이다. 이처럼 밈을 활용한 광고는 이제 낯선 마케팅 방식이 아니다.
광고에 활용되는 밈
밈은 온라인에서 특정한 말이나 장면을 사람들이 재생산하며 퍼뜨린 표현을 의미한다. 이렇게 유행이 된 밈을 브랜드는 광고에 활용한다. 밈이 광고에 활용된 사례로 ‘사딸라’와 ‘깡’이 있다.
드라마 ‘야인시대’의 임금 협상 장면에서 등장한 ‘사딸라’가 밈으로 확산하면서, 버거킹은 이를 활용해 버거 가격을 ‘사딸라’로 협상하는 콘셉트의 광고를 선보였다. 더불어 가수 비의 곡 ‘깡’ 역시 온라인에서 밈으로 재조명되며 역주행했고, 농심은 이런 화제성을 바탕으로 비를 광고 모델로 발탁해, 해당 밈을 새우깡 광고에 활용했다.
그렇다면 유행하는 밈을 어떻게 상업적으로 활용해야 할까. 우리대학 이희경 경영학과 경영학전공 교수는 “밈을 얼마나 똑같이 따라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소비자가 기존의 밈을 알아볼 수 있는 △밈의 이해 가능성(comp-rehensibility) △새로움(novelty) △밈과 브랜드의 적합성(meme-brand congruity)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소개한 버거킹 광고는 밈의 주인공인 배우 김영철을 모델로 해 ‘사딸라’, ‘오케이 땡큐’ 등 원본의 협상 장면을 재현했다. 기존 밈을 알던 소비자들이 광고 맥락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면서, 드라마 속 임금 협상을 버거 가격 협상으로 바꿔 익숙한 밈을 새로운 상황에 맞게 변형했다. 이를 통해 버거킹은 밈의 재미를 살리는 동시에 ‘합리적인 버거 가격’이라는 브랜드 메시지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같은 ‘깡’, 다른 반응
‘깡’ 열풍 당시 농심뿐 아니라 롯데칠성음료도 숙취해소음료 ‘깨수깡’에 ‘깡’ 밈을 활용했다. 깨수깡은 제품명 자체에 ‘깡’이라는 접점이 있었지만, 브랜드가 밈을 광고에 직접 활용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밈의 상업적 이용을 둘러싼 비판이 제기됐다. 반면 새우깡은 소비자들이 먼저 비와 새우깡을 연결하고 광고모델로 추천하는 참여가 형성된 이후 브랜드가 그 흐름을 수용했다.
이러한 차이는 소비자가 단순히 ‘광고이기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이 교수는 “소비자는 콘텐츠가 상업적 목적을 지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그 브랜드가 해당 장면이나 맥락에 등장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느끼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밈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은 상업적 의도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왜 그 밈을 사용하는지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즉 소비자는 브랜드가 그 밈에 참여하게 된 동기와 과정, 그리고 그 참여가 기존의 소비자 문화와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를 함께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가 키우는 밈의 힘
밈의 확산에는 브랜드가 활용하는 방식뿐 아니라 소비자의 해석과 참여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들이 밈을 개인의 상황에 맞는 표현으로 재생산하며 유행을 확산시키기 때문이다.
올해 유행한 ‘거제 야호’도 이러한 과정을 보여준다. 리센느의 콘텐츠에서 나온 짧은 한마디는 온라인에서 확산돼 ‘퇴근 야호’, ‘월급 야호’처럼 소비자들의 상황에 맞는 표현으로 변형됐다. 해당 밈은 처음부터 유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문구가 아니었지만, 이용자들의 반복과 변형을 거치면서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았다. 원본을 그대로 소비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누구나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확산의 동력이 된 것이다.
이처럼 밈은 브랜드가 완성된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일반 광고와 다르다. 소비자의 재생산을 거치며 확산하는 만큼, 브랜드가 의미를 모두 통제하기보다 소비자가 다시 해석하고 참여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드가 밈을 활용한다는 것은 이미 형성된 맥락 속에 브랜드가 참여하는 과정에 가깝다. 따라서 같은 밈을 활용하더라도 이러한 연결 방식에 따라 소비자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 걸그룹 리센느가 밈을 이용해 거제시 홍보 영상을 촬영하는 모습(출처=거제시 공식 유튜브)
유행하는 밈, 광고 성과로 이어질까
조회 수와 좋아요, 공유 수, 패러디의 확산은 밈이 얼마나 많이 소비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반면 소비자가 광고 속 브랜드를 기억만 하는지, 태도가 달라졌는지, 제품을 직접 검색하거나 구매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따라서 밈이 빠르게 퍼졌다는 사실만으로 그 관심이 브랜드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브랜드가 밈 마케팅의 효과를 판단하려면 화제성뿐 아니라 그 관심이 브랜드로 이어졌는지도 살펴야 한다. 브랜드 이름이 함께 기억됐는지, 소비자의 호감이나 제품 관심으로 이어졌는지, 나아가 검색이나 구매와 같은 행동으로 연결됐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이 교수는 “많이 퍼지고 있다는 것은 그 밈이 성공하고 있다는 증거이지, 그 밈이 반드시 브랜드에도 효과적이라는 증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밈의 성공과 브랜드의 성공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유행에 올라타는 것보다 중요한 건 밈을 통해 모인 관심을 브랜드에 대한 기억과 호감, 행동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정재민 수습기자
jaemin439@seoultech.ac.kr
